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이익 높아져 수익 극대화
11월부터 콘덴세이트 도입 일정 차질 불가피해 장기적으로는 타격
수입 다변화 정책 추진하는 한편 예외국 인정 통해 타격 최소 노력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미국의 이란 제재가 6일부터 다시 시작됨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후폭풍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에 따라 단기적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갑다는 입장이다. 재고마진율이 높아져 단기적인 수익 극대화를 꾀할 수 있기 떄문이다.
하지만 올해 4분기부터 이란산 초경질유(콘덴세이트) 도입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어 매출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정유업계는 수입선 다변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정부와 협력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우리나라를 예외국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이란 핵합의(JCPOA)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2015년 7월 해제됐던 대(對)이란 경제 제재를 복구할 것을 명령했다.
대이란 경제 제재는 유전, 가스전 개발 투자 금지, 이란산 원유 교역 금지, 금융기관의 거래 제재 등이 약 6개월 정도 사업 축소 기간을 거친 뒤 오는 11월5일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앞서 미국은 이날부터 이란의 무역 부문에 대한 제재를 시작했다. 대상 품목은 자동차 부문과 금 등 금속류다.
이외에도 미국은 이란산 카페트와 피스타치오 같은 일반 상품들에 대해서도 수입금지령을 내리고, 이란이 항공기를 구입하려면 특별 허가증을 발급받도록 하는 규제도 다시 시작했다.
올해 11월부터는 이란의 석유산업과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된다. 국내 정유업계의 콘덴세이트 수입길이 사실상 막히는 셈이다.
콘덴세이트는 천연가스에 포함된 초경질원유로 국내 정유업체들은 이를 들여와 정제한 뒤 나오는 나프타를 활용해 각종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가 초경질유를 선호하는 이유는 원유를 정제했을 때보다 더 많은 나프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에서는 콘덴세이트를 통한 나프타 생산 공정을 높여왔는데 이란 제재에 따른 콘덴세이트 수입이 막힐 경우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정유업계에서는 남은 기간에도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지만 사태가 장기화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한화토탈 등이 미국·캐나다산 원유를 수입하고 현대오일뱅크 등이 노르웨이산 콘덴세이트 수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예외국 인정을 위한 정부 차원의 협의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2012년 미국이 이란 제재를 강행했을 때 당시 우리나라는 예외국으로 인정 돼 이란에서 원유 수입을 지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외국으로 인정을 받더라도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란 제재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예외국에게도 일정 수준으로 콘덴세이트 수입량을 제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란에서 많은 물량의 콘덴세이트를 수입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각 업체들이 중동 정세 불안 리스크에 대비해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타격은 없겠지만 장기화될 경우 매출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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