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4일 마포아트센터서 펼쳐진 '영희 페스티벌' 현장
이상은·김윤아·오지은·요조 등 대표 여성 뮤지션 총출동
![[서울=뉴시스] 12~14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영희 페스티벌' 현장 . (사진 = 마포문화재단 제공) 2026.06.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6/16/NISI20260616_0002162395_web.jpg?rnd=20260616163423)
[서울=뉴시스] 12~14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영희 페스티벌' 현장 . (사진 = 마포문화재단 제공) 2026.06.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소원을 말해봐 네 마음속에 있는 작은 꿈을 말해봐. 네 머리에 있는 이상형을 그려봐. 그리고 나를 봐 난 너의 지니(Genie)야 꿈이야 영희야 ♪♬"(선우정아가 커버한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 중)
편견의 괄호 속에 갇혀 있던 고유명사들이 일제히 꿈처럼, 풀려나는 현장을 목격하는 일은 서늘하면서도 뜨겁다. 교과서 속 박제된 이름 '영희(榮喜)'에게 마땅히 쥐어졌어야 할 '영광과 기쁨'의 온전한 지분을 무대 위로 돌려주는 작업.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제1회 영희 페스티벌'은 태어날 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을 감내해야 했던 세상의 모든 영희를 위한 가장 우아하고 단호한 교정의 시간이었다.
예매자 통계(놀(Nol) 티켓 기준)는 이 축제가 겨냥하는 지점을 흥미롭게 방증한다. 관객의 87.3%가 여성, 12.7%가 남성이었으며 20대와 30대의 비중이 83.4%에 달했다. 압도적인 젊은 여성 관객의 지지는 곧 역설적으로 이곳이 수많은 '철수'들이 반드시 도달해야 할 무대임을 뜻한다. 여성 뮤지션들을 향해 덧씌워진 낡고 납작한 편견을 기꺼이 '철수(撤收·거두어들이거나 걷어치움)'시킬 수 있는 해방과 각성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미국 팝 슈퍼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역대 여성 뮤지션 최연소로 미국 '작곡가 명예의 전당'에 헌정됐다는 최근의 소식은 우리에게 묘한 기시감과 과제를 동시에 안긴다. 우리의 수많은 영희들은 오랫동안 '여신', '요정', 혹은 '마녀'라는 수식어에 갇혀 자신의 음악성을 함부로 재단 당하고, 종국에는 스스로를 검열해야만 했다.
1981년생 동갑내기이자 2007년 나란히 데뷔한 요조와 오지은이 라운드테이블에서 털어놓은 '홍대 여신'과 '홍대 마녀'라는 호칭의 폭력성은, 한 예술가의 치열한 실존이 어떻게 대상화되고 소모되는지를 고통스럽게 증명한다. 성별의 굴레를 벗어나 아티스트 본연의 음악성으로만 평가받는 구조적 토양이 굳건해질 때, 비로소 '영희 페스티벌'은 온전한 상실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텅 빈 커튼과 나무 바닥뿐인 깡무대'(오지은 曰)는 시각적 장식을 소거한 자리에 예술의 본질만을 남기려는 기획의 영리한 은유였다. 이 미니멀한 무대가 결핍이 아닌 오롯한 몰입으로 치환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마포문화재단이 담보하는 공공성의 무게 및 공간의 쾌적성과 더불어, 민간 레이블 유어썸머가 지닌 민첩하고 자유로운 기획력이 빚어낸 절묘한 조화가 자리한다.
편견의 괄호 속에 갇혀 있던 고유명사들이 일제히 꿈처럼, 풀려나는 현장을 목격하는 일은 서늘하면서도 뜨겁다. 교과서 속 박제된 이름 '영희(榮喜)'에게 마땅히 쥐어졌어야 할 '영광과 기쁨'의 온전한 지분을 무대 위로 돌려주는 작업.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제1회 영희 페스티벌'은 태어날 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을 감내해야 했던 세상의 모든 영희를 위한 가장 우아하고 단호한 교정의 시간이었다.
