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3법②]재판소원 허용…'소송 지옥' vs '기본권 구제'

기사등록 2026/03/01 07:00:00

최종수정 2026/03/01 07:18:02

법원 확정 판결 '기본권 침해'도 헌법 심사

헌재-법원 위상 놓고 약 40년간 논쟁…전환점

"민·형사소송법 등 고쳐야…헌재 환송 근거無"

헌재 사건 처리 지금도 2년…"예산 확충 필요"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2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6.03.01.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2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6.03.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타결되면서 확정된 판결의 기본권 침해 문제를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다퉈 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재판소원이 실현되며 헌재가 확정된 판결을 취소하면 법원은 다시 재판을 해야 한다.

헌재는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법원 재판에 대해서도 기본권 구제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지만,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로 작용해 사회적 갈등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헌재가 재판소원을 감당할 역량을 적기에 갖출 수 있는지도 과제다.

李 무죄용 제도?…헌재 탄생 때부터 필요성 제기

1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가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의결한 헌재법 개정안은 68조 1항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을 삭제해, 법원의 판결도 헌법소원심판의 청구 대상으로 삼는 것이 골자다.

모든 판결이 대상인 건 아니다. 개정안은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했을 때 ▲재판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을 때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어겨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로 정했다.

아울러 판결이 확정된 지 30일이 지나면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없다. '4심제', '소송지옥'이라는 법원의 우려에 대해 헌재가 재판소원 심리 대상이 되는 사건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이번 법 개정으로 헌법소원심판에도 가처분 제도가 새로 도입됐다. 헌재가 직권으로, 또는 청구인의 신청을 받아들여 결정으로 재판을 비롯한 헌법소원심판 대상이 된 공권력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게 됐다.

재판소원 논쟁은 40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 헌법학계에선 1988년 헌재 출범 직후에도 유독 법원의 재판만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 "법원의 집요한 로비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공권력 존재 이유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있는 만큼 사법부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취지다. 1991년 헌재가 펴낸 '헌법재판 및 제도의 활성화에 관한 연구'에도 헌법연구관·법학 교수 등의 이 같은 지적이 담겼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6.03.01.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6.03.01. [email protected]
헌재는 1997년 12월, 2022년 6월과 7월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총 3번에 걸쳐 취소한 사례가 있다. 법원이 법 조항을 해석·적용하는 방식에 대한 '한정위헌'을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헌재가 재판을 취소한 것이다. 대법원은 법률을 해석할 권한이 법원에 있다는 이유로 헌재 결정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5월 대법원의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판결을 이유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약 40년간 이어진 헌재와 대법의 위상 논쟁이 정리되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금도 헌재 처리에 약 2년…소송법 개정도 시급

이제 관심은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된 헌재가 재판소원 제도를 제대로 안착시킬 수 있는지에 모인다.

일단 재판소원이 헌법에 합치되는 제도인지에 대한 대법과 헌재의 시각차부터 좁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헌법 111조 1항 5호는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을 헌재의 권한이라고 선언한다. 헌재는 입법부인 국회가 헌재법을 개정해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것으로 "헌법적 근거는 명확하다"는 입장이다.

대법은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원도 구체적 사건에서 심판할 때 헌법을 해석·적용하는 만큼, 대법과 헌재가 각자 최종 헌법 해석기관이라는 것이다. 법 개정 이후 1호 '판결 취소' 사건에 대한 효력을 법원에서 인정할지 여부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후속 입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은 앞서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헌재가 법원으로 사건을 환송할 소송법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이 보이고 있다. 2026.03.01.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이 보이고 있다. 2026.03.01. [email protected]
국회는 재판소원을 추진하면서 절차법인 민·형사소송법 개정과 같은 논의는 손도 대지 않았다. 재판의 실무를 규정하고 있는 대법원 규칙도 손질해야 한다.

소송 당사자 입장에서 불필요한 법적 분쟁의 시간이 길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앞서 대법은 법사위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재판 지연과 소송비용 증가, 법적 불확실성을 초래한다"고 했다. 독일에서 재판소원 인용률이 0%대에 그치는 점을 들면서 "소송비용만 과다하게 지출하도록 하는 희망 고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의 역량도 도마 위에 오른다. 헌법재판관 9명과 헌법연구관 70명 안팎 인원으로 증가한 재판소원 사건을 적시에 다룰 수 있겠냐는 것이다.

헌재의 2024년 기준 평균 사건처리 기간은 724.7일로 이미 2년에 달한다. 같은 해 접수된 2522건 중 헌재법 68조 1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인 '헌마' 사건이 1788건으로 전체 71%다.

헌재는 재판소원을 2022년 도입한 대만의 사례를 든다. 헌법소원 청구 건수가 2021년 747건에서 2022년 4371건으로 5.8배 폭증했지만, 2023년 1359건으로 다시 감소해 안정화됐다는 것이다.

대만 헌재가 본안 판단에 넘긴 사례도 2021년 71건에서 2022년 37건으로 오히려 줄었다고 조명했다. 헌재는 "재판소원 본질에 부합하는 사건에 역량을 집중한다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헌재는 지난달 13일 낸 자료에서 "헌법연구관 및 심판지원인력 증원을 위한 예산 확충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인적, 물적 역량을 확대하고 심판사무처리를 효율화하는 등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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