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 세 번째 제작 연극 시리즈…손상규 연출
이서진·고아성 첫 연극 도전…자연스러운 연기 선보여

연극 '바냐 삼촌' 공연 장면. (사진=LG 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너무 억울해서 밤에 잠도 안 와. 밤새 침대에서 천장을 보면서 내가 그 모든 시간을, 기회를 흘려보냈구나 생각하면 잠을 못 잔다고!"
삶을 돌아보는 바냐의 푸념 섞인 절규에는 후회와 미련이 뒤섞여 있다.
연극 '바냐 삼촌'은 그렇게 평범한 인물들이 겪는 상실과 욕망, 후회와 좌절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삶의 아이러니를 무대 위에 펼쳐놓는다.
지난 7일 개막한 '바냐 삼촌'은 LG아트센터가 2024년 '벚꽃동산', 2025년 '헤다 가블러'에 선보이는 세 번째 제작 연극 시리즈다. 양손프로젝트의 손상규가 연출을 맡았다.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으로 평생을 삶의 터전과 가족, 그 안의 질서에 헌신해온 바냐와 소냐를 통해 삶 전체가 흔들리는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바냐는 죽은 누이의 남편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왔지만, 실은 매제가 무능한 지식인임을 깨닫고 좌절한다. 조카 소냐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묵묵히 감당하며 그의 곁을 지킨다.
'벚꽃동산' 전도연, '헤다 가블러' 이영애 등 연극 무대가 익숙하지 않던 배우들을 내세워 화제몰이를 했던 LG아트센터는 이번 작품에서도 이서진, 고아성이라는 스타들을 캐스팅했다. 이서진, 고아성 모두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들이다.

연극 '바냐 삼촌' 공연 장면. (사진=LG 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개막 전부터 첫 연극 도전으로 관심을 받았던 이서진과 고아성은 낯선 무대에서도 자신들이 가진 익숙한 매력을 드러내며 이질감 없이 역할에 스며들었다.
이서진이 연기한 바냐는 그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시니컬한 그의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겹친다. 그는 툴툴거리며 내뱉는 한숨과 체념 섞인 농담을 통해 인생에 대한 후회와 허탈감을 지닌 인간 바냐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그의 냉소에 가려 회한이 다소 옅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때로는 지질하고 또 때로는 애처로운 바냐의 얼굴은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소냐로 분한 고아성 역시 자신의 옷을 입은 듯하다.
소냐는 의사 아스트로프를 사랑하지만, 아스트로프의 마음은 그의 새엄마인 엘레나에게 향해 있다. 자신의 못난 얼굴에 속상해도, 아스트로프의 마음을 얻지 못해 슬퍼도 그는 주저앉지 않는다. 무너져내린 삼촌 곁에서 "그런데 어쩌겠어, 살아가야지"라며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도 소냐다.
특히 극의 백미인 마지막 장면에서 고아성의 존재는 더욱 빛난다.
일련의 사건들 속에 극 중 인물들 중 그 누구도 별다른 인생의 해답을 찾지 못한다.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으며, 앞으로도 별다른 희망이나 기대를 품기 어렵다.
그러나 소냐가 "앞으로도 길고 긴 낮과 밤들이 계속되겠지? 우리 그 모든 걸 묵묵히 견뎌내보자"고 담담하지만 힘있는 말을 건넬 때,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지금의 고통도 결국 삶의 한 조각으로 남게 되리라는 위로를 안긴다.

연극 '바냐 삼촌' 공연 장면.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자신의 인생이 조연처럼 느껴지지만 무엇도 하지 못하는 엘레나로 분한 이화정과 미래 세대를 위해 나무를 심으면서도 매일 술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 아스트로프 역의 양종욱의 연기도 단단하게 무대를 떠받친다.
공연은 오는 31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시그니처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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