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과하다. 미국인의 영원한 영웅 슈퍼맨을 다시 주인공으로 삼은 ‘맨 오브 스틸’은 크리스토퍼 놀런이 제작과 스토리를 맡고, 잭 스나이더가 연출한 올여름 기대작 중 하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더니, 딱 그 짝이다. 너무나 많은 의미를 두고 다양한 것을 담으려 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피곤해진다. 일단, 슈퍼맨 영화의 대표작 ‘슈퍼맨’(1978)의 고 크리스토퍼 리브가 연기한 산뜻한 미소의 강력한 슈퍼히어로는 잊어야 한다. 이 피로감의 이유 몇 가지를 짚어보자.
첫째, 슈퍼맨의 예수 동일시가 지나치다 보니 초반부가 지나치게 무겁다. 1930년대 두 명의 유대계 청년들이 창조한 슈퍼맨 캐릭터는 구세주의 메타포로 여겨지기는 했지만, 이 영화는 대놓고 예수의 일생을 카피했다. 신과 인간 사이를 잇는 특별한 사명을 띠고 인간의 몸을 빌려 세상에 와 목수(뱃사람)로 일하며 기적을 일으키고 고뇌하다 결국,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돼 33세에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러 골고다 언덕을 오른다는 그 신약성서의 스토리에 평행이론을 적용했다.
“네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등 슈퍼맨의 친부 조-엘(러셀 크로)이 내내 내뱉는 말들은 신적 계시다. 슈퍼맨을 내놓으면 인간은 해치지 않겠다는 악당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의 엄포에 지구인 클락 켄트이자 클립턴인 칼-엘(헨리 캐빌)은 자진해서 우주선에 오르는데, 여기서 “33년 동안 지구에 살면서”라는 대사까지 나온다. 게다가 굳이 성당으로 찾아가 신부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까지 한다. 신부는 “신이 당신에게 어떤 말을 했느냐”고 물으며 “믿음에 따라 행동하라”는 종교적 충고를 한다.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가 미국에서는 기독교 영화로 홍보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이러한 종교적 색채를 덧입으면서 기자 로이스 레인(에이미 애덤스)와의 로맨스는 기대난망이 됐다. 그런데 갑작스럽고 뜨거운 키스신, 이해불급이다.
둘째, 크리스토퍼 놀런의 반복을 거듭한 독특한 세계관은 이제 지겹다. 그가 감독한 ‘배트맨’ 트릴로지(배트맨 비긴스,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 라이스)의 성공요인인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히어로와 선악의 구분이 불분명한 묵시록적 세계는 ‘맨 오브 스틸’에서도 고수된다. ‘너무도 인간적인’ 슈퍼맨을 과연 대중이 좋아할까 싶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더니, 딱 그 짝이다. 너무나 많은 의미를 두고 다양한 것을 담으려 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피곤해진다. 일단, 슈퍼맨 영화의 대표작 ‘슈퍼맨’(1978)의 고 크리스토퍼 리브가 연기한 산뜻한 미소의 강력한 슈퍼히어로는 잊어야 한다. 이 피로감의 이유 몇 가지를 짚어보자.
첫째, 슈퍼맨의 예수 동일시가 지나치다 보니 초반부가 지나치게 무겁다. 1930년대 두 명의 유대계 청년들이 창조한 슈퍼맨 캐릭터는 구세주의 메타포로 여겨지기는 했지만, 이 영화는 대놓고 예수의 일생을 카피했다. 신과 인간 사이를 잇는 특별한 사명을 띠고 인간의 몸을 빌려 세상에 와 목수(뱃사람)로 일하며 기적을 일으키고 고뇌하다 결국,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돼 33세에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러 골고다 언덕을 오른다는 그 신약성서의 스토리에 평행이론을 적용했다.
“네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등 슈퍼맨의 친부 조-엘(러셀 크로)이 내내 내뱉는 말들은 신적 계시다. 슈퍼맨을 내놓으면 인간은 해치지 않겠다는 악당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의 엄포에 지구인 클락 켄트이자 클립턴인 칼-엘(헨리 캐빌)은 자진해서 우주선에 오르는데, 여기서 “33년 동안 지구에 살면서”라는 대사까지 나온다. 게다가 굳이 성당으로 찾아가 신부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까지 한다. 신부는 “신이 당신에게 어떤 말을 했느냐”고 물으며 “믿음에 따라 행동하라”는 종교적 충고를 한다.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가 미국에서는 기독교 영화로 홍보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이러한 종교적 색채를 덧입으면서 기자 로이스 레인(에이미 애덤스)와의 로맨스는 기대난망이 됐다. 그런데 갑작스럽고 뜨거운 키스신, 이해불급이다.
