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일렉트로닉 깔았다, 수트 입었다…연극 '햄릿'

기사등록 2013/12/17 07:21:00

최종수정 2016/12/28 08:31:58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 유명한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햄릿' 속 대사.

 명동예술극장(극장장 구자흥)의 연극 '햄릿'에 이 말을 돌려주면 원작을 "죽이느냐 살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물론 '햄릿'의 본질은 그대로다. 리메이크의 핵심은 어떤 새로운 형식으로 원작이 본질을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에 있다.

 극단 이안 대표인 오경택(40)씨가 연출한 이번 '햄릿'은 기존의 어느 버전보다 새롭다. 음악과 의상, 무대가 최신의 것으로 대체되면서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덴마크의 왕자 '햄릿'의 아버지가 급사한 뒤 왕비 '거트루드'와 결혼한 왕의 동생 '클로디어스'의 제위식. 일렉트로닉 음악이 흘러나온다. 일렉트로닉의 하위 장르로 묵직한 베이스 음이 인상적인 덥스텝을 연상케도 한다. 햄릿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이 음악에 맞춰 격렬한 몸짓을 선보인다.

 등장인물들은 또 유럽 중세풍의 옷이 아닌 말끔한 수트를 입었다. 칼을 휘두르는 대신 총으로 서로를 겨눈다. 햄릿과 그의 연인 '오필리어'의 오빠인 '레어티즈'의 결투 장면은 펜싱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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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발군인 건 무대다. 무대디자이너인 정승호 교수(46·서울예대 연극과)가 지휘한 무대에 걸려 있는 크고 작은 금속판은 햄릿을 비추거나, 그에게 유령을 보여주면서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 이 금속들은 등장인물이 등퇴장하는 장막으로도 사용되는데, 그들이 드나들 때마다 내는 금속의 흔들림과 바람 소리는 장면마다 긴장감을 유발한다.  

 결국 이런 점들을 통해 노리는 건 현대 관객들의 '햄릿'에 대한 집중도다. 텍스트의 변화는 크게 없으나 음악·의상·무대처럼 햄릿을 비롯한 등장인물도 최신식이다. 진중하기보다는 다소 가벼워졌다. 이에 따리 햄릿의 고뇌에 대한 무게감이 덜한 감도 느껴진다.

 그러나 이미 '햄릿'은 해석될만큼 해석된 텍스트다. 굳이 정통 연극의 '햄릿'을 경험하지 않더라도, 본질에 쉽게 다가갈 징검다리를 놓았다. '햄릿'이 왜 죽음과 삶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었는지 말이다. 다만 원작의 묵직함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피하는 게 나을 법하다.  

 '햄릿'이 꿈이었던 정보석(51)의 열정이 공연 내내 느껴진다. 젊은 광기로 점철된 햄릿을 잘 풀어냈다. 외모에서부터 청초한 오필리어 분위기를 풍기는 전경수(31)는 새로운 발견이다. 그간 주로 수동적으로 해석된 이 캐릭터가 이번 버전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온다. 오필리어가 햄릿이 죽인 자신의 부친 '플로니어스'의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그와 벌이는 몸싸움이 듀엣 안무로 승화됐는데 거기서 발산되는 에너지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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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디어스 역 남명렬(54), 거트루드 역 서주희(47), 플로니어스 역 김학철(54), 레어티즈 역으로 박완규(36)가 출연한다. 29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볼 수 있다. 2만~5만원. 1644-2003

 완전히 새로워진 '햄릿', 본질은 그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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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일렉트로닉 깔았다, 수트 입었다…연극 '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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