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지지율 10%대·녹취 공개에 여권 위기감
한동훈, 윤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 공개 요구
영남·친윤 의원들도 대통령실 국면전환 행동 촉구
탄핵 경험한 3선 의원들, 당·대통령실 변화 공개 주문
상임고문단·시도지사도 쇄신과 당정 화합 촉구
한동훈, 대통령실 대응 보면서 향후 수위 조절할 듯
[서울=뉴시스] 이재우 한은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취가 공개된 이후 국민의힘에서 변화와 쇄신 요구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한동훈 대표나 친한동훈계 뿐 아니라 친윤석열계에서도 쇄신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중진 의원, 당 원로, 시도지사까지 나서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쇄신을, 한 대표를 향해서는 당정 화합을 주문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여권 전체에 퍼지면서 계파를 불문하고 쇄신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침묵하던 한 대표는 닷새 만인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를 공개 요구했다. 국정기조 전환과 대통령실 인적 쇄신, 개각, 김건희 여사 대외 활동 즉각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 명씨 의혹 관련 수사 등 기존 요구안도 거듭 요구했다.
한 대표는 지난 닷새간 공개 발언을 자제하고 대통령실에 사실관계 공유와 조속한 쇄신, 시정연설 참석 등을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시정연설 불참을 결정하는 등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대국민 사과를 새롭게 요구하는 등 발언 수위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이번 사태 관련 메시지 내용과 수위를 정하기 위해 중진을 비롯해 당 안팎의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을 거쳤다고 한다.
한 대표는 "국민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께서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 대통령과 명씨 통화는 당선인 시절 통화로 법적 문제가 없다'는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주장에 대해서는 "법이 앞장서서 등장해야 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며 "국민께서 듣고 싶어 하는 말씀은 전혀 다른 것일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지지도가 10%대로 하락하고 영남권 지지도도 급락하자 친윤계서도 혁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구 달성군이 지역구인 추경호 원내대표는 4일 최고위에서 "국민의힘은 국정 운영의 무한한 책임을 지는 집권여당"이라며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성원에 미치지 못한 점들을 깊이 성찰하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당정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했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보수 단일 대오로 윤석열 정권을 지켜야 한다"면서도 "대통령실에도 요구하겠다. 대통령실은 적극적으로 주도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지금 국면 전환용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말이 국민에게 알려지고 있다. 지금은 국면전환을 위해서는 뭐든지 해야 할 때"라고도 주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경험한 3선 의원들도 같은날 추경호 원내대표 주재 간담회에서 여권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당과 대통령실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다만 당정이 분열하지 않고 단합해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김성원 의원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과 대통령실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국민 눈높이에 맞춰 함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며 "원내와 용산이 더 많은 소통을 통해 분열하지 않고 단합해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이 최선이 아닌가(라는 의견들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원로인 상임고문단도 지난 3일 중앙당사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 목소리를 경청해달라고 주문했다. 상임고문단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에게 화합도 당부했다.
당 상임고문단 회장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당정 화합이 중요하다. 당정 화합에 모두 신경 써달라. 대통령과 당이 힘을 합쳐서 구국의 노력을 해달라는 의견이 있었다"며 "대통령은 취임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의 목소리를 잘 경청하고 판단해달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지방행정 책임자이자 중진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도 같은날 윤 대통령을 향해 "임기 후반기의 성공적인 국정 수행을 위해 적극적인 국민과 소통과 국정 쇄신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바 있다.
다만 한 대표도 윤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과 등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야당이 요구하는 김건희 특검법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친한계는 윤 대통령에게 공이 넘어간 만큼 대통령실의 반응에 따라 향후 대응 수위를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에게 쇄신을 요구하면서도 핵심 지지층인 영남권의 탄핵 트라우마 또는 배신자 프레임을 자극하는 상황은 피하려는 모양새다. 친한계 당직자는 뉴시스에 "김건희 특검법은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