둘째, 크리스토퍼 놀런의 반복을 거듭한 독특한 세계관은 이제 지겹다. 그가 감독한 ‘배트맨’ 트릴로지(배트맨 비긴스,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 라이스)의 성공요인인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히어로와 선악의 구분이 불분명한 묵시록적 세계는 ‘맨 오브 스틸’에서도 고수된다. ‘너무도 인간적인’ 슈퍼맨을 과연 대중이 좋아할까 싶다.

자신이 ‘외계인’이라는 사실,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마구 괴로워하는 소년을 지켜보노라면 암울해진다. 수염을 잔뜩 기르고 지저분한 모습으로 신분을 숨기고 방황하던 그는 결국 슈퍼맨이 되기로 한다. 이마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심각한 히어로다. 영국 출신의 헨리 캐빌(30)은 역대 슈퍼맨 중 최초로 미국 태생이 아닌 배우다. 한 마디로 푸른눈을 반짝이는 미국적 쾌활함은 없다. 놀런의 ‘배트맨’ 시리즈 타이틀롤을 맡은 영국배우 크리스천 베일(39)이 겹쳐 보인다. 눈 전체에 불이 들어오며 레이저를 쏴대는 과도한 CG도 슈퍼맨의 매력을 반감한다.
슈퍼맨에게 뒤늦게 뜬금없는 갈등 상황이 주어졌다가 흐지부지 되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이 영화에서 조드 장군은 딱히 악당이라고 할 수도 없다. 슈퍼맨은 클립턴인의 부활과 지구인의 생존 중 후자를 선택한 종족의 배신자다. 조드는 종족을 보존하고자 하는 대의에 자신을 바친 영웅일 수도 있다. 이렇게 복잡한 설정이 굳이 필요했을는지.
셋째, ‘300’으로 유명한 잭 스나이더도 만만치 않게 자기 목소리가 있는 감독이라는 점이다. 아기자기하게 빈틈을 두지 않는 연출 스타일을 지닌 그는 이 영화가 지닌 과도함에 한 술을 더한다. 너무 세세한 설정에 진을 많이 뺐다. FBI와 미군부대의 출격으로 리얼리티를 부여하고, 멸망하기 전의 클립턴 행성은 디스토피아 소설을 베껴왔다. 가슴 뭉클한 부정과 모정, 가족애도 넣어야하고 유머코드, 서부극적 느낌이나 호러 요소의 활용 등 애를 많이 썼다. 그러다 보니 주제와 주인공의 존재는 상대적으로 희미해졌다.
넷째, 후반부를 장식하는 액션신들은 단조로우면서도 볼거리에 치중했다. 막판 임팩트를 주겠다는 욕심 때문에 너무 늘어졌다. 힘 조절을 못하는 것은 제작진뿐 아니다. 자신의 힘을 제대로 제어 못하는 슈퍼맨과 조드는 때려 부숴도 너무 때려 부순다. 둘이 계속 치고 받고 맞부딪히며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고 트럭이 날고 폭격기가 추락하는 등 스펙터클은 있다. 그러나 슈퍼맨의 소명은 지구 평화 수호 아니었던가. 싸움에서 안 지려고 이렇게 건물과 각종 시설을 마구 파괴해 여기저기 불바다를 만들어도 되는건지 묻고 싶어진다. 시멘트 가루 등 무너진 빌딩 잔해가 휘날리며 폐허가 된 도시는 뉴욕이 당한 참사 9·11 테러를 연상시킨다. 미국민의 트라우마는 이제 극복된 것인가.
슈퍼맨은 슈퍼소닉을 내며 날아다니고 착륙할 때마다 도로가 패이는 강력한 파워를 자랑한다. 여기저기서 불꽃이 튀어오르는 사고가 속출한다. 속도감과 파괴력 만은 대단해 컴퓨터 폭력게임을 하는 것 같다. 물론, 오락성을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이렇게까지 과격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의문이다. ‘쇠덩어리 사나이’라는 의미의 타이틀을 강조하려 함이었나.
슈퍼맨에게 뒤늦게 뜬금없는 갈등 상황이 주어졌다가 흐지부지 되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이 영화에서 조드 장군은 딱히 악당이라고 할 수도 없다. 슈퍼맨은 클립턴인의 부활과 지구인의 생존 중 후자를 선택한 종족의 배신자다. 조드는 종족을 보존하고자 하는 대의에 자신을 바친 영웅일 수도 있다. 이렇게 복잡한 설정이 굳이 필요했을는지.
셋째, ‘300’으로 유명한 잭 스나이더도 만만치 않게 자기 목소리가 있는 감독이라는 점이다. 아기자기하게 빈틈을 두지 않는 연출 스타일을 지닌 그는 이 영화가 지닌 과도함에 한 술을 더한다. 너무 세세한 설정에 진을 많이 뺐다. FBI와 미군부대의 출격으로 리얼리티를 부여하고, 멸망하기 전의 클립턴 행성은 디스토피아 소설을 베껴왔다. 가슴 뭉클한 부정과 모정, 가족애도 넣어야하고 유머코드, 서부극적 느낌이나 호러 요소의 활용 등 애를 많이 썼다. 그러다 보니 주제와 주인공의 존재는 상대적으로 희미해졌다.
