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오르던 트럼프에 타격
사전투표 2016년 대선보다 많아

【피츠버그=AP/뉴시스】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의 스쿼럴 힐에 있는 유대교 예배당에서 27일(현지시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최소 11명이 숨지고 6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진은 사건이 일어난 예배당 인근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이 "증오와 폭력은 답이 아니다"라고 쓴 손팻말을 들어올리고 있는 모습. 이번 사건의 범인은 로버트 바우어스란 40대 남성으로, 범행 직전 "유대인 다 죽어라"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2018.10.28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다음달 6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선거와 관련된 강력사건들이 줄을 이으면서 이례적으로 '핏빛 선거' 조짐마저 보인다. 지난 주말 유대교 회당에서 총기를 난사해 17명의 사상자를 낸 반유태인 사건까지 발생해 선거전이 갈수록 복마전이 돼가고 있다.
대통령 선거도 아니고 의회 선거(하원의석 전부, 상원 3분의 1)인데도 이처럼 치열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둘러싼 미국인들 사이의 찬반 대립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우세하다는 예상이 많은 가운데 치러지는 이번 선거가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 트럼프 대통령의 손발이 묶이고 2년 뒤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여부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트럼프를 끌어내리려는 민주당과 지키려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대립이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 정가의 이단아를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사회의 기존 관행을 과격하게 깨트리고 있다. 특히 그의 백인 우월주의를 옹호하는 듯한 인종주의적 자세, '미국 우선주의'로 인한 국제적 반발의 확산, 급진적인 감세 정책과 반복지정책 등은 반(反) 트럼프 민주당 지지자들의 결집을 자극하고 있다. 반면 친 트럼프 공화당 지지자들 역시 민주당 지지자 결집에 대한 반작용으로 결집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양 정치 진영 사이의 대립이 거세지면서 20세기 후반 중도 보수, 중도 진보의 온건 정치를 꽃피우며 지구촌 민주주의를 이끌었던 미국 정치에 폭력과 테러의 우려가 커지는 등 혼돈의 정치로 전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AP/뉴시스】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CNN 방송으로 발송된 소포 폭탄, 이 사진은 ABC 방송이 입수해 공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지금까지 발견된 10개의 소포 폭탄 중 최소 몇 개는 플로리다주 오파로카로부터 발송된 것으로 우편 기록 분석 결과 드러났다고 25일 말했다. 2018.10.26
◇ 유대인 공격과 파이프폭탄 배달 사건에 트럼프 책임론 팽배
트럼프 대통령은 피츠버그 유태교 회당 총격 사건 직후 "미국에서 반유대주의와 종교적, 인종적 증오나 편견이 설 자리는 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런데도 미 CNN 방송은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론을 주장하는 논평을 내보냈다. CNN은 "증오에 대한 트럼프의 위선이 빛을 발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트럼프가 2016년 대선 때부터 해온 반종교적, 반인종적 발언들을 낱낱이 소개하면서 그가 증오를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대부분 반트럼프 성향을 보여온 미 주류 언론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더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정계와 언론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인들에게 이번 사건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조지 소로스와 저명 유대인들 상당수가 노골적으로 반트럼프 성향을 보여온 마당이므로 이번 사건은 대체로 트럼프대통령과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주 미국 정계는 민주당 지도자 및 유명 민주당 지지 인사들에게 파이프 폭탄이 다수 배달된 사건으로 들끓었다. 그런데 주말에 검거된 범인이 트럼프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해온 공화당원인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트럼프와 공화당이 궁지로 몰리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그 덕분에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로 인식되는 중간선거 전망도 점차 나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NBC방송/월스트리트 저널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업무수행 지지도는 그가 취임한 이래 가장 높은 47%로 올랐다. 갤럽의 조사에서도 9월 초순 38%였던 지지도가 지난 주 44%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지율은 2010년과 1994년 중간선거에서 집권 민주당이 참패할 당시의 대통령 지지도와 같거나 못치는 것이지만 선거일을 앞두고 상승추세를 보였기 때문에 공화당에 고무적인 결과로 비쳐졌다. 그러나 피츠버그 유대인 학살과 파이프 폭탄 사건로 이같은 추세가 꺽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미국의 정치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유대교 회당에 총기를 가진 경비원이 있었다면 희생자가 없을 수도 있었다"면서 오히려 총기소지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또 언론이 미국의 분열을 조장해 이런 사건들이 일어났다고 비난함으로써 그의 책임론을 부각시키는 주류 언론의 움직임을 적극 견제하고 있다.
트럼프의 이런 행동은 열광적인 지지자들을 결집시킨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주말 지원유세 현장에는 이번 선거기간중 가장 많은 지지자들이 모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본 트럼프 대통령은 피츠버그 유대인 학살 이후 민주당 지도부가 선거유세를 일시 중단한 것과는 반대로 예정된 유세 일정을 모두 진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샬럿=AP/뉴시스】23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설치된 사전투표장에 시민들이 입장하고 있다. 2018.10.24.
◇ 역대 최고 투표율 예고…트럼프 둘러싼 찬반 대립 격렬 방증
지난 주 NBC/WSJ 공동조사에 따르면 이번 중간선거는 투표율이 역대 중간선거보다 가장 높을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가 중간선거에 관심이 매우 크다고 답했다. 이는 투표율이 61%로 근래 가장 높았던 2006년 중간선거보다 더 높은 것이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 공화당 지지자, 여성, 백인, 흑인, 히스패닉 등 모든 인구 구성에서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선거일을 2주일 앞두고 집계된 사전투표자 수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타겟스마트 조사에 따르면 810만명이 이미 투표를 함으로써 2016년보다 20만명이 증가했다. 대통령 선거가 함께 치러진 2016년보다 중간선거만 있는 올해 선거에 이미 더 많은 유권자가 투표한 것이다. 중간선거만 있었던 2014년과 비교하면 사전투표자수는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타겟스타트는 밝혔다.
높은 사전투표율이 공화당과 민주당 어느 쪽에 유리할 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역대 중간 선거 투표율이 50%를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음을 감안할 때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처럼 높은 관심은 논란을 촉발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 행보에 대해 찬성과 반대 여론이 격렬히 맞붙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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