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제미나이에 백기 든 애플…아이폰 '플랫폼 허브' 전략 먹힐까

기사등록 2026/03/31 06:01:00

최종수정 2026/03/31 06:58:24

WWDC 앞두고 'AI 허브' 전략 가시화…자체 개발 대신 플랫폼 개방 선택

외부 AI 연동하는 '확장 프로그램' 도입…HW 우위 바탕으로 'AI 허브' 조준

AI 구독 길목 잡고 '30% 수수료' 수익성 극대화…실리적 패배 선언 될까

[뉴욕=AP/뉴시스]2011년 12월7일 미국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근처에 있는 애플 로고. 2011.12.07.
[뉴욕=AP/뉴시스]2011년 12월7일 미국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근처에 있는 애플 로고. 2011.12.07.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그간 폐쇄적인 생태계를 고수하며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자체 개발'의 벽을 높게 쌓았던 애플이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챗GPT와 구글 제미나이 등 시장을 선점한 거대 AI 모델들과의 정면 승부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아이폰을 전 세계 AI 비서들이 모여드는 '플랫폼 허브'로 재편하겠다는 전략이다.

오는 6월8일 개최될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26)를 앞두고 흘러나오는 애플의 차세대 AI 로드맵은 혁신적인 자체 엔진 개발보다는 '개방과 공존'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는 구글과 오픈AI를 추격하기엔 이미 시기를 놓쳤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전략적 유연함을 선택한 것이 아이폰을 모든 AI 서비스가 모이는 통로로 만들어 생태계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구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 '나 홀로 AI' 한계 봉착…시리 내부에 챗GPT·제미나이·클로드 들어온다

31일 폰아레나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차세대 운영체제(OS)에 AI '확장 프로그램(Extensions)'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용자가 시리(Siri)를 통해 단순히 애플의 자체 AI를 쓰는 것이 아니라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외부 AI 챗봇을 직접 다운로드해 시리 내부에서 연동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특히 애플은 구글의 제미나이 기술을 시리의 기반 엔진으로 이식해 근본적인 지능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시리는 경쟁 서비스 대비 낮은 응답 품질로 인해 사용자들의 불만을 사왔다. 애플은 자존심을 굽히고 경쟁사의 기술을 수용함으로써 '일단 쓸만한 비서'를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앱스토어 내에 AI 도구 전용 섹션을 신설해 이른바 'AI 앱스토어' 체제도 구축할 전망이다. 이는 애플이 과거 메일, 지도, 인터넷 브라우저 등에서 자체 앱을 제공하면서도 G메일이나 구글 맵, 크롬의 설치를 허용하며 생태계를 확장했던 성공 방정식을 AI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AI 경쟁 완전히 지느니 길목 지킨다"…30% 수수료 챙기는 실리적 선택

업계에서는 애플이 최근 AI 전략의 방향을 급선회한 것을 두고 사실상의 '패배 인정'이면서,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생존 전략을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픈AI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거대언어모델(LLM) 경쟁에서 단기간에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냉정한 내부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모든 사용자 경험을 직접 통제하려 했던 기존의 고집을 꺾는 대신 아이폰이라는 강력한 하드웨어 점유율을 무기로 AI 서비스들의 '길목'을 장악하겠다는 게 애플의 계산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애플은 외부 AI 챗봇이 아이폰 생태계에 들어오는 대가로 강력한 수익 모델을 유지할 전망이다. 사용자가 앱스토어를 통해 AI 서비스 유료 구독을 결제할 경우 애플은 기존과 동일하게 결제액의 30%를 수수료로 챙기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직접 AI 모델을 훈련시키고 천문학적인 컴퓨팅 비용을 감당하는 대신, 타사 AI들이 아이폰 사용자들을 두고 경쟁하게 만들면서 가만히 앉아 수익을 거두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AI 분야에서 뒤처진 것은 사실이지만, 전 세계 수십억대의 기기를 연결하는 하드웨어 생태계가 여전한 만큼 플랫폼 제공자로서의 우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워 온 애플인 만큼 여러 AI 모델을 통합 관리하는 과정에서 '안전한 AI 허브'라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서울=뉴시스] (위쪽부터) 구글 제미나이, 애플 인텔리전스 로고 (사진=구글, 애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위쪽부터) 구글 제미나이, 애플 인텔리전스 로고 (사진=구글, 애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중간 관리자' 전락 리스크는 숙제…생태계 주도권 유지가 관건

다만 이러한 전략이 애플에게 장기적인 '승전보'가 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AI의 핵심 엔진을 외부에 의존하게 될 경우, 단순히 기기와 사용자 사이를 잇는 '중간 관리자'나 '껍데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AI가 차세대 OS의 역할을 수행하는 상황에서 핵심 기술력을 잃는 것은 뼈아픈 대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애플이 자체 AI 기술력 확보에 실패하고 중개인 역할에만 머무를 경우 장기적으로 AI 생태계의 주도권을 오픈AI나 구글에 완전히 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드웨어가 상향 평준화되는 상황에서 서비스 핵심인 AI 지능마저 외부에 의존하게 된다면 애플의 '브랜드 프리미엄'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애플의 이번 피벗(전략 수정)이 하드웨어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최선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 세계에 보급된 수십억 대의 아이폰이 AI 서비스의 필수 관문이 된다면, 어떤 AI 기업도 애플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WWDC26에서 공개될 애플의 AI 전략은 독자 기술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전 세계 AI 서비스들이 아이폰이라는 무대 위에서 경쟁하게 만드는 지배적 플랫폼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애플의 선택이 성공했는지 여부는 아이폰 사용자들이 외부 AI를 시리처럼 자연스럽게 쓰게 될 때의 영향력으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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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제미나이에 백기 든 애플…아이폰 '플랫폼 허브' 전략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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