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재판 3월11일 오후 2시30분으로 연기
【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자신의 형사재판에 또다시 출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27일에 이어 두 번째 불출석이다. 법원은 다음 재판을 오는 3월11일 오후 2시30분으로 연기하는 한편 강제 절차인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구인영장은 법원이 신문에 필요한 피고인 또는 사건 관계인, 증인 등을 일정한 장소에 강제로 불러들이기 위해 발부하는 영장이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는 7일 오후 2시30분 법정동 201호 법정에서 전 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재판을 열었다.
피고인에게 출석 의무가 부여된 재판이였지만 전 씨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그의 변호인만 자리했다.
전 씨는 지난해 8월27일에도 출석의무가 있었지만, 알츠하이머 등 건강 상의 이유를 들어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법정에 들어선 재판장은 먼저 전 씨를 호명한 뒤 불출석을 확인했다.
전 씨의 변호인은 "재판부에서 공판기일을 지정했음에도 불구, 출석이 이뤄지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방청하러 온 광주시민께도 송구스럽다. 일부 언론에서 전 씨가 고의로 출석하지 않았느냐고 의심했지만 이번 기일은 독감과 고열로 외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2주간의 요양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참작해 달라"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재판장은 "피고인 불출석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 연기할 수 밖에 없다"며 다음 재판을 오는 3월11일 오후 2시30분으로 연기했다.
이어 "구인영장을 발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 씨 변호인은 "다음 기일에는 꼭 참석토록 하겠다"며 영장 발부 판단을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장은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의 효력 기간은 오는 3월11일까지이다. 인치 장소는 광주지법 법정동 201호 대법정이다.
전 씨는 지난해 기소 이후 5월과 7월, 10월, 올해 1월까지 수차례 연기 요청과 불출석, 그리고 관할지 다툼을 벌이며 재판을 지연시켜 왔다.
재판장은 더이상 절차를 미룰 수 없다고 판단, 사실상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피고인 출석이 공판 개정 요건이기 때문이다.
구인영장이 담고 있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를 집행할 수사기관의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다.
이날 재판 전후 5·18 기념재단과 관련 단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광주·전남지부, 일부 정당 등은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 씨의 재판 출석을 촉구했다.
전 씨는 2017년 4월에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 고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졌다.
오월 단체와 유가족은 2017년 4월 전 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며, 검찰은 수사 끝에 지난해 5월3일 전 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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