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경찰이 된 심리학자들…'악의 이유를 찾는 사람들'

기사등록 2026/03/18 08:10:00

[서울=뉴시스] '악의 이유를 찾는 사람들' (사진=에스판다스 제공) 2026.03.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악의 이유를 찾는 사람들' (사진=에스판다스 제공) 2026.03.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악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화했고, 세상은 더 많은 프로파일러를 원했다"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는 2005년 경찰의 '특채 1기 프로파일러' 공개 채용을 이렇게 설명한다. 당시 경찰은 민간 심리학 전공자 16명을 선발했고, 이 가운데 1명을 제외한 15명이 경찰학교를 거쳐 2006년 현장에 배치됐다.

신간 '악의 이유를 찾는 사람들'은 이들 특채 1기 프로파일러의 20년을 담은 논픽션이다.

전 한겨레 기자인 고나무 에스판다스 대표가 기획에 참여했고, 나경희 시사IN 기자가 집필했다. 특채 1기 출신 가운데 퇴직한 김윤희씨와 백승경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관, 최대호 경찰수사연구원 교수, 추창우 대구경찰청 과학수사관이 자문을 맡았다.

프로파일러는 연쇄 범죄로 추정되는 사건들 사이에서 범인의 심리적 변화와 행동 패턴을 읽고, 과거 사건을 토대로 다음 범행 가능성을 추적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떻게 저런 짓을 했을까’라는 탄식에 머무르지 않고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으로 사건에 접근한다.

책은 언론의 단신 기사에 다 담기지 않았던 프로파일러의 시선과 고민을 보여준다. 범죄 현장과 피의자 조사실, 사건 기록 사이에서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악'을 해석하고 좇아왔는지 구체적인 장면으로 풀어낸다.

"말로만 밀어붙이면 자백을 안 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렇다면 우리가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조사하듯이 질문을 던져보자고 생각했어요. 용의자 처지에서 '뭔가 증거가 발견됐구나'하는 심리적 압박감을 받도록."(96쪽)

하얀 가운을 입은 추창우 수사관과 과학수사팀장이 거즈, 면봉, 휴대용 현미경을 들고 진술녹화실로 들어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리 분석이 추상적인 추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학수사와 맞물려 작동하는 수사의 한 축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책은 또 프로파일러라는 일이 사건 해결의 성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직업임도 드러낸다. 이들은 때로 악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무너지고, 회의하고, 다시 버텨야 했다.

"아무도 찾지 않아 한 달 넘게 방치된 집도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팀장 박미옥도, 팀원이었던 김윤희도 똑같이 무너져 내렸다."(204쪽)

"내가 왜 이 사람에게 공감하고 이해해야 하나, 이렇게 해서 내가 얻는 게 무엇인가, 직업으로서 회의감까지 들어요. 아마 모든 프로파일러들이 그 벼랑까지 가봤을 거예요. 거기서 의미를 찾느냐, 못 찾느냐의 차이일 뿐이죠."(130~131쪽)

책에는 경찰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범죄분류 매뉴얼(CCM)을 토대로 한국 현실에 맞는 '한국형 범죄분류 매뉴얼(K-CCM)'을 만드는 과정도 담겼다.

"권일용과 백승경이 근무하는 본청을 중심으로 각 지방청에서 근무하는 프로파일러와 경찰대에서 근무하는 교수를 포함해 총 31명이 모여 만든 성과였다."(69쪽)

프로파일링이 단지 몇몇 인물의 직관이나 재능에 기대는 영역이 아니라, 축적과 체계화의 과정을 거쳐 제도화돼 왔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를 ‘가해자의 서사를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밝힌다. 범죄를 소비하거나 악을 미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서사를 분석해 더 적은 피해로 이어지게 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죄는 끊이지 않겠지만 피해자는 줄일 수 있다. 이 글도 오직 그 때문에 쓰였다."(249쪽)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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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경찰이 된 심리학자들…'악의 이유를 찾는 사람들'

기사등록 2026/03/18 08:1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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