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있는 조카에 '집안일 못한다'며 폭행…법원 판단은[죄와벌]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지적장애가 있는 조카에게 각종 집안일과 심부름을 시키면서 상습적으로 폭행한 남성. 계속된 폭행에 결국 조카는 사망에 이르렀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A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자신의 조카 B군과 함께 생활하면서 자신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자신의 아내는 부정맥과 협심증 진단을 받아 집안일이 어려워지자 B군에게 각종 심부름과 청소, 빨래 등을 시켜왔다.

A씨는 올해 4월 각종 집안일과 심부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목검으로 B군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수차례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에도 같은 이유로 B군의 복부를 수차례 때렸으며, 허벅지 근육 파열과 췌장 등 장기 손상을 가했다.

같은해 5월 A씨는 B군이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한 채 복부를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주먹으로 복부를 때리고 목검으로 B군의 머리와 허벅지 부위를 때렸다. 이에 다발성 손상으로 B군을 사망하게 했다.

법원은 납득할 만한 동기가 없고, A씨가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방법원 제5형사부(재판장 장기석)는 상습특수상해, 살인, 장애인복지법위반, 공갈 등의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또한 40시간의 가정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장애관련기관 10년 취업제한 등을 명했다.

법원은 "A씨의 폭력은 우발적이거나 1회적인 범행이 아니라, B군의 사망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기까지 아무런 죄의식 없이 무감각하게 지속되어 온 것으로, 그에 대한 납득할 만한 동기도 찾아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잔인한 범행으로 잃게 된 B군 아버지의 정신적 고통도 상당할 것"이라며 "A씨는 범행을 축소하려 하거나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진지하게 참회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다만 법원은 "살해할 목적이나 확정적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미필적 고의로 살인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은 형을 정함에 적절히 참작했다"고도 덧붙였다.

A씨의 아내 역시 폭행을 지켜봤으며, 제지하거나 보호하려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를 묵인하고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내에게는 상습특수상해방조, 살인방조, 장애인복지법위반 방조 등 혐의가 적용됐다.

법원은 A씨의 아내에게 징역 7년과 40시간의 가정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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