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공교육서 다루지 않는 문제 내면 사교육 의존"
"킬러문항 내지 말라는 뜻…지나치게 개입" 지적
[세종·서울=뉴시스]김정현 김경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방향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을 두고 교육계에서 이례적으로 '쉬운 수능을 지시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구체적 대입제도 개편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 수험생 불안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이날 오후 윤 대통령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교육개혁 보고를 받고 '공교육 교과과정(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 교과과정(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를 다루면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인 사교육비 경감 방안의 시작이라는 취지였다. 교육부와 통계청의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부총리가 사후 브리핑에서 "굉장히 중요한 데 원론적인 지시",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있는 문제 제기"라 표현했듯 윤 대통령의 지시는 겉보기에는 현재의 수능 출제 기조와 큰 차이가 없는 내용이다.
수능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근거해 매년 3월 말까지 공표하는 기본계획에 근거해 출제된다. 매년 시험의 성격과 목적에 대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출제해 고교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한다'고 정의한다.
국가 교육과정은 학교에서 운영해야 할 수업 등 교육 활동의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기준을 정의한 고시로, 교과서나 수업 내용 역시 이를 벗어날 수 없다.
문제는 매년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육과정의 범위가 줄고, 그에 따라 수능 출제 범위가 변화해 오면서 교육과정 범위 안에서 지엽적인 내용을 출제하거나 내용을 꼬아서 내는 '킬러 문항'이다.
매년 수험생들이 어렵다고 느끼는 '킬러 문항'이 사교육업체 분석으로 제시되고, 이를 분석하는 교육 시민단체에서는 '평가원이 교육과정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해 오던 것 역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구본창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수능에 연계되는) EBS 교재부터 교육과정과 100% 맞는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험생들은 교재에서 봤으니 쉽게 느끼기도 하지만 지문이나 어휘가 지나치게 어렵기도 하다"고 말했다.
학원가에서는 이른바 '적중률 높은' 모의고사 문제나 킬러문항 파훼법을 통해 수험생을 끌어 모으고, 몇 문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의대를 준비하겠다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준비반이 성행하는 실정이다.
교육계에서 이날 대통령의 지시를 두고 곧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내지 말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날 오후 자료를 내고 "전반적으로 수능이 쉽게 출제될 수 있다"며 "국어 독서 지문에서 고난도 킬러문항 배제될 가능성이 높고, 수학도 변별력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대통령 발언에 대해 "수능을 쉽게, 어렵게 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출제 당국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며 "코로나19로 학생들의 학력을 잘 알지 못해 수험생 수준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없앤다고 사교육비가 잡힌다는 전제 역시 잘못이라는 평가다.
너무 어려워 못 푸는 '불수능'도 문제지만, 너무 쉬워 몇 문제만 틀려도 1등급을 얻지 못하는 '물수능' 역시 재수생을 불필요하게 양산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구 소장은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 내에서 정상적인 수능 출제를 하라는 지시는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면서도 "시험이 평이하게 나왔을 때 고득점자가 많아지면서 조금만 틀려도 2, 3등급으로 밀리는 상황이 많아지니 고득점을 맞아야 한다는 부담이 중상위권 수험생들에게 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경원 정의당 교육 분야 정책위원은 "대통령 발언이 ‘쉬운 수능’인데, 적용이 당장이라면 혼란은 불가피하다"며 "‘쉬운 수능’은 ‘문제 하나 틀리면 나락’ 될 수 있어 수험생의 불안은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렇게 해석의 여지가 많다 보니, 오늘 대통령 발언은 신호로서는 여러모로 아쉽다"며 "해석의 여지 없도록 분명한 메시지여야 했다. 교육정책이나 입시정책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보인다"고 말했다.
너무 어려워 못 푸는 '불수능'도 문제지만, 너무 쉬워 몇 문제만 틀려도 1등급을 얻지 못하는 '물수능' 역시 재수생을 불필요하게 양산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구 소장은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 내에서 정상적인 수능 출제를 하라는 지시는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면서도 "시험이 평이하게 나왔을 때 고득점자가 많아지면서 조금만 틀려도 2, 3등급으로 밀리는 상황이 많아지니 고득점을 맞아야 한다는 부담이 중상위권 수험생들에게 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경원 정의당 교육 분야 정책위원은 "대통령 발언이 ‘쉬운 수능’인데, 적용이 당장이라면 혼란은 불가피하다"며 "‘쉬운 수능’은 ‘문제 하나 틀리면 나락’ 될 수 있어 수험생의 불안은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렇게 해석의 여지가 많다 보니, 오늘 대통령 발언은 신호로서는 여러모로 아쉽다"며 "해석의 여지 없도록 분명한 메시지여야 했다. 교육정책이나 입시정책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보인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은 대입제도는 예측가능성과 신뢰성이 생명이라며 당국이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아야 사교육을 억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확실히 쉬운, 수능은 자격고사 수준으로 바꾸고 대학들이 그에 맞춰 입시 전형을 전반적으로 손보겠다는 식의 구체적 제도를 제시하라는 것이다.
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아무리 교과서에서 배운 것만 수능에 내라고 해도 1등부터 꼴찌까지 줄세우는 한 사교육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 올해 대입은 관계 법령상 수정이 불가능한 상황인데 보여주기식 발언은 아니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구 소장은 "대입에서 상대평가 수능의 영향력이 강한 현실이 야기하는 과도한 경쟁 문제는 여전하다"며 "이것이 사교육 참여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상적인 수능 출제를 비롯해 종합적인 대입제도 개선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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