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약국에서 비대면 진료 조제 요청은 처음이라며 조제를 거부했습니다. 처방전에 기재된 약이 없고, 대체 조제 역시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최근 취재 과정에서 만난 A씨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의 10대 자녀는 추석 연휴 기간 감기를 앓았다. 문 연 병의원을 찾던 A씨는 지인의 추천으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이용했다. 서울에 있는 전문의에게 무사히 비대면 진료를 받았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A씨가 사는 지역에선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한 처방전 조제에 흔쾌히 나서는 약국이 없었던 것이다. A씨는 4~5곳의 약국에 전화를 돌렸지만 모두 "비대면 진료를 통한 처방전 조제는 어렵다"라고 답했다. A씨는 "마지막 약국에 간곡히 사정을 설명하고 나서야 대체조제를 받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대체조제는 처방전의 의약품과 동일 성분, 동일 함량, 동일 제형으로 식약처장이 생물학적 동등성이 있다고 인정한 품목으로 조제하는 것을 말한다. 약사가 임의로 비슷한 약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약사법에 근거해 식약처에 등재된 다른 제약사 약 중에서 대체조제 한다.
A씨는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되지 못한 지방 소도시에 사는 탓"이라고 자책했다. A씨와 같은 불편함이 과연 특정 지역만의 문제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시행 1년을 맞아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환자·의사·약사 대상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환자 1506명 가운데 "조제를 거부당하는 불쾌한 경험을 당했다"는 비율이 32.9%에 달했다. 비단 특정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약사들 역시 비대면 조제에 애로를 겪고 있다. 서울시약사회 약사정책기획단이 올 2월 서울 지역 개국·근무약사 846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비대면진료 처방전을 조제한 경험이 있는 약사는 38.3%를 차지한 반면 61.7%는 조제한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제 경험이 있는 약사 중에서도 50.9%는 비대면진료 처방전의 조제를 거절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제 불가(거절) 이유는 처방 약이 없었던 경우가 48.5%로 가장 많았다. 시약사회는 "비대면진료 환자가 가까운 약국에서 처방 약을 쉽게 조제받기 위해서는 성분명처방(대체조제)이 필수라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환자와 약사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진료 대체조제의 간소화가 필수다. 의약계에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대면 진료 처방전에 대체조제 가능을 자동으로 표기하거나 약국에서 대체 조제 사후통보 자동화 또는 생략 등의 규제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처방전 위변조 및 재사용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 마련도 제안된 바 있다.
우리나라의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일부 규제로 환자가 불편을 겪고 있고, 의약계는 대체조제 간소화라는 해답을 내놨다. 이제 규제당국이 답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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