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무장관이 日銀 등 떠밀었나…"그림자 총재" 말까지 나왔다

기사등록 2026/06/17 15:44:39

최종수정 2026/06/17 16:40:24

다카이치 정권 신중론 속 美·시장 압박 작용

엔저·물가 불안에 움직인 日銀…다음 인상 경로는 더 불투명

[베이징=AP/뉴시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만찬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2026.05.14.
[베이징=AP/뉴시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만찬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2026.05.14.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31년 만에 최고 수준인 1%로 올린 데에는 미국의 압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조기 인상을 주문했고, 해외 시장에서는 그를 두고 “그림자 일본은행 총재”라는 말까지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7일 일본은행의 이번 금리 인상이 단순한 통화정책 판단을 넘어 시장과 미국이라는 ‘두 외압’에 떠밀려 결정된 측면이 강하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지난 5월11일 방일 중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에게 “지금 올려야 나중에 더 큰 폭으로 올리는 일을 피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주저하면 인플레이션이 가속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행이 뒤늦게 더 가파른 인상에 나서게 되면 경제와 금융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런 압박의 배경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금리 인상에 신중하고, 일본은행도 정권 기류를 의식해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었다고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는 닛케이에 설명했다.

일주일 뒤 베선트 장관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회의 참석 중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와도 직접 만났다. 일본 재무성 간부는 이를 두고 베선트 장관이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던 일본은행의 등을 사실상 떠민 것으로 해석했다.

해외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베선트 장관이 ‘그림자 일본은행 총재’”라는 말까지 나온다. 미국 조사회사 SGH매크로어드바이저스는 이 같은 평가를 내놨다.

[도쿄=AP·교도/뉴시스]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19일 도쿄 일본은행 본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6.03.19.
[도쿄=AP·교도/뉴시스]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19일 도쿄 일본은행 본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6.03.19.
베선트 장관이 일본 금리 문제에 목소리를 낸 이유는 단순히 일본을 위한 조언은 아니었다.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미루면 엔저와 인플레이션 불안이 커지고, 결국 일본 장기금리가 더 가파르게 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 경우 해외에 투자돼 있던 일본 자금이 본국으로 돌아오면서 미국 국채 매도와 미국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베선트 장관이 조기 인상을 압박한 것은 일본 장기금리의 무질서한 상승을 막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미국 정부의 의중을 읽은 다카이치 정권도 움직였다. 다카이치 총리와 우에다 총재는 지난 5월22일 총리관저에서 3개월 만에 회담했고, 일본은행은 회담에서 확인한 기류를 바탕으로 6월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 인상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4월 하순 열린 직전 회의 때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중동 긴장으로 경기 불안이 커지면서 총리관저 내부에서는 금리 인상이 기업과 민간 투자 심리를 식힐 수 있다는 신중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와 우에다 총재의 회담 전후로 기류가 바뀌었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세계적인 흐름도 감안해 금리 인상을 용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닛케이에 말했다.

실제 주요국 중앙은행은 다시 인플레이션 억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1일 약 3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섰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도 금리 인상을 언급하는 고위 인사가 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세계 장기금리 상승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특히 월가에서는 일본 장기금리 급등이 미국 국채 등 해외 채권 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2023년 8월18일 일본 도쿄의 도쿄증권거래소에 전자 주식 시세판이 표시돼 있는 모습. 2026.05.21.
[도쿄=AP/뉴시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세계 장기금리 상승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특히 월가에서는 일본 장기금리 급등이 미국 국채 등 해외 채권 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2023년 8월18일 일본 도쿄의 도쿄증권거래소에 전자 주식 시세판이 표시돼 있는 모습. 2026.05.21.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에서 뒤처질 경우 물가 통제가 더 어려워지고, 엔화 약세와 장기금리 상승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일본 정부 안에서 커졌다. 결국 일본은행은 우여곡절 끝에 정책금리를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1%로 올렸다.

다만 일본 정부가 금리 인상에 여전히 신중하고, 일본은행도 이를 의식하는 구조는 여전히 남아 있다.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 참석한 기우치 미노루 경제재정상은 금리 인상이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상환 부담에 미칠 영향을 언급하며 일본은행에 금리 인상 배경과 영향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우치 경제재정상은 주변에 금리를 올린다면 정부가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전에 다카이치 총리와 회의에서 어떤 입장을 낼지 논의했고, 시장 금리 상승을 누그러뜨릴 카드로 일본은행이 내년 봄 국채 매입 축소를 멈추기로 한 점을 정부 측 성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벌써 다음 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압박이 나온다. 그러나 정권의 신중론, 일본은행 독립성 논란, 엔화 약세와 물가 압력이 얽히면서 앞으로의 정책 결정은 더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닛케이는 엔화 약세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장기화하는 현 상황은 외압에 떠밀려 금리를 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일본은행의 한계도 보여준다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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