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기업 흔들기…차등의결권·포이즌필 필요하나

기사등록 2018/04/05 14:42:12

SK·KT&G·삼성 이어 현대자동차까지

미국·프랑스 등 경영권 방어제 도입

엘리엇 폴 싱어 회장.  (사진 = AP 제공)
엘리엇 폴 싱어 회장.  (사진 = AP 제공)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1. 2003년 4월 영국계 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은 SK지분 14.99%를 매입, 2대 주주에 올라섰다.

 소버린은 2년3개월 동안 경영투명성 제고 등을 내세워 최태원 회장 퇴진 등 경영진 교체, 기업지배구조 개선, 계열사 청산 등을 요구했다.

 SK그룹은 1조원을 투입해 방어전에 나섰고, 소버린은 지분 14.99%를 주당 5만2700원에 팔고 7559억원을 챙긴 후 떠났다.

 배당금과 환차익까지 감안하면 소버린이 챙긴 돈은 1조원 안팎이다.

 #2. 2006년 미국계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은 스틸파트너스와 함께 KT&G 지분 6.59%를 사들였다.

 이들은 이사회에 진입 자회사 매각등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했고, 10개월의 경영권 분쟁 끝에 주식을 매각, 44% 수익률과 배당금 등 1500억원을 벌었다.

 #3. 삼성물산도 2015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분쟁을 겪었다.

 엘리엇은 당시 우호지분을 포함해 11.78%의 삼성물산 지분을 앞세워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반대했고, 치열한 표대결 끝에 주총에서 패배했다.

 엘리엇은 주총 패배 후 삼성물산과 합의 끝에 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 한국을 떠났다. 삼성물산과 엘리엇이 주식매입가격을 공개하지 않아 엘리엇의 당시 차익은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그룹에 이어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기업사냥꾼 엘리엇의 표적이 되면서 제도적 경영권 방어장치가 취약해 국내기업이 투기자본으로부터 반복적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는 재계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프랑스 등과 달리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어 번번이 글로벌 기업사냥꾼들의 표적이 된다는 것이다.

 포이즌필이란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하는 경우 기존 주주들이 회사 신주를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기존 주주들에게 콜옵션을 부여함으로써 적대적 M&A 시도자가 지분 확보를 하기 어렵게 해 경영권을 방어토록 하는 것으로,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이사회 의결만으로도 포이즌 필을 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경영자들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외부 세력의 공격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기업경영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정상적 M&A까지 가로막음으로써 자본시장의 발전을 저해하고 경영권 강화로 인한 기업 소유주나 경영진, 대주주의 모럴해저드, 외국인 투자 위축과 주가하락을 불러올 수 있는 점은 단점이다.

 '포이즌필'(독소조항)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차등의결권 제도는 '1주 1의결권' 원칙의 예외를 인정,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대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해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도입하고 있다.

 미국 포드자동차의 경우 창업주인 포드 집안이 소유한 지분은 7%이지만 차등의결권에 따라 40%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스웨덴의 발렌베리가는 인베스트사의 지분 19%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지만 41%의 의결권을 행사한다.

 프랑스는 주식을 2년 이상 보유하면 1주에 2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식의 차등의결권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법에 따라 1주 1의결권만 인정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나 현대차같은 대기업도 해외 행동주의 펀드에 공격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갖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계속해서 외국계 투기자본에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는 것은 경영권 보호를 위한 제도가 미국 등 외국에 비해 미비하기 때문"이라며 "해외 선진국들과 비슷한 수준의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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