페로탕서울서 개인전 6월 27일까지
'빛의 종이접기와 양배추색 커튼'

Tomoko Nagai, A Utopian Event, 2026, Oil, glitter on canvas, 227.7 × 489.7 cm (227.7 × 181.8 cm, 227.7 × 162.2 cm 227.7 × 145.7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곰인형과 토끼, 인형의 집과 무지개. 얼핏 동화 같은 화면이지만, 그 안에는 기억과 욕망, 노스탤지어와 불안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각이 숨어 있다. 일본 작가 토모코 나가이(44)는 사소하고 사랑스러운 대상들을 통해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회화적 세계를 구축한다.
페로탕 서울이 15일 개막한 토모코 나가이 개인전 ‘빛의 종이접기와 양배추색 커튼(Origami Light and Cabbage-Green Curtains)’은 ‘순진한 화면’을 가장한 이른바 ‘기술적 순진함(technically faux-naïf)’의 회화 세계를 보여준다.
1982년생인 나가이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일상 속 사물들에서 출발한다. 소녀와 동물, 꽃과 피크닉, 실바니안 패밀리 인형 같은 친숙한 모티프들은 직관적 구성과 강렬한 색채, 속도감 있는 붓질과 만나 독특한 화면 구조를 형성한다.
작품 속 공간은 르네상스식 원근법 대신 평면적으로 펼쳐진다. 방 안의 카펫은 어느 순간 밤하늘로 이어지고, 화분 속 꽃은 열대 정글처럼 확장된다. 체크무늬와 물방울, 과일과 동물 캐릭터들이 화면 위를 유영하며 장면과 장면을 연결한다. 현실과 환상, 내부와 외부, 입체와 평면이 자유롭게 교차하는 공간이다.

Left: Tomoko Nagai, Bird, Bird, 2026, Oil, glitter on canvas, 91.0 × 65.6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Right: Tomoko Nagai, Mr. Little Fluffy, 2026, Oil, glitter on canvas, 45.5 × 53.4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그의 회화는 단순히 ‘귀엽다’는 말로 환원되지 않는다. 화면 표면에는 색과 붓질, 스프레이된 그라데이션 층위가 깊게 쌓여 있다.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정교하게 계산된 균형감과 안정된 구성력은 일본 아카데믹 미술교육 기반 위에서 구축된 것이다.
아이치현립예술대학 유화과를 졸업한 나가이는 일본식 입시미술 훈련을 거쳐 고전적 소묘와 화면 구성력을 체득했다.
정신영 서울여대 조교수는 서문을 통해 “나가이의 그림은 아이들이 인형의 집 속을 들여다보듯 입체이면서도 펼쳐진 공간이고, 실내이면서 외부 같고, 진짜 같으면서도 가짜 같은 감각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페로탕 서울 토모코 나가이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나가이는 밑그림 없이 머릿속 청사진을 따라 직관적으로 작업한다. 빠른 붓질과 즉흥적 화면 구성은 강한 집중 상태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프랑스 철학자 조르주 바타유가 말한 라스코 동굴벽화의 ‘천재적 순발력’을 떠올리게 한다.
동시대 회화 맥락에서 그의 작업은 엘리자베스 페이턴, 카렌 킬림닉 등의 계보와도 연결된다. 사적 기억과 키치적 서사를 회화 안으로 끌어들이며, 느슨하고 자유로운 붓질 속에 새로운 세대의 감각을 담아낸다는 점에서다.
나가이는 과거 일본 NHK 교육TV와 협업해 어린이 프로그램의 오프닝 타이틀과 예술 작업을 맡기도 했다. 동시대 일본의 디자인 감각과 시각 문화를 반영하는 그의 작업은 회화와 일러스트, 디자인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든다.
그의 작품은 도쿄도현대미술관, 아이치현미술관, 리크스뮤지엄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6월 27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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