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아시아 11개국 여성 미술가 조명
배우 이청아 전시 설명 오디오가이드 참여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몸에는 삶의 경험이 각인되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접속하는 몸-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전을 3일 서울관에서 개막한다.
1960년대 이후 아시아 11개국 주요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을 조망하는 대규모 기획전시다. 신체성의 관점에서 신체가 가지는 소통·접속의 가치에 주목하고, 아시아 여성 미술이 가지는 동시대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오사카국립국제미술관과 도쿄도현대미술관, 쿠마모토미술관, 필리핀국립미술관, 싱가포르국립미술관, 인도국립미술관, 미국 버클리미술관 & 태평양 영화기록보관소 등 국내외 기관의 소장품 등 130여 점을 선보인다.
쿠보타 시게코의 비디오 조각 <뒤샹피아나: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裸婦)>, 미츠코 타베의 <인공태반(人工胎盤)>, 이멜다 카지페 엔다야 및 구오펭이, 이 구스티 아유 카데크 무르니아시의 회화 등은 국내 최초 전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 속 비서구 여성 미술이 지닌 동시대적 의미를 미술사적으로 살펴보며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을 주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접속하는 몸-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전시
전시는 각 주제에 따라 6부로 구성됐다.
1부 ‘삶을 안무하라'에서는 식민, 냉전, 전쟁, 이주, 자본주의, 가부장제 등 아시아의 복잡한 근현대사 속에서 신체에 새겨진 삶의 기억과 경험을 표현한 아시아 주요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마녀의 이름으로 사라졌던 여성들을 재소환 한 박영숙의 사진 작품과 1950-1970년대 자본주의와 테크놀로지가 부상한 아시아 도시 공간 속에서의 주체적인 여성상과 관련된 정강자의 1970년대 회화, 타나카 아츠코의 1960년대 회화 등을 선보인다.
아시아 주요 여성미술 그룹인 ‘여성미술연구회(김인순, 류준화, 윤석남, 정정엽)’, ‘30캐럿(하민수)’, ‘카시불란(여성과 미술의 새로운 의식/브렌다 파하르도, 이멜다 카지페 엔다야)’, ‘우머니페스토(아라마이아니, 멜라 야르스마)’ 등과 연관된 작가들의 주요 작품들도 만나 볼 수 있다.
가사 노동에 대한 문화 비평의 의미를 담은 윤석남, 이데미츠 마코, 웬휘의 작품, 이주 노동 신체의 정치적 맥락을 표현한 브렌다 파하르도, 웬휘, 아이사 혹슨의 작품, 위계 없는 공동체를 표현한 작가 이 이란의 사진을 비롯하여, 식민과 전쟁의 아시아 근대기에 활동한 한국, 타이완, 베트남의 여성 예술가의 삶을 다룬 남화연의 신작 영상과 베트남 국적의 작가 타오 응우옌 판의 영상도 주목할 만하다.
2부 ‘섹슈얼리티의 유연한 영토'에서는 성과 죽음, 쾌락과 고통 등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영역이나 이미지를 다루면서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사회 규범과 문화적 가치에 의문을 던지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미츠코 타베의 <인공태반(人工胎盤)>(1961/2003), 쿠사마 야요이의 1967년 퍼포먼스 영상, 아그네스 아렐라노의 <풍요의 사체>(1987), 아라마이아니의 <마음의 생식능력을 막지 마시오>(1997/2024), 이토 타리의 <내가 내가 되기>(1998), 이 구스티 아유 카데크 무르니아시의 1990년대 회화 등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품들이 대거 전시됐다.
3부 ‘신체· (여)신·우주론’에서는 아시아 각국 고유의 민간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 샤먼을 작업의 주요 표현 대상으로 삼거나 우주론의 관점에서 신체를 우주의 축소판으로 바라보았던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을 공개한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구오펭이의 회화 시리즈 및 바티 커의 <그리고 자비로운 자가 잠든 내내>(2008)와 함께 므리날리니 무커르지의 <바산티(봄)>(1984), 이불의 <몬스터: 핑크>(1998/2011), 김인순의 대형 회화와 피트리아니 드위 쿠르니아시의 작품, 파시타 아바드의 회화 및 한국의 토착 여신 마고와 일본의 무녀에 대한 오경화와 모리 마리코의 영상 등을 만나볼 수 있다.
4부 ‘거리 퍼포먼스'에서는 거리와 일상의 공간을 무대 삼아 진행한 퍼포먼스들을 소개한다. 1960-2000년대 아시아의 도시는 급속한 근대화가 진행되는 장소로 규범과 제도, 위계질서가 작동하는 공간이었다. 아만다 헹의 거리 퍼포먼스 <걸어갑시다>(1997-2001), 우말리의 <황후의 새옷>(2004), 그룹 입김의 <아방궁 종묘점거 프로젝트>(2000), 인시우전의 <강을 씻기>(1995), 민영순과 앨런 드수자의 <또 다른 나/ 퍼포밍 페르소나>(1994), 피트리아니 드위 쿠르니아시의 회화 <여성들의 행진>(2018) 등을 만날 수 있다.
5부 ‘반복의 몸짓-신체·사물·언어'에서는 신체 퍼포먼스의 반복성에 주목한다. 반복의 몸짓은 일상의 평범한 행위와 익숙한 시공간, 제도와 환경을 낯설게 하면서 이를 재인식하게 한다.
쿠보타 시게코의 <뒤샹피아나: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裸婦)>(1976/2019)가 국내 최초로 소개되며, 오노 요코의 <컷피스>(1995)와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의 <투명풍선과 누드>(1968), 2007-2024년에 이르는 멜라티 수료다모의 반복의 퍼포먼스 영상과 허청야오의 <내 상대로, 마르셀 뒤샹과 함께>(2002), 차학경의 퍼포먼스 사진 <눈먼 목소리>(1975)를 비롯하여 일련의 개념적 퍼포먼스 영상들, 샤오루의 <15번의 총성… 1989년부터 2003년까지>(2003)와 사사모토 아키의 최근작 <점 대칭>(2023), 조이스 호의 <베라x일기>(2023), 홍이현숙의 신작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 - 루트 세터>(2024) 등이 전시된다.
6부 ‘되기로서의 몸-접속하는 몸'에서는 정신과 육체, 인간과 자연, 주체와 객체, 인간과 비인간, 남성과 여성 등으로 구분하는 이분법과 위계에 도전하고자 했던 일련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홍이현숙, 통웬민, 이불, 염지혜, 차오페이, 최재은, 아라야 라스잠리안숙의 작업과 함께 김나희와 정은영×키라라의 신작 등이 전시된다.
전시 연계프로그램으로 2025년 2월 중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정은영x키라라의 공연 ‘<나는 소리도 바꾸어 썼고, 몸도 바꾸어 썼다> 키라라 라이브 셋!’이 7일과 12월에 총 2회, 작가와의 대화 <mmca 토크=""> 등이 전시 기간 중 마련된다.
한편, 이번 전시를 위해 배우 이청아가 전시를 설명하는 오디오가이드에 목소리 재능 기부로 참여했다. 오디오가이드는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안내 앱(App)을 통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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