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70% 이상, 살던 곳에서 거주 희망
돌봄 부담 등에 퇴원 못하고 병원으로
![[전남=뉴시스] 전남 소재 한 요양병원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3.04.19. photo@newsis.com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https://img1.newsis.com/2023/04/19/NISI20230419_0019860331_web.jpg?rnd=20230419165643)
[전남=뉴시스] 전남 소재 한 요양병원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3.04.19. [email protected]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아들이 며느리랑 왔다 가면서 '도망가자'면서 뛰어 나가더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집에 데려달라 하겠어요."
경기도 성남 소재 한 재활병원에 입원 중인 70대 변모씨는 저녁 식사 후 연속극을 하기 전까지 2시간가량 하염없이 걸어다닌다. 입원 전에는 저녁 준비와 설거지, 집안일로 한창 바쁘게 보냈을 시간이다.
변씨가 입원한 건 치매 때문이다. 집에서 가스 불을 켜놓은 것을 잊어버려 불이 날 뻔한 적이 있고 길에서 집을 찾지 못해 헤맨 적도 있다. 중증은 아니어서 처음에는 입원을 거부했지만 자식에게 부담이 된다는 마음에 잠깐 병원에 있어보자는 게 1년이 흘렀다.
변씨는 입원 한 달 후부터 집에 가겠다며 자녀들이 면회왔다가 돌아갈 때 같이 엘리베이터에 따라 타려고 시도도 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자신이 집에 가려 할수록 자녀들의 면회 횟수도 줄어드는 것 같아 어느 순간부터는 귀가를 포기했다고 한다.
변씨처럼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돌봄 공백 등 의료 외적인 이유로 입원하는 경우를 사회적 입원이라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요양병원 입원 환자 55만여명 중 15.6%인 약 8만명이 사회적 입원으로 볼 수 있는 선택입원군 환자다. 의학적으로는 불필요한 입원이기 때문에 사회적 입원으로 인한 재정적 손실이 요양병원에서 최대 1조3000억원, 일반병원에서 1조8000억원이 넘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회적 입원의 주된 이유는 퇴원 후 돌봄 공백이다.
경기도 시흥 소재 한 한방병원에 입원 중인 60대 배모씨는 결혼을 하지 않아 배우자도, 자녀도 없다. 젊었을 땐 공백을 느끼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고 스스로 식사 준비나 일상생활을 하기 버거워지자 조카의 도움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병원에 안 있고 싶다"면서도 "지금도 조카가 필요한 걸 사주러 매주 면회오는 게 미안한데 더 짐이 될 것 같아서 집에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사회적 입원은 비단 노년층만의 일은 아니다. 50대 김모씨는 뇌경색으로 편마비가 온 30대 자녀의 간병을 위해 수도권에서 의료기관 옮겨다니며 4년째 병원 생활 중이다. 더 이상 재활치료로 상태가 호전되지 않을 것임을 느끼고 있지만 돌봄과 경제적 부담 때문에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퇴원을 하면 그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혼자 간병을 해야 하는데 엄두가 안 난다"며 "병원에 있으면 삼시세끼 밥 주고 재활치료도 해주고 따로 생활비도 안 나가지 않나. 병원비는 실손보험 처리하면 몇십만원 안 나온다"고 말했다.
집에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는 대표적으로 장기요양 재가급여가 있지만 통상 사용 가능 시간이 하루 3시간 정도에 그친다. 퇴원환자 지원사업이나 가족 휴가, 일시 보호 등의 서비스도 있으나 일정 기간에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올해 3월부터 시행한 통합돌봄 역시 여러 서비스를 연계해서 제공하는 것으로, 돌봄 제공 시간 자체를 획기적으로 늘리지는 못한 한계가 있다.
결국 돌봄의 공백은 가족의 몫으로 남는다. 재단법인 돌봄과미래가 4월 23일부터 2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돌봄 제공 방식으로 65%가 가족이었고 공공 돌봄서비스는 23%에 불과했다. 또 70%는 경제적 부담, 61%는 시간적 부담, 59%는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 등 돌봄으로 인해 돈·시간·스트레스의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서 노인 70% 이상은 거동이 불편해져도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을 고려하면 돌봄 공백을 해소하는 게 시급하다.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퇴원 후에 돌봐줄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있어도 그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되기 때문에 사회적 입원이 발생한다"며 "국가가 돌봄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고 사회적으로 고통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간다면 좀 더 돌봄 기반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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