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뉴노멀 우려에 초강경 모드…급한불 껐지만 하락세 이어질까

기사등록 2025/12/25 11:17:20

최종수정 2025/12/25 11:46:25

외환당국, 24일 시장 구두개입 이어 세제패키지 발표

"정부 강력한 의지와 정책 실행 능력 곧 확인될 것"

1480원 넘자 종가 관리 나선 듯…"말 아닌 행동으로"

환율 급락해 1440원대로…"당국 실개입 동반 추정"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당국의 외환시장 구두 개입이 이뤄진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32.60원(2.20%) 내린 1451.00원을 나타내고 있다. 2025.12.24.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당국의 외환시장 구두 개입이 이뤄진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32.60원(2.20%) 내린 1451.00원을 나타내고 있다. 2025.12.2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각종 대책이 이어졌음에도 환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정부가 초강경 대응 기조로 전환했다. 역대 최고 수위의 메시지로 외환시장에 대한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지금까지보다 훨씬 강력하고 전방위적인 정책 수단이 나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외환 당국은 24일 김재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 명의의 메시지를 통해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전날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넘어서며 연고점(1487.6원)을 위협하자 외환시장에 대한 구두개입에 나선 것이다.

이번 구두개입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강력했다. 외환당국은 "지난 1~2주에 걸쳐 일련의 회의를 개최하고, 각 부처 및 기관별로 담당 조치를 발표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상황을 정비한 과정이었음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은 외환 시장에 대해 구두개입할 때 '과도한 쏠림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도의 표현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당국이 특정 방향성을 유도하거나 시장 가격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남기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하며 23일 1483.6원까지 치솟자 당국은 이 수준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냈다.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 종가는 1472.5원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7년 말(1695.0원)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는데 올해 종가는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던 상황이었다.

연말 환율 종가는 기업의 부채비율이나 은행의 BIS 비율 등 재무 건전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장에서는 올해 종가가 지난해보다 높을 경우 경제와 시장 심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당국이 전방위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들어 시장에 외화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해 국민연금, 기업, 개인투자자 등 외환시장 주요 참여자들을 타깃으로 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보유중인 달러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2025.12.03.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보유중인 달러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2025.12.03. [email protected]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에 따른 달러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은행과 외환스와프 연장과 전략적 환헤지 운영기간 연장 카드를 내놨다. 또 외환건전성 부담금 면제와 선물환포지션 제도 조정,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부담 경감 등 거시 건전성 규제 완화 조치도 내놨다.

 24일 구두개입 직후에는 해외 자산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복귀시 양도소득세 감면, 해외 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급불산입률 조정 등 세제 지원 패키지까지 내놨다.

정책 뿐만 아니라 사정(司正) 기능까지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세청은 지난 23일 가격담합 등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31개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 계획을 발표했는데, 조사 대상 중에는 부당 외환 반출 등으로 환율 상승읕 부추긴 11개 업체가 포함됐다. 이들이 해외로 부당 반출한 외화 규모는 5000억∼6000억원 규모다.

지금까지 개인과 기업 등 시장 참여자들에 대한 당국의 메시지는 향후 환율이 하락할 수도 있으니 위험 관리(환헤지)가 필요하다는 권고 수준에 그쳤다.

정부의 대응에 변화가 생긴건 최근 원화 약세에 베팅하는 투기 수요로 시장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는 상황 인식 때문이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전날 언론을 통해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다양한 루트의 정책이 가동될 테니 당분간 잘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외환시장도 정부의 메시지에 즉각 반응했다. 2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3.8원 떨어진 1449.8원으로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2022년 11월 11일(-59.1원)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야간 거래에서는 환율이 추가하락해 1445원대까지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이날 외환 당국의 구두개입 이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실개입이 동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정부는 물론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전방위적인 정책 대응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에 대해 시장이 반응을 보였다"며 "(이번 구두개입과 정책 대응의) 약발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현 위원은 "지금까지 여러가지 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에 외환수급 개선 효과는 있을 것 같다"며 "해외 자회사의 유보금을 국내로 송금하는 것에 대한 세제 혜택 등으로 달러 물량 자체가 시장에 풀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또 국민연금 환헤지 물량도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체적으로 분위기 자체는 추가적으로 원화 강세 쪽으로 흘러갈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에 앞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구 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5.11.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에 앞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구 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5.11.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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