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언어, DMZ를 건너다…최돈미 'DMZ 콜로니' 국내 첫 출간

기사등록 2026/04/30 10:38:46

한국계 첫 전미도서상 수상작

김혜순 시 번역가로도 알려져

[서울=뉴시스] 'DMZ 콜로니' (사진=문학사상 제공) 2026.04.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DMZ 콜로니' (사진=문학사상 제공) 2026.04.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시인 김혜순, 최승자, 이상 등의 시를 번역해 세계에 알린 한국계 미국인 시인 최돈미의 2020년 전미도서상 수상작 'DMZ 콜로니'(문학사상)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최 시인의 시집이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시집은 시각 자료, 다큐멘터리 등을 결합한 작품인 'KOR-US' 3부작 중 두 번째 편이다. 한국계 시인 최초 전미도서상 수상 기록을 세운 작품이기도 하다.

전미도서상 수상 당시 작품은 "참혹하면서 경각심을 일깨우며 생존자들의 증언, 그림, 사진, 손으로 쓴 글들을 짜깁기하여 사실과 비판적 상상력 사이의 진실을 파헤친다"라는 평을 받았다.

총 8막으로 구성된 작품은 전쟁과 분단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시, 산문, 사진, 수기 등 여러 장르가 결합했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난 최 시인은 1972년 군사정권의 정치적 박해를 우려해 사진기자 아버지와 홍콩으로 이주했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캘리포니아예술대학(칼아츠)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시인은 작품에서 당시를 회상한다.

"당시 아버지는 독재정권이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며 우리 가족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하셨다. (중략) 돌이켜 보면 우리는, 모두 이별과 향수병으로 아파하던 중이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어머니 말씀처럼 어떻게든 정착할 길을 찾아야 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새들처럼 살았다." (27쪽)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과 '새들처럼' 살아야 했던 가족사에 대한 회고와 함께 오늘날 다시 이 시대를 자신만의 언어로 비춘다.

아울러 비전향 장기수 안학섭에 대한 이야기, 페미니스트 학자 겸 인권 활동가 안김정애와의 대화, 한국전쟁으로 고아가 된 사람들의 진술 등으로 당시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다시 불러낸다.

김혜순 시인은 추천사에서 "최돈미도 글을 써나가면서 재현의 수치를 견뎌내는 듯하다"며 "지독한 현실은 검열과 수치를 건너서 실험 극장의 언어가 된다. 증언과 대화는 최대의 언어 실험장이 된다"고 썼다.

이어 "리얼리즘의 언어는 고문과 검열과 번역을 건너서 모더니즘의 언어 실험이 된다"고 했다.

최돈미는 김혜순의 작품을 번역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시집에서 그는 번역에 대해 '잃어버린 줄 알았던 언어를 되찾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방인으로서 나는 대다수의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중략) 이방인으로서 나는 오직 날개의 언어만을 이해했다. (중략) 그럼에도 나는 더 많은 날개들, 내 귀환의 언어를 찾아 나섰다." (28쪽)

비무장지대면서 분단을 상징하는 DMZ는 언어적으로 한국어와 영어 경계에 서 있는 시인을 투영하는 공간으로 읽힌다.

저자는 북위 38도 위를 날아가는 기러기 떼로부터 "번역가 구함! 나를 고용해줘, 나를"이란 외침을 들었다고 고백한다. 이는 곧 번역가이자 이방인으로 한국에 돌아온 그에게, 다시 언어의 날개가 달리는 장면처럼 다가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이방인의 언어, DMZ를 건너다…최돈미 'DMZ 콜로니' 국내 첫 출간

기사등록 2026/04/30 10:38:46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