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간첩조작' 고문수사관 재판 중 구속…"또 거짓말"

기사등록 2018/04/02 20:43:28

79세 고모씨 재일교포 고문 혐의로 재판
드러난 피해자들에게는 "진정으로 참회"
나머지 피해자에겐 "기억 안나…모른다"
재판부 "불리한 내용은 기억 안 나나"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재일동포 간첩 조작사건 당시 고문 수사를 했던 고모(79)씨가 재판 도중 법원 직권으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성은 판사는 2일 재판에서 피고인신문 직후 직권으로 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법정에서 이를 집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고씨는 미리 준비한 사과문을 통해 위증 혐의와 과거 가혹행위에 대해 인정하며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한 것은 동료와 선후배들 때문"이라며 "검찰 수사 도중에도 진술번복하기 어려웠다. 나에게 돌아올 눈총이 두려웠다"고 말했다.

 고씨는 "그동안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온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며 "진정으로 참회하고 용서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고씨는 이미 혐의를 인정한 윤모씨, 이모씨에 대한 고문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피해자들에 대해선 "안 했다", "잘 모른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그 자리에서 거짓말하는 게 더 수치스러운일 아니냐"고 꾸짖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 본인이 누군가에게 잘해준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데 불리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는 것처럼 보인다"며 "피해자들이 아픈 과거를 정리할 수 있는 열쇠를 피고인이 쥐고 있다"고 지적했다.

 "잘못했다"는 말을 반복하는 고씨에게는 "무엇을 잘못했는지가 중요하다. 그 무엇 부분을 기억해 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고씨는 재일동포 2세 윤모씨 등을 고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일동포 2세 윤씨는 유학생 신분으로 고려대 의과대학에 재학중이던 1984년 8월 보안사에 의해 서울 장지동 분실로 연행됐다. 윤씨는 조사받던 중 몽둥이·물 고문 등을 받다가 간첩이라고 허위 자백을 했으며,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988년 6월 가석방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009년 10월 이 사건이 불법 감금과 가혹 행위를 통해 받아낸 허위 자백으로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고 재심을 권고했다. 

 윤씨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2011년 11월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당시 검사가 신청한 증인으로 출석한 고씨는 "윤씨에게 구타나 협박 등 가혹 행위를 한 사실이 없지요"라는 질문에 "네. 없습니다"라고 답변했다. 허위 자백을 강요하거나 유도한 사실이 없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네.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고씨는 "장지동 분실에서 윤씨를 수시로 손과 몽둥이 등으로 구타했지요"라는 윤씨측 변호인의 질문에는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고령이어서 기억나지 않습니다" 등의 답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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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간첩조작' 고문수사관 재판 중 구속…"또 거짓말"

기사등록 2018/04/02 20:43:28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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