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암호화폐 제도화 준비…전문가들 "과도한 규제는 안돼"

기사등록 2021/05/21 05:00:00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주무부처 지목된 금융위는 여전히 "화폐로 인정할 수 없어"

전문가들 "규제 필요하나 지나치면 시장 자체 사라져"

[서울=뉴시스]정병혁 기자 =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 선언이후 암호화폐 시장에 충격이 계속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2021.05.1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정병혁 기자 =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 선언이후 암호화폐 시장에 충격이 계속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2021.05.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의 소극적인 태도에도 가상자산을 제도화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용자들을 보호하려는 제도적 장치는 필요하나, 지나친 규제는 자칫 시장의 싹을 아예 잘라버릴 것이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1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암호화폐 관련 법안을 첫 발의한 데 이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8일 암호화폐를 제도권 내로 편입해 불공정 거래 시 처벌하는 등 이용자 보호를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가상자산법'을 발의했다.

이밖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도 가상자산을 발행할 때 금융위원회의 심사와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전자금융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정치권이 가상자산 법안 발의에 서두르는 이유는 2030 젊은층들이 암호화폐에서 '마지막 희망과 기회'를 엿보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비트코인을 이용한 테슬라 차 결제 중단, 중국 정부기관의 암호화폐 사용 단속 등 각종 악재로 암호화폐 가격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피해 사례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발의됐거나 발의 예정인 법안들을 살펴보면 암호화폐 발행 등 가상자산업을 하려면 금융위원회에 신고, 또는 인가를 받도록 하고, 문제 발생시 이용자 자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김병욱 의원이 발의한 제정안은 가상자산거래업, 가상자산보관관리업을 할 경우 등록해야 하고, 이를 제외한 가상자산업을 하려면 금융위원회에 신고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또 시세조종 등 가상자산 불공정 거래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거래소에서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을 하도록 규정했다.가상자산 사업자들은 모두 자율규제기관인 가상자산업협회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금융위 등 금융당국의 감독 또는 업무검사를 통해 위법한 행위가 적발될 경우 등록취소 등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용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상자산업법안'은 가상자산사업자 중 가상자산거래업자가 되려면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했다. 무인가 영업행위를 금지하고, 미등록 영업행위와 명의대여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가상자산예치금을 고유재산과 구분해 별도 예치하거나, 가상자산이용자를 위한 보험계약 또는 피해보상계약을 맺도록 의무화했다.

이 의원은 또 가상자산업법 제정안의 후속법안으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특금법 개정안)'과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지난 14일 대표발의 했다. 현행 특금법에 금융정보분석원장이 가상자산업자의 신고를 수리하지 않을 수 있는 사유에 '가상자산업법'을 위반해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를 포함시켜 적격사업자만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또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공직자 및 공직후보자의 등록재산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준비 중인 '전자금융법 개정안'은 가상자산을 발행할 때 금융위의 심사·승인을 받도록 하고, 금융위 산하에 '가상자산발행심사위원회'를 만들어 사전심사를 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 가상자산거래업자의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를 의무화하고, 가상자산 예치금을 별도로 예치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들 법안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금융위는 정작 이에 대해 별다른 대응 또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여전히 "가상자산을 금융투자상품으로 인정할 수 없고, 투자자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만 유지하며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암호화폐를 금융투자상품으로 보지 않는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현재 범부처 공동대응체계를 통해 각 부처들이 맡은 암호화폐 관련 업무를 책임있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이 국회 심사대에 올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면, 금융당국도 좋든 싫든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

한편 전문가들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암호화폐를 제도화하는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도,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날인 20일 '암호화폐 미래는'을 주제로 열린 '제11회 뉴시스 금융포럼'에서 조진석 한국디지털에셋(KODA·코다) 이사는 "일본은 5~6개 코인만 상장 운영되고 있고 미국도 60여개인데 국내 거래소는 200여개로 너무 많다"며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거래소가 운영하는 암호화폐에 대한 적절한 통제 정책이 필요하며, 코인 통제가 되면 작전이나 가격 펌핑 문제가 많이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 이사는 "정부 관계자, 참여자들이 외부에서만 보는데 생태계 참여자들과 얘기해나가면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금 세탁, 불법 펌핑, 상장 등 자세히 뜯어보지 않고 무조건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부 참여자들과 해결책을 논의하면 충분히 건전한 신뢰 쌓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근영 더블유티아이에이(WTIA) 회장은 "만약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로 가서 앞으로 삼성전자에 디지털 위안화로 결제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올해 안에 이런 시장이 올 텐데 이러한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도 없고 큰 그림도 마련이 안됐다"고 우려했다.

이어 "구체적인 논의는 우리 뿐 아니라 여러 계층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법적 규제, 소비자보호는 기본적이고 전략자산 이런 논의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강태홍 숭실대 정보과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2001~2011년 우리나라가 파생상품 시장에서 세계 1위였다"며 "그러나 키코(KIKO) 등 몇 가지 사태가 발생했고 선·현물시장 변동성이 교차되면서 폭락했고 그러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규제를 강화시켰다. 이후 우리나라 옵션시장은 세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가상자산시장도 규제를 너무 세게 하면 시장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며 "10년이 지나도 (파생상품 시장이)아직 회복이 안 되고 있는데 규제라는 것이 그렇게 무섭고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굉장히 섬세하고도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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