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이 부른 수사권 혼란…경찰 "내란죄 수사 우리가"

기사등록 2024/12/09 06:00:00

최종수정 2024/12/09 07:35:09

검찰·경찰 이어 공수처도 '내란죄 수사' 가세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 후 제도 정비 부족

민주당, 상설특검 예고…"결국 일반특검 할 듯"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국가수사본부 2024.06.1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국가수사본부 2024.06.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의 수사 주도권 경쟁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가세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혼잡에는 지난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 이후 제대로 된 수사권 정리가 뒤따르지 않아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기준 검찰은 내란죄로 고발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신병을 확보했고, 경찰은 김 전 장관의 국방부 집무실과 공관 등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와 PC, 노트북을 확보한 상태다.

공수처는 전날 검·경에 사건 이첩을 요청하며 자신들이 수사하겠다고 통보했다.

공수처가 사건 이첩권을 행사한 배경에는 '공수처의 범죄 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수사에 대해 수사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 등을 고려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 공수처법 24조 1항이 있다.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의 '우월적 지위'를 보장한 해당 조항은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를 허물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었다. 윤 대통령이 대선 당시 폐지를 공언했으나 실행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는 가운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두번째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는 가운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두번째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03. [email protected]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내건 문재인 정부는 검찰의 직접 수사 분야를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로 축소하고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단행했다. 2021년에는 고위공직자 범죄를 전담하는 공수처도 출범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직후 검찰청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부패·경제범죄 등'을 폭넓게 해석하면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대부분 복구됐다.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후속 입법을 위해 2022년 7월 국회 형사사법체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설치됐으나, 여야 견해 차로 11개월 만에 빈손으로 막을 내렸다.

현 정부 들어 '초미니 수사기관'으로 전락한 공수처는 주요 사건을 대부분 검찰로 이첩하면서 수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공수처가 이첩요청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사례도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부당채용 의혹 사건 ▲김학의 출국금지 수사외압 의혹 사건 ▲경찰 고위간부 뇌물 사건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에 불과하다.

공수처는 내란죄가 직접 수사 범위는 아니지만, 자신들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직권남용죄와 직접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수사 인력 정원을 늘리고 지원 요건을 완화하는 법이 21대 국회에서 수 차례 발의됐으나 대부분 폐기됐다. 국회가 공수처 출범 이후 제도 정비에 손을 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선고가 23일 오후 결론난다. 사진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펄럭이는 검찰기. 2023.03.23.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선고가 23일 오후 결론난다. 사진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펄럭이는 검찰기. 2023.03.23. [email protected]
결국 여러 수사기관이 공존하면서 반부패수사는 경찰과 검찰이, 고위공직자 수사는 검찰과 공수처가 나눠 갖는 혼란이 이어졌다. 정치적 선호에 따라 여당은 검찰에, 야당은 경찰·공수처에 정치 사건을 주로 고발하는 행태도 계속됐다.

이번 비상 계엄 사태는 이런 '불편한 동거'가 표면 위로 드러나는 분수령이 됐다는 평가다. 150여명 규모의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을 꾸린 경찰은 검찰의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거절하고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경찰청 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전날 "법령상 내란죄는 경찰의 수사 관할인만큼, 경찰에서 책임감 있게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공수처의 사건 이첩 요청은 법리 검토 후 알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청장이 내란죄로 고발된 만큼 결국 특검에서 사안을 다루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등 야권은 오는 10일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사태 관련 특검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상설특검법에 근거한 특검으로, 법안 의결을 통한 일반 특검이 아닌 만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상설특검은 파견 검사 최대 5명, 파견공무원은 최대 30명에 불과해 150여명 규모의 경찰 특별수사단보다도 작다. 수사기간도 최대 90일에 불과해 제대로 진실을 규명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야권이 결국 일반특검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를 주도할 텐데 특검을 해야 하지 않겠냐"며 "국민의힘에도 특권을 거부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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