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5' 리뷰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잠깐, 신작에 관해 얘기하기 전에 먼저 전작으로 되돌아가자.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1995년 처음 나왔을 때부터 어린이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었다. 이 프랜차이즈는 장난감들의 모험담을 그리는 동시에 누구나 맞닥뜨리는 인생의 물음들을 가볍지 않게 풀어내곤 했다. 1편은 존재 불안과 존재 그 자체에 관해 고민했다. 2편은 존재 한계와 유한성에 대한 이야기였고, 3편은 이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이별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과정이었다. 4편은 존재 이유의 변화와 주체적 삶을 서사 중심에 뒀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시점은 우디·버즈 등 장난감이었다. 아마도 픽사는 이제 토이로 웬만한 스토리를 다 풀어냈다고 생각한 듯하다. 5번째 영화에 이르자 이들은 그 시선을 장난감에서 부모로 중심 이동한다. 1995년 소녀·소년이었던 관객이 이제 부모가 돼 있을 테니까 말이다.
102분 간 이어지는 '토이 스토리5'의 중심은 물론 여전히 장난감이다. 보니가 스마트기기 릴리패드를 갖게 되면서 보니의 최애 인형이었던 제시는 이제 뒷전으로 밀려난다. 릴리패드 화면만 보고 있는 건 진짜 놀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제시는 보니가 다시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하려 애쓰지만 소용이 없고, 또 다시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보니를 몰래 따라 나섰다가 사고가 발생, 불스아이와 함께 길에 남겨진다. 제시와 불스아이를 발견한 노부부는 제시 바지에 쓰인 주소로 이들을 가져가 전달하고, 제시는 자신이 도착한 곳이 첫 번째 친구 에밀리의 집이라는 걸 알게 된다. 제시는 에밀리와 추억을 떠올리는 한편 다시 보니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보니에게 장난감 놀이의 재미를 다시 되찾아주기 위해 애쓴다.

'토이 스토리5'의 액션과 코미디는 전작이 쌓아 올린 전통을 충실히 계승한다. 각 장난감 개성을 살린 코미디는 30년 넘게 이어오는 픽사의 장기 중 하나. 특히 스마트기기 릴리패드와 함께 구세대 전자기기 스마티팬츠 등이 만들어내는 웃음은 무리하는 법 없이 자연스럽다. 카우걸 제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액션 역시 충분한 스펙터클을 보여준다. 특히 후반부 말 인형이 대거 등장하는 장면이라든지, 버즈 군단 합류 후 펼쳐지는 드론 시퀀스는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장난감들의 실존적 물음 역시 빠지지 않는다. 언제라도 버려질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려온 제시는 릴리패드의 등장에 또 한 번 트라우마에 직면하나 우연찮게 에밀리의 마음을 확인하며 두려움을 극복한다. 이 시리즈를 성실히 따라온 관객에겐 제시의 이 돌파가 충분히 저릿한 순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이 스토리5'가 전작들과 비교할 때 이야기 전반에서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는 건 이 영화의 시각이 모험과 성장에서 양육이라는 현실 문제로 꽤나 많이 옮겨 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 각본을 쓰고 연출한 앤드류 스탠턴 감독과 매케나 해리스 감독은 5편에서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더 정확히는 '스마트기기를 아이에게 쥐어주지 않는 게 불가능한 시대에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고민한다. 영화는 어떤 제한도 없이 스마트기기에 빠져 지내는 아이들의 놀이 방식과 소통 형태를 보여주는 데 충분한 시간을 쓰며 공을 들인다. 말하자면 현재 부모 세대가 자랄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이 시대 아이들의 놀이 문화를 마주하고 어찌 해야할지 모르는 부모들의 난감함을 '토이 스토리5'는 그려내려는 듯하다. 해리스 감독은 지난 8일 한국 언론과 간담회에서 "스태프 중 많은 사람이 부모"라고 했다.

'토이 스토리5'는 양육자 책임을 강조하며 스마트기기 사용을 통제하지 못하는 부모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한다. 쉽게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보니에게 릴리패드라는 쉬운 방법을 제안하는 건 어쨌든 그의 부모다. 그리고 보니의 부모는 제시가 보니를 걱정하는 것만큼 보니에게 장난감 놀이의 즐거움을 다시금 일깨워주려는 노력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보니의 부모는 보니가 릴리패드를 쓰다가 마음에 상처를 입은 뒤에야 그 스마트기기를 딸에게서 거둬들이지 않나. 이 영화는 스마트기기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들 못지 않게 스마트기기에 중독돼 있는 어른들의 모습을 동시에 포착한다. 그렇게 '토이 스토리5'는 장난감 이야기에서 스마트기기를 포함한 그 모든 장난감으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라는 이야기로 전환한다.
그렇다고 해서 '토이 스토리5'가 스마트기기를 적대시 하거나 악마화 하는 건 아니다. 1편에서 버즈가 그랬던 것처럼 릴리패드는 새로운 장난감일 뿐이다. 다만 이 최첨단 장난감이 최소한 아이들에게만큼은 그저 여러 장난감 중 하나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또 한 번 이 프랜차이즈의 미래에 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앤디와 우디가 이별하는 3편이 나왔을 때 대부분 관객이 이제 '토이 스토리'는 막을 내렸다고 했다. 우디가 자기 삶을 찾아 떠나는 4편이 나왔을 때도 많은 이들이 '토이 스토리'는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스마트기기와 함께 7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성장에서 양육으로 시점 이동을 한 이 스토리의 6번째 챕터가 어떻게 나아갈지 지켜보는 것도 이 작품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기쁨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