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민연금, '경영개입 논란' 승계·M&A 관여 조항 삭제 검토

기사등록 2020/12/17 11:09:15

최종수정 2020/12/17 11:43:57

경영계 반발에 이사회 가이드라인 일부 수정

27개 세부원칙 중 12개 손질…논란 조항 삭제 검토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국민연금이 '과도한 경영 개입' 논란을 빚은 이사회 가이드라인 일부 조항을 삭제·수정해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정된 가이드라인은 내년 첫 기금위에 재상정해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국민연금은 기존 가이드라인에서 피투자회사 이사회가 산하 위원회를 신설해 고위경영진 평가 등을 담은 구체적인 최고경영자(CEO) 승계 방안을 마련하도록 주문했으나 해당 조항을 삭제하고 단순히 승계 정책을 공개하라는 수준으로 물러섰다.

또 회사가 주주 권리를 위해 총주주수익률(TSR)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조항, 감사위원회 전원 사외이사 구성 조항 등이 수정됐다. 인수·합병(M&A) 방어를 위한 수단이 경영진 보호용으로 활용돼선 안 된다는 조항은 전날 기금위에서 삭제하기로 매듭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뉴시스가 입수한 '국민연금기금 투자기업의 이사회 구성·운영 등에 관한 안내서' 안건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경영계 의견을 수렴해 기존 27개 세부원칙 가운데 12개 세부원칙을 수정해 지난 16일 기금운용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위 제10차 회의에 보고 안건으로 상정했다. 수정 과정에서 27개 원칙 중 1개 원칙이 빠지며 총 26개 세부원칙이 최종 보고됐다.

기금위 보고 안건으로 올라간 이사회 가이드라인 개선안은 일부 위원의 의사진행발언 등으로 논의가 길어지자 시간 관계상 내년 1월 열릴 기금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됐다. 기금위에서는 M&A 관련 조항만 삭제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조항은 차후 기금위 회의 심의에서 추가 논의를 거쳐 확정된다.

국민연금은 가장 논란이 됐던 CEO 승계와 관련해 경영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경영계는 의견 수렴을 위한 면담 과정에서 "기업 경영에 대한 국민연금의 과도한 개입이 우려된다"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국민연금은 이사회가 CEO의 승계 조치를 다루는 조직을 신설해 운영·권한·책임, 효율성 자체평가, 고위경영진에 대한 성과평가 등의 내용을 담은 구체적인 승계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으나 경영계의 반발을 고려해 비상시를 위한 승계 정책을 마련해 공개할 것을 요청하는 수준으로 낮춰 가이드라인에 담았다.

아울러 논란거리였던 명예회장이나 회장, 부회장, 사장 등 업무집행책임자의 승진이나 해임, 신규위촉 등 주요 인사상 의사결정에 대해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한 조항도 빠졌다.

또 국민연금은 피투자회사가 주가수익률과 배당수익률을 합산한 지표인 TSR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하고, 이를 어길 시 주주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할 것을 요구했던 내용을 담은 세부원칙을 전체 삭제했다. 다만 적절한 수준의 배당을 받을 주주의 권리는 존중돼야 한다는 내용이 다른 세부원칙에 포함됐다.

아울러 논란이 됐던 '회사는 M&A 방어수단이 소수주주 이익을 희생하거나 경영진과 이사회를 보호하는 용도로 활용되지 않도록 한다'는 조항은 기금위에서 삭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중간·분기배당의 근거를 정관에 마련하도록 하는 지침, 감사위원회와 보상(보수)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라는 지침 등이 삭제됐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10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10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6. [email protected]
이사회 가이드라인은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의 후속 조치 중 하나다.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12월 마련된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이어 이사회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 마련 성격으로 추진됐다.

가이드라인은 지난 7월 제8차 기금위에 보고됐으나 논의가 필요해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진행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경영단체와의 면담을 통해 의견을 수렴, 검토한 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올렸다. 수탁위는 "경영계 의견을 반영해 세부 내용을 삭제해 일견 아쉬우나,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욘 없다"며 기금위에 보고했다.

수탁위에서는 가이드라인을 세세히 짜지 않으면 추후 주주권 행사 때 근거가 사라져 주주가치 제고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구체화된 내부 규정 없이 다른 기관의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주주권 행사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 기금위원들 또한 원안보다 후퇴했다며 반발하고 있어 내년 1월 열릴 기금위에서 가이드라인과 관련한 치열한 논의가 예고되고 있다.

앞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6일 기금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투자기업 이사회 가이드라인에 대해 "시간 관계상 다음달 다시 기금위에 상정해 의견을 듣기로 했다"며 "수정되지 않고 다시 기금위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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