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 육성' 정치권 설전 과열…"정략적 접근 안 돼"

기사등록 2026/06/29 15:34:12

최종수정 2026/06/29 17:52:26

'과밀 한계' 수도권…서남권에 반도체 생산거점 육성 계획 발표

합리적 논쟁 넘어 "기업 팔 비틀어 호남 보내" 지역감정 조장도

전력·용수·인재 요건 충족 반론도…"인프라, 국가전략 따른 변수"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6.29.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6.29.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인공지능(AI) 대전환기를 맞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800조원 규모의 서남권 반도체 생산 벨트 투자를 공식화하면서 제1야당과 보수 진영에서 '기업 팔 비틀기' 등 연일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에 역대급 호황을 맞은 기업의 재투자 전략을 이해하고, 입지 요건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지역 감정까지 조장하는 정략적 주장은 지양해야 한다는 반론도 높다.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정부와 삼성·SK그룹은 전남광주특별시 일원인 서남권을 수도권에 이어 '반도체 제2생산거점'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발돋움 한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전남광주특별시에 총 800조원 규모 신규 투자를 통해 각 2기씩 총 4기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 팹(FAB)을 구축한다는 것이 골자다.

용인 등 기존 수도권 생산 단일 거점 만으로는 폭발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따라가기 어렵고, 전력·용수·부지가 이미 한계에 다다르며 과밀 비용도 증가한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제2생산 거점으로 전남광주 서남권 집중 육성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이 같은 호남 반도체 생산거점 육성 청사진이 일찍이 알려지면서 야권 일각에서는 용수·전력, 산업 생태계, 연구개발 인프라, 인재 확보 문제 등을 들어 연일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유의동(가운데)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9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6.29.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유의동(가운데)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9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6.29. [email protected]

특히 '정부 여당이 반도체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텃밭인 호남 투자를 강요한다'는 정치 공세도 잇따랐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가 걸린 반도체 산업을 조자룡 헌 칼 쓰듯 아무 데나 막 써 댄다"고 성토했다. 나경원 의원은 "사회주의 정치 지령 같다", 안철수 의원도 "정부 여권의 호남 땅 투기 프로젝트다"라며 비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기어코 정권이 기업의 팔을 비틀어 호남으로 보낸다"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발표 당일인 이날도 국민의힘 충청권 국회의원과 시도지사들은 "반도체 정치질"이라 평가 절하하거나, 수도권 야당 의원들도 "반도체는 정치적 도구가 아니다"라고 규탄하기도 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 호남권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공개 반박한 바 있다.

이처럼 '호남 투자'를 둘러싼 정치권 논쟁이 과열되는 데 대해 비판 목소리도 높다. '표심 단속'에 급급한 정치 논리가 AI시대 핵심 전략 자산이기도 한 반도체 생산을 제때 확대해야 한다는 본래 취지를 흐린다는 지적이다.

전남도와 광주시의 분석에 따르면 전남광주 지역은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7922Gwh(기가와트시)로 전국 2위다. 단점으로 꼽히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역시 원자력 발전, 액화천연가스 발전,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전력 수급 한계에 직면한 수도권과 비교하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용수 문제 역시 지역 내 반도체 생산공장 주요 후보지 모두 수원지와 20㎞ 안팎에서 용수 공급이 가능하다. 기존 반도체 생산 거점인 용인은 34~42㎞ 떨어진 수원지에서 용수를 끌어온다는 점에서 호남이 가진 용수 여건은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인재 부족 주장도 과도한 우려라는 반박이 나온다. 광주과학기술원(GIS) 반도체공학과는 이미 삼성전자 채용 조건형 5년제 계약학과로 운영하고 있다. 영국 기업 ARM도 전문 교육 과정을 설립, 5년간 반도체 설계 인력 1400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전남대와 조선대도 반도체 특성화·첨단 패키징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호남 반도체 투자 반대 논리가 공통적으로 기반한 '인프라란 그 땅에 이미 갖춰져 있어야 하는 '주어진 조건'이다'라는 전제 자체가 틀렸다"라며 "인프라는 입지를 정하는 상수가 아니라, 국가가 전략적으로 입지를 정한 뒤 만들어내는 변수"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황량했던 포항 영일만에 세운 일관제철소, 애리조나 사막에 반도체 팹(FAB)을 짓는 미국, 가뭄의 땅에서 물을 만들어 분산 배치하는 대만 등을 예시로 들며 "첨단 산업 인프라는 국가 전략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213.4%의 압도적인 전력자급률과 전국 최고 수준 재생에너지 기반을 갖춘 호남은 'RE100'을 갈구하는 AI 시대 반도체 클러스터의 최적지다. 수도권에는 더 지으려 해도 땅도 전력도 용수도 없다. 그렇다고 설비를 해외로 내보낼 수도 없다"라면서 "남는 답은 비수도권으로의 전략적 분산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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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반도체 육성' 정치권 설전 과열…"정략적 접근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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