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과 이상기류…당내 李비판 본격화
"걱정 필요없다"서 "달리면 되지"로
친윤 '李, 자기 정치로 尹 정부 부담'
강성 지지층, 李대표 선출부터 비토
李, '尹心어필' '혁신 드라이브' 대응
위기 넘겨도 '잦은 갈등' 개선 필요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진짜 위기'에 봉착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이상 기류가 본격적으로 감지되면서 '친윤' 그룹을 중심으로 하는 당내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이에 이 대표는 이른바 '윤심'에 적극 다가가는 한편 '당 혁신 여론전'을 통해 위기 극복을 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오는 7일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 징계 심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 대표는 증거인멸교사 논란에 앞서는 '성 상납'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윤리위 징계 개시에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였다. "세상 필요 없는 게 이준석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 윤리위 개최 전 회동했다는 보도에 대통령실이 전면 부인하고 나서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징계 여부를 떠나, 이 대표 리더십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표면화됐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달리면 되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라고 위기의식을 일부 드러냈다.
이 대표가 맞은 위기의 구조적 배경은 크게 두 갈래로 보인다.
"이게 대통령 돕는 당인가"에…李, '윤심' 직접 공략
장제원 의원이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실명으로 "이게 대통령을 도와주는 정당인가"라고 토로한 일이나, 배현진·김정재 의원 등이 당 혁신위원회에 이 대표의 입김이 크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일 등이 이같은 상황을 드러낸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승을 거둔 '승장'임에도 곧바로 당권 위기에 봉착한 것은 당 주류 그룹이 비토론을 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과 인수위원회 기간 윤 대통령을 보좌했던 한 의원은 "2030 지지의 상징성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이른바 '윤심'에 직접 호소하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22일 윤리위 징계 심의 개시 이후 회의석상 발언을 멈추고 윤 대통령의 공약을 뒷받침하는 지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징계 결정일 전날인 오는 6일에는 첫 고위 당정회의(대통령실 참석)에 참석한다.
이 대표는 특히 지난 29일 경북 포항시의 영일만대교 부지와 국가해양정원을 찾고 30일에는 경주시의 월성원자력본부를 방문했는데, 모두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 내지 정책 기조와 깊은 관련이 있는 장소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귀국한 1일 서울공항에 윤 대통령 마중을 나가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그는 "'이번에 성과가 너무 좋았던 것 같다'고 하니까 웃는 표정이 나왔다"며 "'성과가 한국에서 보기에도 의미가 좋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강성 지지층 비토에…'혁신위' 드라이브 맞불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전당대회 당시 대구 연설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을 배척하지 못해 통치불능의 사태에 빠졌기 때문에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시 전당대회가 3파전 구도였음에도 일반 여론조사에서 홀로 과반을 차지했으나, 역시 3파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원 투표에서는 37%에 그쳐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 뒤졌다. 이 대표에 대한 지지층 일각의 비토론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 대표는 '혁신'을 주창하면서 당내 주도권을 다시 쥐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대표가 띄운 혁신위원회의 핵심은 결국 '철학 부재와 국정농단 사태로 실패한 새누리당의 전철을 밟지 말자'로 요약되고, 최근 징계 국면에서 이 대표와 가까운 당내 인사들은 '이준석을 쳐내면 자유한국당 회귀'라고 말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혁신위와는 문제의식 공유만 했다'고 선을 긋는 한편, 자신은 남은 임기 동안 호남 정치영역 확장과 청년 당원 확보를 중점 추진할 뜻을 밝혔다. 이는 대선 대전략이었던 '서진정책'과 '세대포위론'의 연장이기도 하다.
징계 넘겨도…'이준석 리더십' 위기 재발 가능성
이에 이 대표는 '윤심 구애'와 '혁신 여론전'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윤심 구애'와 '혁신 여론전'은 각기 '친윤'과 '강성 지지층'에 대응하는 해법인데, 서로 교차해서 봐도 해당 사항이 있다. 만일 당 윤리위가 7일 이 대표에게 별다른 징계 처분을 하지 않을 경우 이 대표는 다시 전선에 복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정치 스타일이 바뀌지 않으면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초까지 당권 주자로 분류되지 않았던 이 대표는 '할 말 하는 30대'의 돌풍을 일으키며 당대표에 선출됐다. 그러나 대표 선출 후에도 SNS와 언론을 통해 잦은 설전을 벌여 분란을 빚었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이 대표가 처한 당내 고립무원의 상황은 '친윤과 갈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당 구성원 다수가 이 대표의 능력과 공헌을 인정하지만, 불만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재역'을 자처하며 이 대표와 함께 대선을 이끈 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퇴임하면서 "이 대표는 당 지지 확보에 상당히 큰 역할을 했다"면서도 "사람에게는 누구나 장단점이 있고, 가급적이면 단점보다 장점을 더 내세워서, 앞으로도 긍정적 역할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전한 바 있다.
친윤 그룹과의 당권 투쟁이라는 표면적 위기를 넘어 '이준석 리더십' 자체의 위기 재발을 막으려면 스타일 변화를 통한 당내 지지기반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은 그만 했으면 한다. '말을 왜 그렇게 세게 하냐'(고 하는데), 태클을 세게 걸지 않나"라고 예의 주장을 펴면서도 "세게 들이받으니까 세게 얘기한 건 선거를 이기기 위한 것이고, 제가 '자기 정치'를 하면서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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