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류난영 기자 = 초등학교 자녀 둘을 키우고 있는 주부 이모(34·여)씨는 아이들과 번화가 거리를 나서는 게 겁이난다.
'미녀 항시 대기', '흥분되는 세일' 등 성적 내용을 담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고 문구들이 건물마다 난잡하게 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아서 광고 문구를 따라 읽거나 무슨 뜻인지 물어보곤 한다"며 "영업이익을 위해 앞다퉈 선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간판들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고 푸념했다.
서울 명동에서 진찰을 받기위해 이비인후과를 찾던 직장인 김모(36)씨도 덕지덕지 붙어 있는 간판들을 쳐다보면 현기증이 일 정도로 어지럽다.
김씨는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경관도 예쁘고 찾아가기도 수월할 텐데 알록달록한 간판 때문에 도대체 어디가 어디인지 잘 분간도 안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간판 시각 공해'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9년 말 현재 전국에 설치된 간판 526만4290개 가운데 53.5%(281만8448개)는 불법 광고물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불법 광고물은 8년 전인 2001년(64만개)에 비해 22.7%나 늘어난 수치다.
'간판 시각 공해'는 간판이 도시 미관과 어울리지 못하고 건물이나 외장의 색채를 가려 사람들에게 편리함의 기능보다는 불쾌감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서울시는 '간판 시각 공해'를 막기 위해 2008년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을 통해 간판의 색상, 크기, 모양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다. 간판 규제는 지방자치단체 별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다.
가로형 간판의 경우 4층 이상 건물의 입체형간판이나 도로의 곡각지점을 제외하고 1개업소에서 하나의 간판만 표시해야 한다. 가로크기는 건물의 폭을 넘지 않고 세로크기는 윗층과 아래층의 창문간 벽면을 초과해서는 안된다.
세로형 간판은 건물의 1층 출입구 양측에 각각 하나의 간판을 표시하고 판류를 이용시 가로 60㎝ 이내, 세로 200㎝이내여야 한다. 벽면과 밀착하고 벽면으로부터 돌출폭 30㎝이내여야 한다.
건물을 뒤덮을 정도로 덕지덕지 붙어 있는 난립한 간판은 도시 경관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다.
벽면을 가리는 커다란 간판에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머리를 박을 것 같은 돌출 간판까지 달고 그것도 모자라 사람 풍선모양의 대형간판을 거리에 내놓는 업소도 많다.
대학생 문모(23)씨는 "외국 여행을 하면서 보면 간판이 작아도 눈에 잘 띄고 멋스럽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서로 눈에 잘 띄려고 현란한 색상으로 경쟁하다 보니 어지럽기만 하고 오히려 눈에 잘 안 띄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일부 영업주들이 눈길을 끌기 위해 길 한가운데 간판을 세워 놓고 있어 생명과 재산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직장인 백모(35)씨는 "얼마전 골목 한복판에 세워 둔 대형 간판을 피하려다 그만 주차된 차량을 들이 받을 뻔 했다"며 "자칫 사고가 났더라면 모든 책임을 떠 넘기게 됐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업주들이 가계 매출을 올리기 위해 간판 돌출 경쟁을 벌이면서 간판들이 도시 미관을 해치는 시각공해로까지 지목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간판의 목적이 홍보와 광고에 있더라도 우선 도시의 자연 환경, 건물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도시 미관을 해치는 간판 공해의 원인으로 이기심에서 비롯된 업소간 경쟁 심화, 간판에 대한 잘못된 인식 등을 꼽았다.
한국지방재정공제회 교육홍보부 엄창호 부장은 "점포주들이 간판을 단순히 광고 수단으로 인식하고 자신만 돋보이겠다는 이기심이 간판공해를 낳고 있다"며 "업주들에게 간판이 아름답고 세련된 미적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간판은 '공공재'로 더 크고 화려한 간판을 설치하기 위해 서로 다투는 것은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무분별한 경쟁은 전체 수준을 떨어뜨려 도시 전체 이미지와 상권은 물론 브랜드의 가치도 저하시킨다는 생각을 갖고 자기 점포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규정에 맞는 간판을 설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2014년까지 공공성이 큰 6차로 이상 대로변의 불법 간판 약 40만개를 정비할 계획이다.
보도나 공지에 무단으로 설치해 통행에 불편을 주거나 유흥가 등 거리에 무차별적으로 뿌려진 각종 선정적이거나 퇴폐적인 전단, 광고물 등 불법 유동광고물에 대해서도 집중 단속을 벌일 계획이다.
