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윤미 박사과정생(왼쪽부터), 권기도 석사졸업생, 민경익 교수.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나호용 기자 = 경북대 연구팀이 약물 전달과 치료 소재 등에 활용 가능한 펩타이드 나노소재를 빛으로 정밀하게 설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나노 구조의 크기와 내부 공간까지 조절할 수 있어 다양한 기능성 소재로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25일 경북대 의생명융합공학과 민경익 교수팀에 따르면 빛을 이용해 펩타이드 나노조립 과정을 제어하고 펩타이드 나노 캡슐을 구현하는 자기조립 기술을 개발했다.
펩타이드(아미노산으로 이뤄진 단백질 조각)는 생체 친화성과 설계 유연성으로 차세대 바이오 소재로 주목받고 있지만, 자기조립 과정이 복잡하고 불안정해 구조를 정밀하게 제어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빛의 세기만으로 펩타이드 간 공유결합 형성 속도를 조절하는 새로운 자기조립 원리를 적용했다. 비공유결합의 불안정성과 공유결합의 빠른 반응성이라는 상반된 특성을 빛이라는 외부 자극을 통해 동시에 제어한 것이다.
이를 위해 빛에 반응해 결합을 형성할 수 있는 타이로신 아미노산을 활용해 결합이 빛의 세기에 따라 단계적으로 형성되도록 설계했다. 약한 빛에서는 결합이 느리게, 강한 빛에서는 빠르게 진행되도록 반응 속도를 제어해 나노입자 외부는 단단한 공유결합 껍질, 내부는 유연한 초분자 구조로 이루어진 공유-초분자 구배 구조(covalent-supramolecular gradient)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구조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내부 비공유결합 영역만 선택적으로 제거해 속이 빈 캡슐형 펩타이드 나노구조를 제작했다. 또 빛의 세기와 조사 순서를 조합해 나노 캡슐의 크기, 껍질 두께, 내부 공간을 각각 독립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두꺼운 껍질을 가진 캡슐 구조, 내부 핵을 포함한 요크-셸(yolk-shell) 구조, 표면이 거친 범피(bumpy) 구조 등 기존에는 구현이 어려웠던 다양한 나노구조를 구현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펩타이드 나노 캡슐이 기능성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금(Au)과 백금(Pt) 나노입자 및 기능성 펩타이드를 결합해 ▲빛을 열로 변환하는 광열 기능 ▲과산화효소 유사 촉매 기능 ▲특정 바이오 물질을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효소 고정화 기능을 확인했다.
민경익 교수는 “이번 연구는 펩타이드 나노구조가 자연적으로 형성된다는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빛이라는 외부 자극을 활용해 펩타이드 조립 과정을 설계 도구로 전환하고, 구조 형성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다. 반응 속도(kinetics)를 조절해 구조의 형성을 결정하는 새로운 조립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복잡한 공정 없이도 원하는 구조와 기능을 갖는 바이오 소재를 설계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우수신진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교신저자는 민경익 교수, 공동 제1저자는 같은 학과 허윤미 박사과정생과 권기도 석사졸업생이다.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최고 수준의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컴포지트 앤 하이브리드 머티리얼즈(Advanced Composites and Hybrid Materials(IF=21.8, JCR 상위 1.5%) 2월 16일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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