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15일 오후 서울역 앞. 모범택시 십여 대가 손님을 태우기 위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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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온종일 차를 세워 놓고 손님을 기다려도 허탕치는 날이 부지기수입니다.”
모범택시 운전기사인 김모(61)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모범택시 벌이가 시원치 않아 일반택시로 전환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범택시 운전대를 잡았던 동료가 일반택시로 전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김씨는 “10년 넘게 모범택시 운전대를 잡았지만 요즘은 밥값 벌기도 어려울 정도다. 차값도 워낙 비싸고 유지비도 많이 드는데 하루에 손님 한 명 태워서는 먹고 살기 어렵다”며 애꿎은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렸다.
◇모범택시의 상징 '황금 띠' 빛 바래
1992년 일반택시보다 시설이 좋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탄생한 ‘모범택시’가 20년 만에 생사(生死)의 갈림길에 섰다.
초창기에는 배기량 1900㏄ 이상의 고급 승용차에 외부를 검정색으로 칠하고 태극무늬가 포함된 황금색 띠를 두른 모범택시는 일반택시 기사들에게는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일반택시 수가 급증하고 모범택시 전용이었던 콜 호출 시스템과 카드 결제 서비스 등이 일반택시까지 보편화하면서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여기에 대리운전과 불법 콜밴(자가 영업)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모범택시는 된서리를 맞았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역 앞. 모범택시 10여 대가 손님을 태우기 위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을 빠져나온 시민은 일반택시 승강장에만 줄을 섰다. 모범택시 승강장에는 간간이 길을 물어보는 시민만 기웃거렸다.
대부분의 모범택시 기사들은 사비로 마련한 파라솔 밑에 저마다 한 자리씩 자리를 꿰차고 익숙한 듯 부채질을 하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을 서 있던 앞 차량이 영업을 포기한 채 서둘러 자리를 뜨자 손님을 기다리던 기사들이 일제히 택시를 손으로 밀어 이동시키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15년째 모범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강모(76)씨는 “한 달에 200만원 넘게 벌어도 기름값 하고 유지비를 빼면 100만원도 채 남지 않는다. 일반택시로 바꿔 영업하고 싶어도 이제 나이도 들고 여력이 없어서 마지못해 모범택시를 운전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함께 있던 정태철(57)씨는 “IMF 이후로 모범택시업계는 쭉 내리막길이었고 일반 택시도 카드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손님들을 많이 뺏겼다. 요즘은 3~4시간 기다려서 기본요금(4500원) 손님이라도 만나면 감사할 따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설자리 점점 잃어'…고급 호텔도 '외면'
모범택시 운전기사들은 주로 강남이나 이태원 등의 고급 호텔이나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명동 등지가 그나마 형편이 나은 곳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날 찾아간 강남의 A특급호텔 앞 역시 상황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모범택시 기사들은 호텔 로비 뒤쪽에 줄줄이 차를 세우고 좁은 기사대기실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그동안 모범택시 운전을 하며 마음속에 담아 뒀던 말들을 쏟아냈다.
모범택시 운전기사인 김모(61)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모범택시 벌이가 시원치 않아 일반택시로 전환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범택시 운전대를 잡았던 동료가 일반택시로 전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김씨는 “10년 넘게 모범택시 운전대를 잡았지만 요즘은 밥값 벌기도 어려울 정도다. 차값도 워낙 비싸고 유지비도 많이 드는데 하루에 손님 한 명 태워서는 먹고 살기 어렵다”며 애꿎은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렸다.
◇모범택시의 상징 '황금 띠' 빛 바래
1992년 일반택시보다 시설이 좋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탄생한 ‘모범택시’가 20년 만에 생사(生死)의 갈림길에 섰다.
초창기에는 배기량 1900㏄ 이상의 고급 승용차에 외부를 검정색으로 칠하고 태극무늬가 포함된 황금색 띠를 두른 모범택시는 일반택시 기사들에게는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일반택시 수가 급증하고 모범택시 전용이었던 콜 호출 시스템과 카드 결제 서비스 등이 일반택시까지 보편화하면서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여기에 대리운전과 불법 콜밴(자가 영업)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모범택시는 된서리를 맞았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역 앞. 모범택시 10여 대가 손님을 태우기 위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을 빠져나온 시민은 일반택시 승강장에만 줄을 섰다. 모범택시 승강장에는 간간이 길을 물어보는 시민만 기웃거렸다.
대부분의 모범택시 기사들은 사비로 마련한 파라솔 밑에 저마다 한 자리씩 자리를 꿰차고 익숙한 듯 부채질을 하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을 서 있던 앞 차량이 영업을 포기한 채 서둘러 자리를 뜨자 손님을 기다리던 기사들이 일제히 택시를 손으로 밀어 이동시키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15년째 모범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강모(76)씨는 “한 달에 200만원 넘게 벌어도 기름값 하고 유지비를 빼면 100만원도 채 남지 않는다. 일반택시로 바꿔 영업하고 싶어도 이제 나이도 들고 여력이 없어서 마지못해 모범택시를 운전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함께 있던 정태철(57)씨는 “IMF 이후로 모범택시업계는 쭉 내리막길이었고 일반 택시도 카드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손님들을 많이 뺏겼다. 요즘은 3~4시간 기다려서 기본요금(4500원) 손님이라도 만나면 감사할 따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설자리 점점 잃어'…고급 호텔도 '외면'
모범택시 운전기사들은 주로 강남이나 이태원 등의 고급 호텔이나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명동 등지가 그나마 형편이 나은 곳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날 찾아간 강남의 A특급호텔 앞 역시 상황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모범택시 기사들은 호텔 로비 뒤쪽에 줄줄이 차를 세우고 좁은 기사대기실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그동안 모범택시 운전을 하며 마음속에 담아 뒀던 말들을 쏟아냈다.