[email protected]
'미녀 항시 대기', '흥분되는 세일' 등 성적 내용을 담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고 문구들이 건물마다 난잡하게 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아서 광고 문구를 따라 읽거나 무슨 뜻인지 물어보곤 한다"며 "영업이익을 위해 앞다퉈 선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간판들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고 푸념했다.
서울 명동에서 진찰을 받기위해 이비인후과를 찾던 직장인 김모(36)씨도 덕지덕지 붙어 있는 간판들을 쳐다보면 현기증이 일 정도로 어지럽다.
김씨는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경관도 예쁘고 찾아가기도 수월할 텐데 알록달록한 간판 때문에 도대체 어디가 어디인지 잘 분간도 안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간판 시각 공해'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9년 말 현재 전국에 설치된 간판 526만4290개 가운데 53.5%(281만8448개)는 불법 광고물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불법 광고물은 8년 전인 2001년(64만개)에 비해 22.7%나 늘어난 수치다.
'간판 시각 공해'는 간판이 도시 미관과 어울리지 못하고 건물이나 외장의 색채를 가려 사람들에게 편리함의 기능보다는 불쾌감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서울시는 '간판 시각 공해'를 막기 위해 2008년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을 통해 간판의 색상, 크기, 모양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다. 간판 규제는 지방자치단체 별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다.
가로형 간판의 경우 4층 이상 건물의 입체형간판이나 도로의 곡각지점을 제외하고 1개업소에서 하나의 간판만 표시해야 한다. 가로크기는 건물의 폭을 넘지 않고 세로크기는 윗층과 아래층의 창문간 벽면을 초과해서는 안된다.
세로형 간판은 건물의 1층 출입구 양측에 각각 하나의 간판을 표시하고 판류를 이용시 가로 60㎝ 이내, 세로 200㎝이내여야 한다. 벽면과 밀착하고 벽면으로부터 돌출폭 30㎝이내여야 한다.
건물을 뒤덮을 정도로 덕지덕지 붙어 있는 난립한 간판은 도시 경관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다.
벽면을 가리는 커다란 간판에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머리를 박을 것 같은 돌출 간판까지 달고 그것도 모자라 사람 풍선모양의 대형간판을 거리에 내놓는 업소도 많다.
대학생 문모(23)씨는 "외국 여행을 하면서 보면 간판이 작아도 눈에 잘 띄고 멋스럽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서로 눈에 잘 띄려고 현란한 색상으로 경쟁하다 보니 어지럽기만 하고 오히려 눈에 잘 안 띄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일부 영업주들이 눈길을 끌기 위해 길 한가운데 간판을 세워 놓고 있어 생명과 재산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직장인 백모(35)씨는 "얼마전 골목 한복판에 세워 둔 대형 간판을 피하려다 그만 주차된 차량을 들이 받을 뻔 했다"며 "자칫 사고가 났더라면 모든 책임을 떠 넘기게 됐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업주들이 가계 매출을 올리기 위해 간판 돌출 경쟁을 벌이면서 간판들이 도시 미관을 해치는 시각공해로까지 지목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간판의 목적이 홍보와 광고에 있더라도 우선 도시의 자연 환경, 건물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도시 미관을 해치는 간판 공해의 원인으로 이기심에서 비롯된 업소간 경쟁 심화, 간판에 대한 잘못된 인식 등을 꼽았다.
한국지방재정공제회 교육홍보부 엄창호 부장은 "점포주들이 간판을 단순히 광고 수단으로 인식하고 자신만 돋보이겠다는 이기심이 간판공해를 낳고 있다"며 "업주들에게 간판이 아름답고 세련된 미적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간판은 '공공재'로 더 크고 화려한 간판을 설치하기 위해 서로 다투는 것은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무분별한 경쟁은 전체 수준을 떨어뜨려 도시 전체 이미지와 상권은 물론 브랜드의 가치도 저하시킨다는 생각을 갖고 자기 점포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규정에 맞는 간판을 설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2014년까지 공공성이 큰 6차로 이상 대로변의 불법 간판 약 40만개를 정비할 계획이다.
보도나 공지에 무단으로 설치해 통행에 불편을 주거나 유흥가 등 거리에 무차별적으로 뿌려진 각종 선정적이거나 퇴폐적인 전단, 광고물 등 불법 유동광고물에 대해서도 집중 단속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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