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프로그램 완전한 신고' 북미 고위급 협상 성패 좌우
北 신고 검증 또 미루면 비핵화 회의론 시각 커질 듯
【서울=뉴시스】강수윤 기자 =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고위급 협상을 위해 방북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의 '핵 신고서'를 받아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5~7일까지 세 번째로 평양을 방문하는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 기간에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전부장과 김정은 국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북미 양측은 앞선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확인한 만큼 이를 가시적 핵폐기 방식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와 리스트' 여부가 이번 북미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 행정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대신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라는 용어를 새로 꺼내든 것도 핵 신고 리스트에 대한 '검증'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미 정부는 '검증 가능한'이라는 용어를 써 왔지만 이번엔 '검증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또 CVID에서 'I(Irreversible 되돌릴 수 없는)'가 빠지고 FFVD에서 'v(verified)'에 대한 수식어가 늘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 정부가 FFVD란 용어를 쓴 것은 검증 부분은 확실히 얻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면서 "따라서 북한에 대한 비핵화에서 지식기반, 북한 과학자 해체에 대해서는 미국이 문제제기를 안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포함한 플루토늄 제조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과 제조공장 등 일체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리스트를 북한에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신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 전지역에 대해 조건없는 사찰을 받아내오면 성공적이다. 결국 검증은 신고와 연결된다. 어떤 방식으로 검증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며 "검증과 관련된 어떤한 합의를 이끌고 오느냐가 이번 협상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조치가 있겠지만 북한이 자진 신고리스트를 언제 제출할지와 신고검증을 타임라인을 갖고 할 지가 미국의 최대 관심사"라며 "사찰과 검증이 핵심이기 때문에 리스트를 작성해서 주느냐 여부에 따라 미국이 자신들이 가진 정보와 비교해보고 이를 토대로 신고검증에 들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볼턴 보좌관의 '1년 내 비핵화' 발언을 뒤집고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협상 테이블에서 '비핵화 시간표'가 거론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리스트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일 지는 과거 전례로 봤을 때 미지수다.
미국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가운데 북미가 비핵화에 대해 큰 틀에서 논의하는 것으로만 그치고, 핵 신고 등 북한의 후속 조치에 대한 약속없이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정도의 선물만 받는 것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시간 끌기에 나섰던 북한이 또다시 후속 실무협상에서 신고와 검증 문제를 논의하자고 미룰 경우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회의론적인 시각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었으면 빨리 진행됐을텐데 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닌가란 의심도 든다. 그러나 대화분위기 속에서 폼페이오 방북이 가져올 함의를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면서 "미국이 이번에도 검증에 대한 합의를 받아내지 못하고 또다른 후속 실무협상에서 논의한다면 실패라고 본다. 이번 회담도 실패하면 비핵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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