【서울=뉴시스】서울시 모범택시 연도별 차량수
(그래픽=윤정아 기자) [email protected]
8년째 모범택시를 운전하는 이기성(58)씨는 “일반택시를 운전하면서 사람들한테 무시당하고 취객들 뒤치다꺼리를 하면서 힘들게 모범택시를 마련했는데 이제는 딱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하루에 명동이나 광화문 등지로 가는 외국인 관광객 한두 명 태우는 게 전부”라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예전에는 10년 넘게 무사고 기록을 가진 기사에게만 모범택시 운전자격을 주기 때문에 그 자부심은 남달랐지만 지금은 ‘빛 좋은 개살구’예요.”
김씨가 푸념 섞인 농담을 던지자 함께 있던 동료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김씨의 동료인 서성철(55)씨는 “1ℓ에 500원이었던 가스비가 1100원으로 오르는 동안 택시요금 등 운송요금은 물가 안정을 이유로 동결되다 보니 택시 운행을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며 “요금이라도 현실적으로 올려줘야 그나마 숨통이라도 트일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씨는 “최근에는 호텔들마저 직접 고용한 기사와 차량으로 손님들을 이동시켜주는 경우가 많아 모범택시를 홀대하기 시작했다”며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범택시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모범택시 기사들은 영어와 일본어 등 외국어 공부는 물론이고 차종을 리무진급으로 교체하는 등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제 등록된 모범택시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1992년 621대로 시작해 1997년 4783대를 기점으로 서서히 줄더니 2011년 5월 기준으로 1841대밖에 남지 않았다.
◇고급화 전략으로 주고객층 확보가 관건
전문가들은 고급화 전략을 통한 주요 고객층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김주영 교수는 “무엇보다 모범택시만의 주요 고객층을 발굴하고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은퇴한 노년층들 가운데 자가용을 직접 운전하지 않고 고급 차종의 택시를 이용해 골프장이나 모임 등에 나가는 것이 좋은 예”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급 승용차를 사거나 운전기사를 고용하는 것이 낭비라고 생각하는 고객층에게 모범택시는 여전히 매력적인 교통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고급화된 전략으로 주요 고객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이유대 홍보팀장은 “상대적으로 일반택시의 서비스 수준이 높아져 모범택시 차별화가 되지 않다 보니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외제 차나 리무진 등 고급 차종의 모범택시들은 오히려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과 고급화 전략으로 주 고객층을 확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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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46호(10월10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예전에는 10년 넘게 무사고 기록을 가진 기사에게만 모범택시 운전자격을 주기 때문에 그 자부심은 남달랐지만 지금은 ‘빛 좋은 개살구’예요.”
김씨가 푸념 섞인 농담을 던지자 함께 있던 동료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김씨의 동료인 서성철(55)씨는 “1ℓ에 500원이었던 가스비가 1100원으로 오르는 동안 택시요금 등 운송요금은 물가 안정을 이유로 동결되다 보니 택시 운행을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며 “요금이라도 현실적으로 올려줘야 그나마 숨통이라도 트일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씨는 “최근에는 호텔들마저 직접 고용한 기사와 차량으로 손님들을 이동시켜주는 경우가 많아 모범택시를 홀대하기 시작했다”며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범택시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모범택시 기사들은 영어와 일본어 등 외국어 공부는 물론이고 차종을 리무진급으로 교체하는 등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제 등록된 모범택시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1992년 621대로 시작해 1997년 4783대를 기점으로 서서히 줄더니 2011년 5월 기준으로 1841대밖에 남지 않았다.
◇고급화 전략으로 주고객층 확보가 관건
전문가들은 고급화 전략을 통한 주요 고객층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김주영 교수는 “무엇보다 모범택시만의 주요 고객층을 발굴하고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은퇴한 노년층들 가운데 자가용을 직접 운전하지 않고 고급 차종의 택시를 이용해 골프장이나 모임 등에 나가는 것이 좋은 예”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급 승용차를 사거나 운전기사를 고용하는 것이 낭비라고 생각하는 고객층에게 모범택시는 여전히 매력적인 교통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고급화된 전략으로 주요 고객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이유대 홍보팀장은 “상대적으로 일반택시의 서비스 수준이 높아져 모범택시 차별화가 되지 않다 보니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외제 차나 리무진 등 고급 차종의 모범택시들은 오히려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과 고급화 전략으로 주 고객층을 확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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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46호(10월10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