예매자 통계(놀(Nol) 티켓 기준)는 이 축제가 겨냥하는 지점을 흥미롭게 방증한다. 관객의 87.3%가 여성, 12.7%가 남성이었으며 20대와 30대의 비중이 83.4%에 달했다. 압도적인 젊은 여성 관객의 지지는 곧 역설적으로 이곳이 수많은 '철수'들이 반드시 도달해야 할 무대임을 뜻한다. 여성 뮤지션들을 향해 덧씌워진 낡고 납작한 편견을 기꺼이 '철수(撤收·거두어들이거나 걷어치움)'시킬 수 있는 해방과 각성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미국 팝 슈퍼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역대 여성 뮤지션 최연소로 미국 '작곡가 명예의 전당'에 헌정됐다는 최근의 소식은 우리에게 묘한 기시감과 과제를 동시에 안긴다. 우리의 수많은 영희들은 오랫동안 '여신', '요정', 혹은 '마녀'라는 수식어에 갇혀 자신의 음악성을 함부로 재단 당하고, 종국에는 스스로를 검열해야만 했다.
1981년생 동갑내기이자 2007년 나란히 데뷔한 요조와 오지은이 라운드테이블에서 털어놓은 '홍대 여신'과 '홍대 마녀'라는 호칭의 폭력성은, 한 예술가의 치열한 실존이 어떻게 대상화되고 소모되는지를 고통스럽게 증명한다. 성별의 굴레를 벗어나 아티스트 본연의 음악성으로만 평가받는 구조적 토양이 굳건해질 때, 비로소 '영희 페스티벌'은 온전한 상실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텅 빈 커튼과 나무 바닥뿐인 깡무대'(오지은 曰)는 시각적 장식을 소거한 자리에 예술의 본질만을 남기려는 기획의 영리한 은유였다. 이 미니멀한 무대가 결핍이 아닌 오롯한 몰입으로 치환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마포문화재단이 담보하는 공공성의 무게 및 공간의 쾌적성과 더불어, 민간 레이블 유어썸머가 지닌 민첩하고 자유로운 기획력이 빚어낸 절묘한 조화가 자리한다.
![[서울=뉴시스] 12~14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영희 페스티벌' 현장. (사진 = 마포문화재단 제공) 2026.06.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6/16/NISI20260616_0002162423_web.jpg?rnd=20260616165109)
[서울=뉴시스] 12~14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영희 페스티벌' 현장. (사진 = 마포문화재단 제공) 2026.06.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피아니스트 남메아리가 이끄는 밴드는 남성 기타리스트 신현빈, 여성 드러머 서수진과 함께 보아의 '아틀란티스 소녀'와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를 밴드 셋으로 재해석하며 성별을 뛰어넘은 근사한 음악적 연대를 증명했다. 밴드 '더 픽스(THE FIX)'의 보컬 린지가 토해낸 폭발적인 에너지는 무대를 넓게 쓰며 그 외연을 한층 확장하는 맹렬한 동력이었다.
특히 이 페스티벌의 거대한 원심력은 인디와 주류의 경계를 넘어 K-팝 여성 아이돌의 세계까지 너르게 껴안았다. 선우정아가 자신의 문법으로 재해석한 소녀시대의 '포에버원'과 '소원을 말해봐', 안다영이 커버한 르세라핌의 '스파게티', 린지가 압도적인 보컬 실력으로 소화해 낸 로제의 '톡식 틸 디 엔드(toxic till the end)'는 단순한 선곡표 이상의 철학적 함의를 지닌다. 선우정아가 '소원을 말해봐'를, 안다영이 '스파게티'를 부를 때 무대 위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타인의 시선 속에서 수동적으로 소비되기 쉽던 노래들이 고유한 세계를 구축한 주체적 창작자의 목소리를 통과하는 순간, 곡에 덧씌워진 시각적 대상화의 굴레는 증발하고 스스로의 서사를 직시하는 전복적인 미학이 탄생한다. 이는 가장 극심한 대상화의 잣대를 견뎌내야 하는 K-팝 신의 여성 아이돌 역시 이 연대의 장에 마땅히 불려 나와야 할 동시대의 '영희'들임을 선언하는 눈부신 포용의 순간이었다.
