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
"40억 가치 보도, 시세차익 나면 크게 쏘겠다" 농담도
"까칠한 대변인, 감정적 날선 말 튀어 나와…제 미숙함"
"보수 언론들 만들어내는 논리에 정면 반박하고 싶어"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에 한 번만 의문을 달아주시길"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흑석동 상가건물 매입 논란 하루 만에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대변인은 29일 출입기자단 메시지를 통해 "막상 떠나려고 하니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얼굴이 맨 먼저 떠오른다"며 사의 표명을 공식화 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 출근하지 않고 자신의 거취를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은 "어제 여러분들 앞에서 해명을 하면서도 착잡했다"며 "여러분의 눈동자에 비치는 의아함과 석연찮음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너무 구차한 변명이어서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떠나는 마당이니 털어놓고 가겠다"며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고, 이 또한 다 제 탓"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남편의 무능과 게으름, 그리고 집 살 절호의 기회에 매번 반복되는 '결정 장애'에 아내가 질려있었던 것"이라며 "궁금한 점이 조금은 풀렸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또 농담을 전제로 "여러분들의 보도를 보니 25억을 주고 산 제 집이 35억, 40억의 가치가 있다고 했다. 사고자 하는 사람을 소개시켜주시기 바란다. 시세차익을 보면 크게 쏘겠다"고 했다.
이어 "평소 브리핑 때 여러분들과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가볍고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이렇게라도 풀고 간다. 건승하십시오. 멀리서도 여러분의 기사를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까칠한 대변인'이라 표현한 김 대변인은 "불친절을 넘어서 강퍅하기 그지없는 대변인이었다"면서 "춘추관에 나와 있는 여러분이 싫어서는 결코 아니다. 여러분 뒤에 있는 보도 책임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보수 언론들이 만들어내는 논리에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었다"며 "그렇지 않은 언론사라도 잘못된 주장에 휩쓸리지 말라고 외치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려고 했던 건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였다. 하지만 번번이 감정적으로 흐르고 날선 말들이 튀어나왔다"며 "다 제 미숙함 때문이다.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생각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내 정치적인 문제는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기에 타협하고 절충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하지만 한반도 문제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족의 명운이 걸려있고, 우리가 사는 터전의 평화 번영과 직결돼 있다. 사실 하노이 회담 이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자칫 어그러질 경우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겁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에 한 번만 의문을 달아주시기 바란다"며 "기사를 작성하면서 한 번만 더 생각하고 써주시길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 27일 '2019년도 공직자 정기재산 변동 사항'을 통해 김 대변인이 지난해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한 상가건물을 25억2700만원에 매입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적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은행 대출 10억원과 사인간 채무, 전세금까지 '올인'해 상가건물을 매입한 것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 정책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 대변인은 은행대출 10억여원과 개인적 채무로 1억원, 종로구 옥인동 전세금 4억8000만원 등 보유재산 14억원을 더해 매입 자금 25억7000만원을 마련했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30년 가까이 전세를 살았다. 팔순 노모를 모시기 위해 집이 필요했고, 마침 저와 아내의 퇴직금 여유가 생겨 매입하게 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겨레 선임기자 출신의 김 대변인은 지난해 1월29일 충남도지사 선거 출마로 사의를 표명한 박수현 전 대변인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았다. 흑석동 상가 건물 매입 논란으로 1년2개월 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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