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까기 인형' 언제까지 글자만 볼거야...송년 ‘필람’ 공연

기사등록 2019/12/21 07:00:00

[서울=뉴시스]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사진= BAKi 제공) 2019.12.20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사진= BAKi 제공) 2019.12.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송년은 하나의 '의식'이다. '묵은 한 해'를 보낼 때 일정한 법식을 갖추는 것이 편리한 이유다. 그래서 특히 갖춰진 공연은 좋은 통로다. 올해 연말에도 여러 형태의 다양한 장르 공연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바야흐로 연말은 '호두까기 인형' 시즌

'어린이만 보는 공연'이라고 치부하며 종종 작품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오판이다. 발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콤비로 통하는 러시아 작곡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와 러시아 무용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탄생시킨 고전발레의 대표작.

독일 작가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인형과 생쥐 왕'이 바탕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은 소녀 '클라라'가 왕자로 변신한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과자의 나라로 모험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국립발레단은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한다. 국립발레단은 주인공 소녀 이름을 '마리'로 바꿨다. 마리가 크리스마스이브날 밤, 꿈속에서 호두 왕자를 만나 크리스마스 랜드를 여행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국립발레단의 간판인 수석무용수 박슬기와 김리회, 신승원, 이재우, 김기완을 비롯해 총 여덟 커플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특히 국립발레단과 예술의전당은 올해 25일 공연을 의미 있는 무대로 꾸민다. 크리스마스 당일이라 최대 유료 관객율을 기록할 것이라 예상됨에도 전석 모두 문화소외계층을 초대했다. 두 단체와 KBS1 TV가 협력, 공영사업으로 전환한 무대다. 이날 공연은 오후 2시부터 생중계된다.

유니버설발레단도 21~31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호두까기인형'을 선보인다.

[서울=뉴시스]  요엘 레비 음악감독. (사진= KBS교향악단 제공) 2019.12.20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요엘 레비 음악감독. (사진= KBS교향악단 제공) 2019.12.20 [email protected]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뿌리가 다른 '호두까기 인형'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찾는 것도 재미있다. 볼쇼이 스타일을 추구하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민족적인 색채·힘·웅장함이 볼거리다. 마린스키 스타일인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세련됨·정교함·화려함을 추구한다.

유니버설발레단도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홍향기-이동탁, 최지원-마 밍 등 간판을 내세운다. 이들 외에도 손유희-간토지 오콤비얀바, 김유진-필리포 안토니오 루사나, 베린 코카바소그루-임선우, 서혜원-이고르 콘타레프 등이 새로운 호흡을 선보인다.

유니버설발레단 역시 자원봉사애원과 문화 사각지대에 놓인 다문화 가정, 한부모 가정, 가출 청소년, 가정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공연 초대, 부대행사 등을 진행한다.
  
◇클래식 연말은 역시 합창 

인류의 형제애를 노래한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은 연말 클래식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다.

KBS교향악단은 올해 마지막 정기연주회인 26일 롯데콘서트홀,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무대에서 이 '합창'을 들려준다. 베토벤이 남긴 아홉 편의 교향곡의 마지막 작품이자 걸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의 백미는 마지막 4악장이다.

[서울=뉴시스] 종묘제례악. (사진= 국립국악원 제공) 2019.12.19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종묘제례악. (사진= 국립국악원 제공) 2019.12.19 [email protected]
합창단과 함께 연주되는 '환희의 송가' 부분에선 작곡가 베토벤이 온 인류에 남기고자 했던 평화의 메시지 등을 담는다. KBS교향악단과 소프라노 이명주,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테너 강요셉, 바리톤 이동환 등의 독창진, 130명 규모의 연합합창단(고양시립합창단·서울모테트합창단·서울시합창단)이 함께 참여한다.

 이번 무대에서 KBS교향악단은 번스타인의 '치체스터 시편'도 들려준다. 라틴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영어가 아닌 히브리어 가사로 부르는 미사곡이다. 성경의 시편 100편, 131편, 23편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마지막 종결부에 시편 131편 '보라, 형제들이 하나 되어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좋고, 얼마나 기쁜가?'로 화해와 화합을 강조하며 마무리 된다.

