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울린 BTS '아리랑'…불안을 헤엄치는 성숙한 '스윔'

기사등록 2026/03/23 06:04:00

21일 광화문광장 공연에 10만 운집

넷플릭스 190개국 생중계로 광화문 미학 각인

"답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었다"…뿌리 '아리랑' 선택 이유

"다양성과 포용성으로 나아가는 정체성의 선언"

"K-팝이 공간과 역사 위에 새겨지는 또 하나의 방식"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광화문광장 컴백라이브.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2026.03.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광화문광장 컴백라이브.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2026.03.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600년 시간을 견딘 고궁의 월대(越臺)가 동시대의 가장 뜨거운 박동을 수신했다.

글로벌 슈퍼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밤 광화문 광장에서 쏘아 올린 '아리랑'은, 단순한 컴백의 신호탄을 넘어 자신들의 뿌리를 긍정하며 세계라는 거대한 바다로 다시 헤엄쳐 나가겠다는 성숙한 예술가의 '출사표'였다.

2022년 10월 부산 공연 이후 3년5개월 만의 완전체 무대로 선택한 광화문광장은 단순히 상징적인 장소를 넘어 그들이 도달한 '회귀를 통한 확장'을 시각화하는 거대한 캔버스이기도 했다.

10만 보랏빛 물결이 운집한 현장은 이제 물리적 광장을 넘어, 전 세계 190개국을 잇는 디지털 공유지로 확장됐다.

하이브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넷플릭스의 '빅딜'

이번 공연의 규모감은 하이브의 마케팅 전략과 미국 내 네트워크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광화문 광장 'BTS 라이브 아리랑'의 제작비 일체는 세계 최대 OTT 플랫폼 넷플릭스가 부담했다.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을 고려할 때 최소 100억 원대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빅딜'은, 하이브 아메리카가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와 직접 소통하며 성사시켰다.

이는 단순히 거대 자본의 유치를 넘어, 광화문과 경복궁이라는 한국의 문화유산을 전 세계 190여 개국 거실로 실시간 전송하며 '광장의 세계화'를 이뤄냈다. 안전으로 인해 열려 있어야 할 광장이 오프라인에서 물리적으로 닫힌 인상을 준 점은 아쉽지만, 분명 유의미한 지점이다.

영국 런던의 애비로드가 '비틀스'를 통해 성지가 됐듯, 광화문은 이제 전 세계 '아미(ARMY)'들에게 한국적 미학의 정점으로 각인됐다. 영국 BBC방송 등은 앞서 방탄소년단에게 '21세기 비틀스'라는 수식을 부여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컴백을 기념해 'BTS 컴백 라이브 : 아리랑'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공동취재) 2026.03.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컴백을 기념해 'BTS 컴백 라이브 : 아리랑'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공동취재) 2026.03.21. [email protected]
이번 공연 무대 연출 역시 '건곤감리'를 테마로 삼아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 무대에서 펼쳐진 미디어 파사드는 수묵화 같은 유려한 선으로 광화문 외벽을 감쌌고, 국립국악원 연주자들과의 협연은 음악적 질감을 입체적으로 살려냈다.

'스윔(SWIM)', 불안과의 동행을 택한 성숙한 시선

예술이란 형용할 수 없는 붙일 수 없는 고민을 다르게 말하기다. 방탄소년단에게 3년9개월 만에 발매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은 그들이 통과해온 불안과 고뇌에 '우리다운 이름'을 붙이는 과정이었다.

'아리랑'은 발매 당일에만 398만 장이 판매되며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스윔'은 스포티파이 '데일리 톱 송 글로벌' 차트 1위를 차지하며 'BTS 2.0'의 위력을 증명했다.

특히 '스윔'은 평양냉면처럼 담백한 매력을 지녔으면서도, 거센 흐름을 거스르기보다 자신만의 속도로 담담히 헤엄쳐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RM은 공연 도중 "전환점에서 어떤 아티스트로 남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많이 물어봤다. 답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었다"며 "고민이나 불안을 솔직하게 담아내는 것이 이번 앨범의 목표였다"고 고백했다. 슈가 역시 "잠시 멈춰야 했던 시간 동안 무엇을 지키고 변화해야 할지 고민했다. 불안한 감정 또한 우리 자신이다"라고 덧붙였다.

성장이란 불안의 소멸이 아니라 '불안과의 동행'을 배우는 과정이다. 이들은 국위선양이라는 경직된 훈장을 떼어내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성장의 통증'을 대변했다. 이번 활동은 국가대표 가수 방탄소년단이 비로소 우리 곁의 '국민가수' 반열에 오르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10만 명의 질서, '공유지'가 된 광화문의 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복귀하는 방탄소년단(BTS)의 'BTS 컴백 라이브: ARIRANG' 공연이 21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펼쳐지는 가운데 팬덤 '아미(ARMY)'가 응원봉을 빛내고 있다. 이번 공연은 세계 190개국에 생중계된다. 2026.03.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복귀하는 방탄소년단(BTS)의 'BTS 컴백 라이브: ARIRANG' 공연이 21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펼쳐지는 가운데 팬덤 '아미(ARMY)'가 응원봉을 빛내고 있다. 이번 공연은 세계 190개국에 생중계된다. 2026.03.21. [email protected]
이날 광화문에는 하이브와 서울시 추산 10만4000명이 운집했다. 10대(8.8%)부터 40대(26.2%)까지 전 세대를 관통하는 예매 분포(놀 티켓 기준)는 방탄소년단이 이제 특정 팬덤의 전유물을 넘어 한국 사회의 '보편적 정서'가 됐을 물리적으로 증명했다.

조용필이 산업화 시대의 고독을 어루만지고, 서태지가 억눌린 자아를 해방시켰다면, 방탄소년단은 파편화된 개인들을 '연대'라는 이름으로 묶어냈다. 공연 후 쓰레기를 줍고 질서 있게 퇴장하는 팬덤 '아미'들의 모습은 '질서의 미학' 그 자체였다.

하이브는 "광화문 일대 시민과 상인분들께 불편을 드려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아리랑' 앨범 발매 당일 발생한 대전 화재 사고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결국 광화문의 무대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언급했듯, 이들 일곱 명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위적인 경계를 허물고 함께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우리 모두의 '공유지'였다.

'BTS 예술혁명 : 방탄소년단과 들뢰즈가 만나다'의 저자인 이지영 한국외대 세미오시스 연구센터 연구교수는 "앨범 '아리랑'은 뿌리에 대한 확인이자, 다양성과 포용성으로 나아가는 정체성의 선언"이라면서 "광화문은 민중들이 위기 때마다 나라를 구했던 역사적 장소이며, BTS는 이곳에서 '아리랑'이라는 공동체의 노래를 통해 한국의 역사를 이어 온 민중들의 공동체를 계승하는 의미 역시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해석했다.

조혜림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 선정위원)도 "각자의 솔로 활동이라는 시간을 지나온 멤버들이 다시 모여, BTS가 노래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이번 앨범은 '함께'라는 언어를 다시 꺼내드는 서사임에 동시에, 앞으로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면서 "서울의 중심이자 역사의 한가운데인 광화문에서 울려 퍼진 '아리랑'은 BTS의 서사를 공공의 기억으로 확장시키며, 팬덤을 넘어 시대와 호흡하는 순간을 만들어냈다. K-팝이 공간과 역사 위에 새겨지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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