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값 제자리에도…환율 '고공행진' 하는 이유

기사등록 2025/11/14 11:22:00

거주자 해외증권투자 1~9월 998억달러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 827억달러 상회

구조적 개선 없이 1300원대 환율 어렵다는 시각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4150.39)보다 20.24포인트(0.49%) 상승한 4170.63에 장을 마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보이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906.51)보다 11.86포인트(1.31%) 오른 918.37에 거래를 종료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65.7.5원)보다 2.0원 오른 1467.7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2025.11.13.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4150.39)보다 20.24포인트(0.49%) 상승한 4170.63에 장을 마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보이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906.51)보다 11.86포인트(1.31%) 오른 918.37에 거래를 종료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65.7.5원)보다 2.0원 오른 1467.7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2025.11.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환율이 1460원을 넘나들며 고공행진이다. 달러값이 제자리에 멈춘 사이 대외 여건의 뚜렷한 변화 없이 원화가치가 뚝 떨어지면서다. 서학개미로 대표되는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외환 수급의 구조적 변화가 원화 가치를 짓누르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0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일 오후 종가(1467.7원) 보다 9.8원 떨어진 1457.9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환율은 전일대비 4.2원 오른 1417.9원에 출발해 한때 1474.9원까지 올랐지만 당국의 시장개입성 발언으로 방향을 틀며 큰 폭으로 급락했다.

이날 오전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국민연금과 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주체들과 긴밀히 논의하여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근 환율 흐름에서 눈에 띄는 점은 달러 자체의 변동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한 달 전과 마찬가지로 99선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반면 원화는 한 달 새 1420원에서 1480원을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례적인 흐름의 배경으로 자금의 해외 유출을 지목한다. '서학개미'로 대표되는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실물 투자나 외국인 자금 유입에 따른 달러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날 금융 당국 수장 회의에서도 당국은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환율 불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구조적인 외환 수급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해외 투자 수요가 계속될 경우 원화 약세 기대가 시장에 고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한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액은 998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는 827억7000만 달러였다. 흑자 규모를 뛰어넘는 해외 투자액이 환율에 더 크게 영향을 준 셈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국내 투자금은 296억5000만 달러에 그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우리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에 달러 수요가 높아지는데 다, 거주자들의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가 높아지면서 고환율을 유발하고 있다"며 "추세대로라면 1500원도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은도 최근 보고서에서 순대외자산 증가가 원화 약세를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내국인의 해외 투자에서 외국인의 국내 투자를 뺀 순대외자산은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6월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순대외자산 비율은 55%에 달한다.

이외에도 시장에서는 한·미 금리 차와 엔화 약세, 대미 직접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 국내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 등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꼽는다. 펀더멘털 자체가 미국보다 나쁘다는 인식에 자금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해외증시 투자 열기가 식지 않을 경우 환율이 1300원대로 돌아가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는 평가다. 다만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나 외환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면서 급등 속도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간 1500원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투자가 급격히 늘면서 단기적인 원화 약세 기대가 누적되고 있다"며 "다음 상단 구간은 과거 계엄 시기 고점이었던 1480원 수준으로, 주요국 통화 약세 대비 원화의 추가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1500원 환율은 달러 인덱스가 추가 상승하지 않는 한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1480원대 진입 시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나 외환당국의 미세 조정 가능성도 있어 환율의 급등세는 제약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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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값 제자리에도…환율 '고공행진' 하는 이유

기사등록 2025/11/14 11:22: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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