싱어송라이터 이랑의 무대는 예술가가 세계의 폭력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숭고한 증명이었다. 6명의 여성 싱어송라이터와 함께 빚어낸 아카펠라에 이어 "재판, 제가 이겼습니다"라는 짧은 선언 뒤 울려 퍼진 '늑대가 나타났다'는 공권력의 검열 앞에서도 결코 훼손될 수 없는 창작자의 존엄 그 자체였다. 선우정아는 테크노 버전의 '봄처녀'와 대표곡 '도망가자' 등을 통해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감정이 어떻게 가장 보편적인 예술로 승화되는지 그 궤적을 완벽하게 직조해 냈다. 기타 한 대로 객석을 좌지우지한 안신애의 그루브와 솔이 넘치는 보컬은 현 국내 여성 뮤지션들의 개성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증명해냈다.
'영희 페스티벌'은 한 예술가의 치열한 궤적이 어떻게 다음 세대의 미학적 척도가 되는지를 확인하는 제단이기도 했다. 기획자인 오지은은 같은 시간 올림픽공원에서 데뷔 5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열고 있는 한영애를 향한 완전한 경의를 담아 '누구 없소'와 '조율'을 커버했고, 세대와 공간을 초월해 흐르는 거대한 연대의 핏줄을 확인케 했다. 헤드라이너로 중심을 단단히 잡은 김윤아는 "여자의,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페스티벌에 내가 안 가면 누가 가느냐"며 페스티벌에 기꺼이 힘을 실었다.
나아가 이상은은 '비밀의 화원', '삶은 여행' 등으로 세대를 껴안는 거대한 위로를 건네는 한편, 90년대를 풍미한 일본 솔로 싱어송라이터 우아(UA)의 '밀크 티(Milk tea)'를 부르며 그를 내년 무대에 초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국경을 가로질러 호명된 이국의 창작자는, 앞서 K-팝 아이돌을 껴안았던 축제의 맹렬한 원심력이 해외 여성 뮤지션들과의 연대로까지 무한히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미학적 암시였다.
특히 이 페스티벌의 거대한 원심력은 인디와 주류의 경계를 넘어 K-팝 여성 아이돌의 세계까지 너르게 껴안았다. 선우정아가 자신의 문법으로 재해석한 소녀시대의 '포에버원'과 '소원을 말해봐', 안다영이 커버한 르세라핌의 '스파게티', 린지가 압도적인 보컬 실력으로 소화해 낸 로제의 '톡식 틸 디 엔드(toxic till the end)'는 단순한 선곡표 이상의 철학적 함의를 지닌다. 선우정아가 '소원을 말해봐'를, 안다영이 '스파게티'를 부를 때 무대 위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타인의 시선 속에서 수동적으로 소비되기 쉽던 노래들이 고유한 세계를 구축한 주체적 창작자의 목소리를 통과하는 순간, 곡에 덧씌워진 시각적 대상화의 굴레는 증발하고 스스로의 서사를 직시하는 전복적인 미학이 탄생한다. 이는 가장 극심한 대상화의 잣대를 견뎌내야 하는 K-팝 신의 여성 아이돌 역시 이 연대의 장에 마땅히 불려 나와야 할 동시대의 '영희'들임을 선언하는 눈부신 포용의 순간이었다.
싱어송라이터 이랑의 무대는 예술가가 세계의 폭력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숭고한 증명이었다. 6명의 여성 싱어송라이터와 함께 빚어낸 아카펠라에 이어 "재판, 제가 이겼습니다"라는 짧은 선언 뒤 울려 퍼진 '늑대가 나타났다'는 공권력의 검열 앞에서도 결코 훼손될 수 없는 창작자의 존엄 그 자체였다. 선우정아는 테크노 버전의 '봄처녀'와 대표곡 '도망가자' 등을 통해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감정이 어떻게 가장 보편적인 예술로 승화되는지 그 궤적을 완벽하게 직조해 냈다. 기타 한 대로 객석을 좌지우지한 안신애의 그루브와 솔이 넘치는 보컬은 현 국내 여성 뮤지션들의 개성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증명해냈다.
