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유린시설 '영화숙·재생원' 손배 재판서 피해자들 과거 증언

기사등록 2025/11/26 14:23:52

부산지법서 변론기일 열려

[부산=뉴시스] 부산 연제구 부산법원종합청사 전경. (사진=뉴시스DB)
[부산=뉴시스] 부산 연제구 부산법원종합청사 전경. (사진=뉴시스DB)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과거 부산 내 인권유린시설인 '영화숙·재생원' 피해자들이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재판 관련, 입소 당사자들이 직접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부산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이호철)는 26일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 손석주씨 등 185명이 정부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702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의 변론 기일을 열었다.

이날 진행된 증인신문에는 손씨와 피해자 3명이 나섰다.

이들은 각자의 수용 계기와 시점, 기간 등을 밝힌 뒤 과거 겪었던 인권 유린 피해를 증언했다.

이들 진술에 따르면 영화숙·재생원은 입소생들의 인권 침해가 만연한 '지옥'과 다름없었다. 이들은 좁은 방에 20~25명이 생활하며 보리죽과 같은 부실한 식사, 물도 제대로 먹을 수 없던 환경에 놓여 있었다. 위생 상태 역시 불량해 결핵, 피부병 환자들도 다수였다.

지속적이고 심한 폭행이 이어졌고, 도망가다 붙잡힌 원생에 대해서는 더한 폭력을 가했기에 감히 이에 대한 염원조차 품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강제 노역과 성폭행 피해도 있었고, 심지어 사망한 원생의 시신을 시설 관리자들이 처리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한 증인은 시설 주변에 경찰이 상주하는 초소가 보이기도 했지만, 도움 받을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손씨는 "이곳에서는 누군가 찾아주지 않으면 영원히 나올 수 없다는 걸 알고 그게 제일 두려웠다"며 "이제는 대한민국이 저희를 구해주시길, 눈 감을 때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내달 24일 한 차례 변론 기일을 더 갖겠다고 밝혔다.

영화숙·재생원은 1951년 설립 이후 1970년대까지 운영된 부산 지역 집단수용시설 중 하나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를 통해 이곳에서 강제 수용과 노역, 구타, 가혹행위, 성폭력, 시신 암매장 등이 자행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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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유린시설 '영화숙·재생원' 손배 재판서 피해자들 과거 증언

기사등록 2025/11/26 14:23:52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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