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반열 깜짝 등장 '이준석 돌풍'…野잠룡 입지에 '주목'

기사등록 2021/06/06 06:00:00

대선후보 여론조사 이재명·윤석열·이낙연 이어 4위

현실적으로 대선 출마 불가능한데도 지지율 껑충

전당대회에 불고 있는 '이준석 돌풍', 대선판에 이동

당장 경쟁력 낮더라도 향후 잠재력은 주목할 만

[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3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2021.06.03. lmy@newsis.com
[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3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2021.06.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최서진 기자 =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대선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3%를 기록해 국민의힘 출신 인사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대권 반열에도 오르자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당장 '이준석 돌풍'이 9개월 남은 대선판을 뒤흔들 만한 변수로 급부상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 하지만 '올드보이'를 비롯한 기성 정치에 실망한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볼만한 상징적인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갤럽이 공표한 6월 첫째 주 여론조사에서 '다음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이 전 최고위원은 이재명 경기지사(24%), 윤석열 전 검찰총장(2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5%)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3%를 기록했다. 이 전 최고위원 다음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2%), 정세균 전 국무총리·홍준표 무소속 의원(각 1%) 순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의 대권 적합도 조사에 처음으로 포함된 이 전 최고위원은 첫 조사에서 3%를 얻어 이낙연 의원의 바로 뒤에 안착했다. 오래전부터 대권 도전을 준비해온 안철수, 정세균, 홍준표 등 종전 여야 대선 주자도 단번에 추월한 것이다.

이 같은 파란은 기성 정치인에 대한 염증과 맞물려 보수정당의 파격적 변화를 갈망하는 민심이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지지로 고스란히 투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계파 간 세대결은 적지만 신·구대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36세 청년'이 전 최고위원이 효과를 보고 있는 세대교체론 전략의 여파가 전당대회를 넘어 대선판으로 옮겨져 이 전 최고위원이 순식간에 '잠룡'으로 등극한 것이란 평가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유승민 전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당 개혁을 주제로 강연을 시작하기 전 참석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0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유승민 전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당 개혁을 주제로 강연을 시작하기 전 참석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06. [email protected]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업체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기성 정치권에 대해 변화의 목소리가 있었는데 그걸 인물이 담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준석 현상'은 다른 목소리를 계속 내는 것에 대해 국민이 반응을 보인 것"이라며 "지금 불고 있는 '이준석 돌풍'하고 연관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크다고 본다"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지금 제1야당 국민의힘의 기존 정치인들이 과연 그동안 무엇을 했나, 비전 제시한 게 뭐가 있나. 과거 어떤 역할을 했나에 대해 점수 줄 만한 사람이 없었는데 그나마 조금 새로운 인물이 나왔다는 게 의미가 가장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전 최고위원의 이 같은 돌풍은 향후 대권주자로서의 잠재력 측면에선 주시할 필요가 있겠지만, 대선 경쟁력으로 직결시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현행 헌법상 대통령 피선거권(출마 자격)은 40세부터 부여되는 만큼 올해 36세인 이준석 후보는 내년에 열리는 대통령선거에 입후보를 할 수 없다.

출마자격과 별개로 경쟁력만을 놓고 봤을 때도 국민의힘 당내 대선 후보로 선출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주호영 의원. (공동취재사진) 2021.04.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주호영 의원. (공동취재사진) 2021.04.15. [email protected]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이 전 최고위원의 지역별 지지율은 서울(4%), 인천·경기(4%)와 같은 중도층이 많은 수도권에서 평균치보다 높게 나왔지만,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은 1%, 부산·울산·경남에선 2%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전체 당원의 절반 이상이 밀집한 영남권에서 이 같은 낮은 지지율은 당심을 얻어야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는 당내 경선 구조에서 이 전 최고위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전 연령대에서도 고른 지지를 받은 건 아니다. 20대(4%)·30대(5%)와 같은 젊은 청년층에서 9%를 얻었으나, 50대 2%, 60대 이상 2% 등 노년층에선 4%에 불과했다. 국민의힘은 노년층 당원 비율이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이 전 최고위원이 당원투표에서 노년층의 높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전 최고위원은 성별 지지도에서도 남성은 4%, 여성은 1%로 차이가 있었다. 젠더갈등을 일으켜 지지도가 높아졌다는 논란 속에 소위 '분열의 리더십', '트럼피즘'이라는 비판이 일정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같은 '파이터' 이미지가 이 전 최고위원에게 이미지정치의 산물로 굳어지면 대선후보로 나서서 국민의 원하는 정책을 내놓더라도 정책 방향이나 결에 맞지 않는 이미지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이준석 돌풍'이 기존의 야권 잠룡들의 입지에 미칠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이 본의 아니게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자마자 단숨에 유승민, 홍준표, 원희룡 등 기존 대선주자들을 추월한 건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에 복당 절차를 밟겠다고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에 복당 절차를 밟겠다고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10. [email protected]
갈수록 정권교체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야권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고, 오래전부터 대선을 준비했는데도 1~2% 안팎의 낮은 지지율을 탈피하지 못하는 건 야권의 대선 전략에 전면 수정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제도권에 들어와 있지 않은 윤석열 전 총장과 같은 새로운 인물이 기존 잠룡들을 제치고 사실상 독주를 하고 있는 것도 예사롭게 볼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의 당대표가 된다는 건 제가 보기에는 기존 정치인들한테는 안 좋다고 본다. (여론조사 공표대상에) 유 전 의원은 아예 없고, 이제 이준석 후보 입장에서는 유 전 의원이 이전과는 좀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면서 "다만 윤석열 전 총장은 기존 정치인이라 볼 수 없으니 상대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한 여론조사업체 고위관계자는 "사실 양당에 4선 5선, 지난 대선에 출마한 분들 다수가 있는데 홍준표, 유승민 등은 2%도 안 나오잖나. 그분들 지난 4년간 뭐 했나. 대선 나와서 바꾸겠다고 했는데 전혀 그동안 호응을 못 받았던 것"이라며 "불과 1~2개월 사이에 3% 얻은 사람(이준석)도 있는데, 한마디로 반성해야 한다. 국민 마음을 어디서 담고 본인 생각을 전달했는지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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