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경찰은 간데없고, 콜센터 요원만…영화 ‘더 콜’

기사등록 2013/06/07 14:46:34

최종수정 2016/12/28 07:34:38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할 베리(47) 주연 할리우드 영화 ‘더 콜’은 꽤 잘 짜여진 한 편의 범죄 스릴러다. 일단, 전반부는 풍부한 현장조사와 세심한 아이디어 활용으로 긴장감과 함께 감탄을 자아낸다.

 보통 범죄영화의 단역으로만 등장했던 긴급신고전화 911콜센터 직원의 활약상과 신고전화를 받았을 때 초기대응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상당히 흥미롭다.

 자신의 미흡한 대처로 납치된 소녀가 시체로 발견된 후 불안증세에 시달리는 조던(할 베리)이 6개월 후 같은 범인에게 납치돼 자동차 트렁크에 실려가는 소녀 케이시(애비게일 브레스린)의 구조요청 전화를 받게 되면서 소녀를 살리기 위해 보여주는 대처들이 주된 스토리다. 홍콩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한 킴 베이싱어 주연 ‘셀룰러’(2004)처럼 전화가 끊기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며 범죄 피해자를 구해낸다는 설정은 비슷하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하루 26만8000건, 초당 3건의 벨소리가 울린다는 콜센터 격무 중 술취한 남성의 장난전화에 시달리고, 신고만 중계할 뿐 사건의 결말은 알 수 없는 직원의 애환, 날씨와 요일별로 벌어지는 사건추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사실감 넘치게 전달된다. 각본자 리처드 도비디오가 아내로부터 911콜센터에 대한 뉴스를 전해듣고 직접 방문해 방대한 자료를 수집한 데서 비롯된다.

 조던은 트렁크에 갇힌 케이시에게 각종 생존, 구조요청 요령을 알려주는데 이러한 상황에 놓였을 때 할 수 있는 갖가지 방법을 짜내 반영한 점, 만약 같은 상황에 처했을 경우 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볼 만하다. 동시에 범인(마이클 에크런드)이 왜 금발소녀만을 납치하는 지에 대한 이유를 계속 추적해가면서 궁금증을 놓치지 않도록 교차편집한 것에서도 긴박감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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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시스트’(2004), ‘알카트라즈’(2012) 등 공포·스릴러 영화를 주로 찍어온 브래드 앤더슨(49) 감독의 연출력도 이 정도면 꽤 괜찮다. 예상 가능한 신도 잦고, 전형적이긴 하지만 관객들이 깜짝깜짝 놀라게 할 지점을 잘 파악해 방점을 찍을 줄 안다. 

 다만, 결말까지 좀 더 긴밀하게 리얼리티를 유지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할 베리 단독 활약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주변 동료들의 도움도 배제하고 경찰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어버리는 것은 시나리오 구성의 빈약함을 드러낸다. 실시간으로 아동 납치사건이 벌어지고 있는데 조던 홀로 매달려 놀라운 지식을 과시하며 모든 대처방안 아이디어를 낸다는 것은 좀 뜬금없다.

 게다가 경찰의 무능함도 도가 지나치다. 헬기까지 출동했는데 신고받은 도로명을 알면서도 납치차량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한 것이라 치더라도, 일개 콜센터 요원도 찾아내는 범인의 아지트에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할는지? 사적 복수는 통쾌하긴 하지만 직업으로 봐서도 사법질서는 존중해야하는 것 아닌지, 황당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몬스터 볼’(2001)로 흑인여우로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할 베리의 연기는 흡인력이 있다. 흑인들의 탄성있는 피부는 유명하기도 하지만, 흑백혼혈 할 베리는 늙지도 않는다. ‘빠글머리’를 하고 나온 것이 소년처럼 귀엽다. 아역스타 출신 애비게일 브레스린(17)의 성숙한 모습을 보는 것도 반갑다. ‘미스 리틀 선샤인’(2006)에서 미인대회에 집착하는 통통한 일곱살 올리브 역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도쿄국제영화제 최고여우상을 수상했던 그 소녀다. 단, 이 영화에서 10대의 속옷까지 노출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좀 의문이다.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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