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과징금 톱20 중 15개가 담합…이유는 '무더기 연루'

기사등록 2026/05/15 10:42:40

최종수정 2026/05/15 11:56:23

담합 특성상 다수 업체 가담…합산액 키워

입찰 담합에는 미낙찰 '들러리'사에도 부과

비카르텔 5건…퀄컴·삼성·구글·쿠팡 등 제재

"법과 원칙에 따라 제재…담합 등 감시 강화"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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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역대 과징금 상위 20개 사건 중 대부분이 부당한 공동행위, 즉 담합 사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담합 사건이 다른 법 위반 행위에 비해 가담자가 많아 과징금이 합산 계산되는 영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정부 등에 따르면 공정위 역대 과징금 상위 20개 사건 중 75%에 해당하는 15건이 담합 행위에 대한 제재였다.

담합 사건이 아닌 비카르텔 사건은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2건과 삼성의 계열사 부당지원, 구글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쿠팡의 부당한 고객유인 등 5건이었다.

담합 사건이 과징금 순위 상단을 차지한 이유는 일종의 통계적 착시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법 위반 정도가 큰 것도 한 몫 하지만, 다수 사업자가 가담해 과징금을 합산하는 카르텔 제재의 특성이 더해진 것이다.

개별 기업에 부과되는 과징금은 크지 않더라도, 적게는 3개 사업자에서 많게는 수십개까지 가담하는 카르텔 특성상 합산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실제로 역대 과징금 2위에 해당하는 LPG 공급사들의 담합 사건은 7개 사업자가 가담했고, 6위에 해당하는 제강사들의 담합 사건에서는 11개 사업자가 제재를 받았다.

특히 입찰 담합의 경우 낙찰을 돕기 위해 형식적으로 참여한 '들러리' 사업자에게도 과징금이 부과돼 사건별 총액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우선 담합을 통해 낙찰 받은 사업자에게는 계약금액을 모두 관련매출액으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한다.

낙찰받지 못한 들러리 사업자에 대해서도 일부 감액이 있지만 원칙적으로 낙찰자의 입찰단가를 기준으로 과징금이 부과된다.

예컨대 13개 사업자가 참여한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담합과 28개 사업자가 참여한 호남고속철도 관련 입찰담합은 각각 과징금 역대 4위, 5위를 차지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CJ제일제당의 브랜드 백설과 삼양사의 큐원 등 설탕 제품이 진열돼 있다. 2026.02.12.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CJ제일제당의 브랜드 백설과 삼양사의 큐원 등 설탕 제품이 진열돼 있다. 2026.02.12. [email protected]

카르텔은 성격에 따라 경쟁을 원천 차단하는 '경성 카르텔'과 일부 효율성 증대 효과가 있는 '연성 카르텔'로 구분된다.

가격·수량·시장분할·입찰담합 등은 효율성 증대 효과 없이 경쟁제한 효과만 발생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보고, 공정위가 구체적인 경쟁제한 효과에 대한 심사 없이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다.

반면 거래조건이나 정보교환 등 담합은 일부 효율성 증대 효과가 있을 수 있어 경쟁제한 효과와 효율성 증대 효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 제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역대 3위에 오른 설탕 담합 사건이 대표적인 경성 카르텔 사건이다.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제당 사업자 3개는 장기간 가격 및 물량을 담합해 과징금 총 3960억원을 부과 받았다.

역대 8위에 해당하는 4대 시중은행의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정보교환 담합 사건은 연성 카르텔 사건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이들이 정보교환을 통해 LTV 산정의 적정성 제고나 신용리스크 감소 등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반면, 경쟁사 간 영업 전략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를 통한 경쟁 회피라는 경쟁제한 효과를 확인해 과징금 2720억원을 부과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공정위 관계자가 스마트폰의 필수 부품인 퀄컴사의 모뎀칩셋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6.12.28.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공정위 관계자가 스마트폰의 필수 부품인 퀄컴사의 모뎀칩셋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6.12.28. [email protected]


한편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등 비(非)카르텔 사건은 주로 단일 기업의 행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과징금 규모가 카르텔 사건에 비해 보다 순수하게 해당 법 위반 행위의 중대성을 나타내게 된다.

카르텔의 틈바구니 속에서 상위권을 점유한 비카르텔 사건은 총 5건이다.

퀄컴은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로 2009년과 2017년 각각 2732억원과 1조3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으며 역대 1위와 7위에 이름을 올렸다.

퀄컴은 본인이 보유한 표준필수특허를 이용해 경쟁 칩셋 제조사의 성장을 방해하고 단말기 제조사에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을 강요한 행위로 제재를 받았다.

삼성은 2021년 삼성웰스토리에 급식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에 대해 과징금 2349억원을 부과 받았다.

이후 행정소송이 진행됐는데, 지난달 서울고법은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이 부당하다고 보고 과징금 전부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린 상황이다.

구글은 2021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지배력을 이용해 스마트폰 제조사에 OS 탑재를 강요한 건으로 과징금 2249억원을 부과 받았다.

당시 공정위는 3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거쳐 앱마켓 수익을 기초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모바일 OS는 무료로 라이선스 돼 관련 매출액 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쿠팡은 2024년 알고리즘을 이용해 자사 상품(PB)을 검색 상단에 노출한 행위로 과징금 1628억원을 기록했다. 쿠팡이 공정위에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해당 사건은 현재 서울고법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가 과징금 상한과 하한을 모두 높이는 등 경제 제재 강화 기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향후 과징금 순위에도 변동이 있을 전망이다.

특히 심의를 앞두고 있는 전분당과 밀가루 담합 사건의 관련 매출액이 역대 3위인 설탕 담합의 약 2배에 달하는 만큼 '역대급' 과징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제재 여부와 과징금 규모 등을 결정하고 있다"며 "특히 민생 물가에 직결되는 담합 사건 등에 대한 감시를 지속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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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과징금 톱20 중 15개가 담합…이유는 '무더기 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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