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 넘어 死地로"…황교안, 정치 인생 최대 승부수 득실은

기사등록 2020/02/07 18:18:31

이미 여당 선거프레임에 말려 운신 폭 제약

정면대결 피하면 당대표 리더십 더 흔들릴 수도

황 대표 낙선하면 보수진영 전체 타격 불가피

총선 승리하면 원내 입성, 대권가도에도 청신호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 종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2020.02.07.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 종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2020.02.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당대표가 4·15 총선출마 험지로 서울 종로를 택한 배경에는 원내 진입이라는 작은 실리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대권주자로서의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게 결과적으로 득실 면에선 더 유리하다고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황 대표가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고도 한 달 넘게 '험지'를 저울질하는 사이, 당 안팎에서 '우황좌황', '좌고우면', '황교활', '황재앙'등의 각종 조롱과 비판이 쏟아졌다. 정치권에서는 험지 출마를 선언한 후에 험지를 고르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고, 먼저 험지 출마부터 선언했더라도 내심 종로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면 서둘러 출마설을 부인해 진화에 나서는 게 현명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황 대표가 조용히 장고에 들어간 사이 여권의 간판이나 다름없는 이낙연 전 총리는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밑바닥 다지기에 나서 여론의 관심을 선점했고, 황 대표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자충수를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황 대표가 결단을 머뭇거리는 사이에 종로 외에 구로, 마포, 양천, 영등포, 용산 등이 지역구 후보군으로 흘러나오면서 당대표의 공천 논란을 더 키웠다. 여론에 등 떠밀려 종로에 출마할 경우 황 대표를 '험지'로 끌어들이려는 여권의 선거 프레임에 말려들 소지가 있고, 타지역에 출마할 경우 종로를 버리고 쉬운 길을 택했다는 '겁쟁이 프레임'에 갇혀 당심 뿐만 아니라 민심마저 잃게 된다.

일각에선 종로에 출마하지 않을 바에 차라리 백의종군 차원에서 불출마를 택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당대표가 중진들을 험지로 내몰면서 정작 본인은 총선정국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 숨어 선거전을 진두지휘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일었다.

결국 총선을 코 앞에 둔 시점에 리더십까지 흔들리자 황 대표는 일종의 출구 전략으로 '종로 출마'라는 승부수를 띄워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와 정면 대결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더불어민주당에서 서울 종로구 출마를 준비 중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6일 오후 광주 서구 천주교광주대교구청을 방문해 김희중 대주교와 만남을 갖고 있다. 2020.02.06.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더불어민주당에서 서울 종로구 출마를 준비 중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6일 오후 광주 서구 천주교광주대교구청을 방문해 김희중 대주교와 만남을 갖고 있다. 2020.02.06. [email protected]
황 대표는 장고 끝에 결단을 내렸지만 대한민국 '정치1번지'로 불리는 종로는 한국당으로서는 대표적인 험지인데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 전 총리와의 대결도 황 대표에게는 버거운 게 사실이다.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의 종로 출마는 험지보다 더한 '사지(死地)'가 될 수도 있다고 관측한다.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총리가 정치 경력 등의 중량감은 물론 여론조사에서도 황 대표를 압도적으로 앞선 만큼 황 대표의 당선 확률은 현재로서는 희박해보인다.

현재 보수 진영의 잠룡 가운데 대선 후보 지지율이 가장 높은 황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패할 경우, 보수 진영 전체에 미치는 후폭풍도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만약 황 대표가 21대 총선에서 원내에 입성하지 못한다면 대선 준비는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현재 한국당 당헌당규상 황 대표는 대선 1년 6개월 전인 올해 8월부터 물러나야 한다. 당대표직을 내려놓게 되면 당의 중심에서 멀어지게 되고 당 장악력도 떨어지게 된다. 황 대표로서는 총선에서 살아 남지 못할 경우 대권가도에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0년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뒤를 지나고 있다. 2020.01.0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0년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뒤를 지나고 있다. 2020.01.06. [email protected]
황 대표가 이낙연 전 총리에게 밀리고 있지만 '역전승'을 거둘 가능성도 없진 않다. 이를 위해 황 대표는 '정권심판' 프레임을 선거전략으로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와의 1대1 구도로 대결하는 건 역부족인 만큼 '황교안 대 문재인' 대결 구도를 밀고 나가 보수 유권자 뿐만 아니라 정권 실정에 등을 돌린 중도층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황 대표의 목표는 종로에서 일으킨 정권심판 바람을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이다. 그는 이날 당사에서 가진 총선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도 "종로를 반드시 정권심판 1번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가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신음하는 우리 국민들께서 선택할 시간이다. 정권의 폭정을 끝장내는 정권 심판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저 황교안, 문재인 정권심판의 최선봉에 서겠다.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을 종로에서 시작해 서울 수도권,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황 대표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다면 원내 입성은 물론 대권 주자로서의 몸값도 더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통합신당을 창당할 경우, 총선 이후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황 대표의 존재감이나 역할은 지금보다 한층 더 커지게 된다. 설사 총선에서 석패하더라도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와의 정면대결을 회피하지 않고 '자기희생'을 감수한 만큼 황 대표로서는 고정 지지층을 유지하면서 다음 대선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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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0/02/07 18:18:31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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