넷째, 후반부를 장식하는 액션신들은 단조로우면서도 볼거리에 치중했다. 막판 임팩트를 주겠다는 욕심 때문에 너무 늘어졌다. 힘 조절을 못하는 것은 제작진뿐 아니다. 자신의 힘을 제대로 제어 못하는 슈퍼맨과 조드는 때려 부숴도 너무 때려 부순다. 둘이 계속 치고 받고 맞부딪히며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고 트럭이 날고 폭격기가 추락하는 등 스펙터클은 있다. 그러나 슈퍼맨의 소명은 지구 평화 수호 아니었던가. 싸움에서 안 지려고 이렇게 건물과 각종 시설을 마구 파괴해 여기저기 불바다를 만들어도 되는건지 묻고 싶어진다. 시멘트 가루 등 무너진 빌딩 잔해가 휘날리며 폐허가 된 도시는 뉴욕이 당한 참사 9·11 테러를 연상시킨다. 미국민의 트라우마는 이제 극복된 것인가.
슈퍼맨은 슈퍼소닉을 내며 날아다니고 착륙할 때마다 도로가 패이는 강력한 파워를 자랑한다. 여기저기서 불꽃이 튀어오르는 사고가 속출한다. 속도감과 파괴력 만은 대단해 컴퓨터 폭력게임을 하는 것 같다. 물론, 오락성을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이렇게까지 과격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의문이다. ‘쇠덩어리 사나이’라는 의미의 타이틀을 강조하려 함이었나.

3D 영화이긴 한데, 3D로 찍었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는 매끄러운 화면은 칭찬할 만하다. CG는 만화원작을 고려해 일부러 저랬을까 싶을 정도로 그림 그려놓은 듯한 장면이 많다.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슈퍼맨’이 보여준 순수성과 낭만성은 확실히 사라졌다.
워낙 기대작인만큼 이름 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미드(미국 TV드라마)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반가운 얼굴들이 많다. ‘성범죄 전담반’ 스테이블러 형사 역의 크리스토퍼 멜로니가 네이선 하디 대령, ‘한니발’의 잭 크로퍼드 FBI 국장 역의 로런스 피시번이 ‘데일리 플래닛’ 편집국장으로 나온다. 러셀 크로, 마이클 섀넌, 에이미 애덤스 등 연기파 외에도 슈퍼맨의 양부모로 케빈 코스트너와 다이앤 레인이 출연하는 것도 반갑다.
12세 관람가, 할리우드 명예의거리에 이름을 새긴 영화음악 작곡가 한스 짐머의 음악을 포함해 이래저래 이름값이 있으니 ‘중박’ 이상은 하리라 예상해 본다. 현 세대 천재 감독 중 한명으로 꼽혀온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리턴스’(2006)에 실망한 팬들은 이 영화에 엄청난 희망을 걸고 있다. 어찌됐든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섬세하게 신경 쓰고 공을 많이 들인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다양한 취향들에 다 맞춰보려는 짬뽕 스타일에서는 막 던져 하나라도 맞기를 원하는 조급함이 감지된다. ‘슈퍼맨’은 또 다시 유력 감독의 무덤이 될 것인가. 13일 개봉.
[email protected]
워낙 기대작인만큼 이름 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미드(미국 TV드라마)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반가운 얼굴들이 많다. ‘성범죄 전담반’ 스테이블러 형사 역의 크리스토퍼 멜로니가 네이선 하디 대령, ‘한니발’의 잭 크로퍼드 FBI 국장 역의 로런스 피시번이 ‘데일리 플래닛’ 편집국장으로 나온다. 러셀 크로, 마이클 섀넌, 에이미 애덤스 등 연기파 외에도 슈퍼맨의 양부모로 케빈 코스트너와 다이앤 레인이 출연하는 것도 반갑다.
12세 관람가, 할리우드 명예의거리에 이름을 새긴 영화음악 작곡가 한스 짐머의 음악을 포함해 이래저래 이름값이 있으니 ‘중박’ 이상은 하리라 예상해 본다. 현 세대 천재 감독 중 한명으로 꼽혀온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리턴스’(2006)에 실망한 팬들은 이 영화에 엄청난 희망을 걸고 있다. 어찌됐든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섬세하게 신경 쓰고 공을 많이 들인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다양한 취향들에 다 맞춰보려는 짬뽕 스타일에서는 막 던져 하나라도 맞기를 원하는 조급함이 감지된다. ‘슈퍼맨’은 또 다시 유력 감독의 무덤이 될 것인가.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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