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퇴' 전임 위원자들과 다른 길…헌재 판단 기다리기로
방통위, 결과 나올 때까지 사실상 개점휴업…단순 행정업무만
[서울=뉴시스]심지혜 최은수 윤현성 기자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일 국회를 통과했다. 방통위는 위원장이 취임 사흘 만에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를 받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이 위원장의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으로 최종 결정되지만, 방통위원장으로서의 직무는 즉각 중단됐다. 김태규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도 최소한의 의결 정족 수에 미달해 전체회의 심의·의결은 불가능하다. 방통위 업무가 사실상 올스톱 되는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방통위원장 탄핵 초유의 사태…위원장 직대 홀로 남는 1인 체제
이 위원장은 취임 사흘 만에 직무가 정지됐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김태규 부위원장의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공식 전환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인용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릴 때까지 방통위는 5명의 상임위원 중 김태규 부위원장만 남는 1인 체제가 됐다.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은 2인 체제에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과 KBS 이사 추천안을 심의·의결한 게 결정타가 됐다.
이 위원장은 방문진 이사 임기가 8월 12일, KBS 이사는 31일에 각각 만료되는 만큼 후임자 선임 절차를 밟는 게 마땅하다고 봤다. 이에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재가하자 임명장 수여와 현충원 참배를 생략하고 바로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집무실로 출근했다. 그리고 오후 5시에 비공개 회의를 열고 의결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대통령이 지명한 2인이서 회의를 의결한 것이 위법하다고 보고 이 위원장 취임 이튿날인 지난 1일 탄핵소추안을 보고했다.
"탄핵→사퇴 고리 끊겠다" 전임자들과 다른 길…방통위는 사실상 업무 정지
2인 체제 의결이 위법하다고 판결한 전례가 없는 데다 시급 현안이라고 지목했던 공영방송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고, 또 업무 기간이 길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야당 탄핵 추진→위원장 사퇴→인사청문회가 거듭돼 온 만큼 이같은 무한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위원장은 탄핵소추안 가결 후 입장문을 내고 "방통위 업무가 마비될 위기에 처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방통위원장으로서 거대 야당의 탄핵소추라는 횡포에 당당히 맞서고자 한다. 탄핵소추의 부당함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이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부위원장에 대한 세 차례의 탄핵 시도와 세 번의 자진 사퇴가 있었다"며 "‘탄핵소추-자진사퇴’의 악순환을 더 이상 지속할 수는 없다"고 탄핵을 받아들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탄핵안 가결로 이 위원장이 취임 사흘 만에 직무가 정지되면서 방통위는 헌재 판단이 나올때까지 정상 운영이 어렵게 됐다. 김태규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게 되지만 혼자서는 회의를 소집할 수도, 의결할 수도 없다. 이로 인해 방통위는 당분간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게 됐다.
판결이 나올 때까지 방통위는 최장기간 180일간 일반 행정 업무만 할 수 있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은 방통위를 상대로 한 방송장악 국정조사까지 예고한 데다 국정감사까지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 사실상 올 하반기에는 주요한 업무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방통위는 진행하고 있는 EBS 이사 선임안을 의결해야 한다. 또 MBC 등 방송사에 대한 재허가 심사 계획을 비롯해 마무리 단계에 다다른 구글 인앱결제 과징금 부과 안건과 네이버 알고리즘 실태 조사, 날로 늘어가는 스팸 문자와 관련한 이슈도 방통위가 처리해야 한다.
방통위 관계자는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되지만, 의결을 필요로 하는 업무는 더 이상 어렵게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탄핵안 표결에 앞서 이 위원장을 상대로 2인 체제 의결 등과 관련한 현안 질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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