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영국 콘월서 G7 정상회의 개막…공식 환영식 현장 취재
백신 맞은 정상들, 마스크 없이 단체 촬영· 가림막 없는 원탁 회의
'초대' 받은 문재인 대통령도 콘월 도착…12일부터 확대 회의 참석
[콘월(영국)=뉴시스] 이지예 기자 =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11일(현지시간) 2년 만에 만났다. 정상들은 영국 콘월의 푸른 바닷가를 배경으로 마스크 없이 시원한 미소를 드러내 보이며 첫 인사를 나눴다. 머지않아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듯했다.
<뉴시스>는 이날 G7 정상회의의 개막 행사 격인 공식 환영식을 한국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현장 취재했다. 현장은 보안 우려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계 각지에서 모인 기자들 중 30여 명에게만 셔틀 버스로 제한적인 접근이 허용됐다. AP, 로이터, 블룸버그, EPA, 아사히 등 주요 외신들과 함께 G7 미디어팀의 배려로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유럽연합(EU) 등 강대국 정상들이 첫 만남을 가질 카비스 베이 해안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평소라면 휴양객들이 모래사장을 즐기고 있겠지만 이날은 정상들이 단체 촬영을 할 단상 주변으로 갈매기 몇 마리만이 서성였다.
취재진이 진열을 정비하는 사이 정상들이 묶고 있는 '카비스 베이 호텔' 시설 안에서 낯익은 얼굴들이 '팔꿈치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트레이드 마크'인 헝크러진 샛노란 머리가 어두운 색의 창문을 통해서도 선명하게 보였다.
환영식에 앞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정상들과 배우자들이 비공식적으로 환담을 나누는 듯했다. G7 국가의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2019년 8월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는 미국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무산됐다.
G7 정상회담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발발 이래 전 세계 방방곡곡의 정상들이 대면으로 한데 모이는 국제 회의는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들의 몇 차례 '마스크 회동'을 빼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마지막으로 멀리서도 한눈에 띄는 '백발'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기 장소에 들어섰다.
올해 의장국인 영국의 존슨 총리가 '새 신부' 캐리 여사와 먼저 무대에 올랐고 나머지 정상들도 배우자와 함께 또는 혼자서 차례차례 나와 양국 간 촬영을 먼저 했다.
대기 장소에서는 일부 정상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공식 환영식에서는 모두 '노 마스크'였다.
존슨 총리는 시종일관 여유로운 태도로 다른 정상들을 안내하며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술 더떠 취재진을 향해 "다 같이 물에 들어가자"고 농담했다.뒤이은 정상들끼리의 단체 촬영도 일제히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진행됐다. 2년 만의 모임에 G7 리더들 얼굴에는 너나할 것 없이 환한 미소가 번졌다.
이날 자리한 정상들은 예방접종 여부가 알려지지 않은 샤를 미첼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제외하면 '최고참'인 바이든 대통령(78)부터 '막내'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3)까지 모두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정상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그의 '동맹 폄하'와 '돌발 언행'으로 골머리를 앓던 시간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겹게 인사를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 참석에 앞서 "미국이 돌아왔다"고 재차 강조했다.
오랜만에 만난 존슨 총리와 유럽 지도자들 역시 긴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으로 얼굴을 붉힌 지난 시간을 잊은듯 화기애애했다.
촬영을 마치고 퇴장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적극 다가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해변을 벗어나는 내내 바이든 대통령을 '독차지'하고 얘기를 나눴다. 친한 사이 같아 보이지만 사실 두 정상은 이날 처음 만났다.존슨 총리가 '24세 연하'의 캐리 여사 손을 꽉 잡고 성큼성큼 걸어나가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둘은 겨우 2주 전 '깜짝' 결혼식을 올렸다. 존슨 총리는 단상에서 "결혼식을 하는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이번이 세 번째 결혼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는 "결혼식에 온 것 같다"고 농담했다.
G7 회원국 중 유일한 아시아 국가인 일본의 스가 총리는 말 없이 옅은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서 있다가 정상들 중 맨 뒤에 서서 해변을 걸어 나왔다.
환영식을 마치고 곧바로 카비스 베이 호텔 내부에서 첫 번째 G7 정상회의 세션이 열렸다. 취재진 출입은 몇몇 카메라 기자에게만 허용됐고 옆에 따로 마련된 미디어 대기 공간에서 10분 가량 회의 앞부분을 생중계했다.
정상들은 회의장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원탁에 빙 둘러 앉았다. 널찍하게 착석하긴 했지만 이들 사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사용되는 투명 가림막은 찾아볼 수 없었다.한편 회담장인 카비스 베이 호텔은 가까이서 보니 규모가 크지 않았다. 이 호텔은 단 47개의 객실로 구성된 최고급 휴양 호텔이다.
회의 기간 한미일 정상회담은 추진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각의 예상처럼 '작은 공간'에서 얼마든지 비공식적으로라도 만남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에 초청받은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후 늦게 콘월에 도착했다. 한국을 비롯해 호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개국 정상이 올해 G7 회의에 초청국으로 참여한다. 문 대통령은 이튿날부터 열리는 확대 회의에 자리할 예정이다.
인사를 나눈 한 외신기자는 한국 기자라고 소개하자 "한국 대통령이 G7 회의에 오는 건 처음이 아니냐"고 물었다.
한국의 G7 정상회의 참석은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다만 당시는 러시아를 포함한 G8 체제에 10여 개 넘는 국가가 초청을 받은 반면 이번에는 한국을 비롯한 4개국만이 참관국으로 자리한다.한편 G7 회의장 일대 경비는 전날보다 훨씬 더 강력해졌다. 취재진 셔틀 탑승에 앞서 이날 오전 코로나19 검사에서 받은 '음성' 확인서를 반복적으로 검사했고, 공항 보안 검색과 유사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공식 취재 차량 역시도 회의장이 위치한 카비스 베이 구역에 진입하려면 경찰 검문이 필수였다. 마을에 들어가서는 경찰관 수백 명이 3~4m 간격으로 배치돼 있었고 주택가엔 폴리스 라인이 처졌다.
거리에는 강아지를 산책시키거나 운동복을 입은 주민들이 엄숙한 표정의 경찰들 사이를 지나며 이질적인 광경을 연출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대가 말그대로 '봉쇄'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