특히 이번 무대는 6년 간 KBS교향악단을 이끌어온 음악감독 요엘 레비의 고별 무대다. KBS교향악단은 "요비가 마지막 선곡한 두 곡은 KBS교향악단과 한국사회에 '평화와 화합'을 던진다"고 전했다.

서울시향도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이어 20일 같은 장소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들려준다. 매년 서울시향의 시즌을 마무리하는 대표 레퍼토리다. 수석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가 처음으로 서울시향의 포디엄에서 합창 교향곡을 지휘한다.

독창진이 화려하다. 지난겨울 평창 동계올림픽 '올림픽 찬가'의 주인공 소프라노 황수미와 빈 슈타츠오퍼의 전속가수 베이스 박종민 등이 함께 한다. 미국 출신 작곡가 찰스 아이브스의 1906년 작 '대답 없는 질문'이 합창에 앞서 청중에게 던져진다.

◇한국적인 송년 공연

'호두까기 인형', '합창'도 훌륭하지만 최근 한국형 송년 공연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서울=뉴시스]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사진 = 국립극장 제공) 2019.12.12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사진 = 국립극장 제공) 2019.12.12 [email protected]
국립국악원이 20~25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펼치는 송년공연 '종묘제례악-기억의 숨결'(연출 남동훈)이 대표적이다.

'종묘제례악'은 2001년 한국 전통문화 중 최초로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유산이자 1964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로 등록됐다.

국립국악원은 "이번 '종묘제례악'을 통해 우리의 전통 음악으로 한 해를 차분히 마무리 하고 새해의 희망을 기원하고 염원하는 의미를 담은 '한국적인 송년 문화 만들기'를 위해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고 소개했다.

종묘제례악은 조선 역대 왕들의 신위를 모신 종묘에서 제례를 올릴 때 연주하는 의식 음악이다. 음악 연주와 함께 추는 무용인 일무(佾舞)와 노래 등이 한데 어우러진다. 악, 가, 무 일체의 전통 예술을 담고 있다.

국립극장 마당놀이도 빠질 수 없다. 2014년부터 5년간 총 221회의 무대를 통해 관객 18만명을 끌어 모으며 명실상부, 자타공인 '한국형 송구영신(送舊迎新)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2020년 1월26일까지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를 펼친다. 작년 초연은 연일 매진으로 객석점유율 98.7%를 기록했다. 판소리계 소설 '이춘풍전'이 바탕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송년에 제격인 것은 풍자와 해학에 있다. 이야기는 옛날 배경이지만, 곳곳에 올 한해 이슈를 건드린다. 개막을 하루 앞둔 11일 시연회에서 검찰 앞 풍경, 훈풍과 살얼음을 오가는 남북 관계 등을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마냥 가볍게 다루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연극 '한여름 밤의 꿈'. (사진= 국립극단 제공) 2019.12.20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한여름 밤의 꿈'. (사진= 국립극단 제공) 2019.12.20 [email protected]
국립극장 마당놀이는 다사다난했던 올해 별 일 없었는지 안부를 묻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내년에 대한 부담감을 웃음으로 떨쳐내는 자리다.

◇연극 송년 공연은 역시 '한여름 밤의 꿈'

연극계 대표적 송년 공연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명작 '한여름 밤의 꿈'이다. 올해는 국립극단이 29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펼친다.

'한여름 밤의 꿈'은 '뜻대로 하세요', '십이야' 등과 함께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으로 꼽힌다. 사각관계에 놓인 네 명의 젊은이는 숲에서 잠든 사이 우연히 마법에 빠지고, 연극을 준비하던 노동자는 초자연적인 존재들을 만난다.

요괴, 마법 등 환상적인 요소들이 가득해 연말의 낭만적 분위기와 맞물린다. 창작극과 번역극을 오가는 연출가 문삼화는 '한여름 밤의 꿈'에서 셰익스피어의 낭만 희극 그 이상을 읽어낸다고 국립극단은 귀띔했다. "아마추어 연극을 준비하는 노동자들의 세 가지 세계를 계급과 계층의 이슈로 연결, 오늘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도 공감과 고민의 여지를 남긴다"는 것이다. 출연진은 국립극단 시즌단원이 주축이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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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9/12/21 07: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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