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로 국제 유가 상승세 부추길 경우 나프타 가격 인상돼 마진률↓
유가 상승과 환율 하락세 동반시 수출시 타격 초래 하반기 실적 먹구름↑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미국의 이란 제재가 국제 유가 상승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후폭풍에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유가상승은 나프타 구매 가격을 올릴 수 있고,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생산 비용을 뺀 금액) 마진율이 낮아져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달갑지 않다는 입장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이란 핵합의(JCPOA)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2015년 7월 해제됐던 대(對)이란 경제 제재를 복구할 것을 명령했다.
대이란 경제 제재는 유전, 가스전 개발 투자 금지, 이란산 원유 교역 금지, 금융기관의 거래 제재 등이 약 6개월 정도 사업 축소 기간을 거친 뒤 오는 11월5일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앞서 미국은 이날부터 이란의 무역 부문에 대한 제재를 시작했다. 대상 품목은 자동차 부문과 금 등 금속류다.
이외에도 미국은 이란산 카페트와 피스타치오 같은 일반 상품들에 대해서도 수입금지령을 내리고, 이란이 항공기를 구입하려면 특별 허가증을 발급받도록 하는 규제도 다시 시작했다.
올해 11월부터는 이란의 석유산업과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된다.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이란의 경제 제재가 국제원유시장에 충격을 줘 유가 상승세를 장기화 국면으로 끌고갈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50달러 수준을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 70달러 선을 돌파하는 등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들어서는 내려갈 조짐이 거의 없어 위기감은 급 상승하고 있다.
올해 1분기 LG화학을 비롯해 롯데키미칼 등 국내 화학업체들이 실적 감소세를 보인 이유도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나프타 구매 가격 인상 때문이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화학 물질로 플라스틱, 섬유, 고무 등의 기초 원료로 사용돼 석유화학의 쌀로 불린다.
국제 유가 상승은 나프타 가격을 올리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국내 화학 산업 경쟁력 하락은 물론 전방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원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국내 화학업체들의 수출 거래 대부분이 달러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원화강세(환율하락)가 지속될 수록 불리하다.
아직까지는 국내 화학기업들이 환율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환율이 내려가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환율이 하락할 경우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LG화학은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7033억원을 기록했으며 롯데케미칼은 영업이익 7013억원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거뒀지만 3분기에는 낙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유진투자증권 황성현 연구위원은 "원료가격에 받는 영향이 크다보니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밸류에이션은 저평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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