'영희 페스티벌'은 한 예술가의 치열한 궤적이 어떻게 다음 세대의 미학적 척도가 되는지를 확인하는 제단이기도 했다. 기획자인 오지은은 같은 시간 올림픽공원에서 데뷔 5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열고 있는 한영애를 향한 완전한 경의를 담아 '누구 없소'와 '조율'을 커버했고, 세대와 공간을 초월해 흐르는 거대한 연대의 핏줄을 확인케 했다. 헤드라이너로 중심을 단단히 잡은 김윤아는 "여자의,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페스티벌에 내가 안 가면 누가 가느냐"며 페스티벌에 기꺼이 힘을 실었다.
나아가 이상은은 '비밀의 화원', '삶은 여행' 등으로 세대를 껴안는 거대한 위로를 건네는 한편, 90년대를 풍미한 일본 솔로 싱어송라이터 우아(UA)의 '밀크 티(Milk tea)'를 부르며 그를 내년 무대에 초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국경을 가로질러 호명된 이국의 창작자는, 앞서 K-팝 아이돌을 껴안았던 축제의 맹렬한 원심력이 해외 여성 뮤지션들과의 연대로까지 무한히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미학적 암시였다.
![[서울=뉴시스] 12~14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영희 페스티벌' 현장. (사진 = 마포문화재단 제공) 2026.06.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6/16/NISI20260616_0002162422_web.jpg?rnd=20260616165044)
[서울=뉴시스] 12~14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영희 페스티벌' 현장. (사진 = 마포문화재단 제공) 2026.06.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또한 김사월, 나인(NINE9), 박소은, 예람, 오소영, 우희준, 이설아, 이아립, 정새벽, 청우, 청요일, 해파를 비롯해 ddbb,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같은 밴드들과 수조, 윤새, 조소정, 선워즈히어(sunwashere) 등 이번에 참여한 모든 여성 뮤지션들은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는 아티스트들의 목소리가 다층적인 음악의 세계를 직조했다.
이 단호하고도 명랑한 선언은 비단 음악에만 머물지 않았다. 정성은, 굉장한 여자들, 김서연, 원소윤, 최예나 등이 참여한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는 삶의 이면을 날카로운 웃음으로 환기했다. 이들은 "여기 남성분들 혹시 불편하신가요? (아니요!) 영희페 오신 남성분들은 개념남"이라며 세상을 향한 낡은 시선에 맞대응했다. 오지은은 또한 이번에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도 데뷔, 특정 상황에 대해 계속 주석을 달아야만 하는 이 시대의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주의를 비틀었다.
'영희 페스티벌'은 기획자의 단언처럼 가장 빨리 없어져야 할 축제다. 여성을 애써 앞세우지 않아도 창작물의 질적 성취가 고스란히 담보되고, 특정한 성별 프레임이 완벽히 거세된 진정한 의미의 '모두의 페스티벌'이 도래하는 날, 이 축제는 기꺼이 자신의 소멸을 맞이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이 단호하고도 명랑한 선언은 비단 음악에만 머물지 않았다. 정성은, 굉장한 여자들, 김서연, 원소윤, 최예나 등이 참여한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는 삶의 이면을 날카로운 웃음으로 환기했다. 이들은 "여기 남성분들 혹시 불편하신가요? (아니요!) 영희페 오신 남성분들은 개념남"이라며 세상을 향한 낡은 시선에 맞대응했다. 오지은은 또한 이번에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도 데뷔, 특정 상황에 대해 계속 주석을 달아야만 하는 이 시대의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주의를 비틀었다.
'영희 페스티벌'은 기획자의 단언처럼 가장 빨리 없어져야 할 축제다. 여성을 애써 앞세우지 않아도 창작물의 질적 성취가 고스란히 담보되고, 특정한 성별 프레임이 완벽히 거세된 진정한 의미의 '모두의 페스티벌'이 도래하는 날, 이 축제는 기꺼이 자신의 소멸을 맞이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