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초선 당선인 등과 식사 회동
"거부권과 예산 편성권 적극 활용하라"
초선위주…22대서 재발의에 고심 해석
수평 소통도 강조…"당 아래로 안 대해"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 22대 당선인, 지도부들과 잇따라 회동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 이후 야권의 특검법 재의결과 22대 국회 재발의 추진을 염두에 두고 이탈표 단속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이 총선 백서와 전당대회 룰을 놓고 친윤-비윤간 갈등을 빚는 등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어 직접 단합을 호소하고 나선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낙선·낙천자 오찬에 이어 지난 13일 지도부 만찬, 16일 수도권 및 대구·경북(TK) 초선 당선인 만찬, 20일 부산·울산·경남(PK) 초선 당선인 만찬을 이어왔다.
윤 대통령은 오·만찬 자리에서 주로 민생 분야 성과를 위한 당정 협력 강화를 강조했고, 채 상병 특검법을 포함한 구체적 정치 현안을 언급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여당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이 가진 권한인 재의요구권(거부권)과 예산편성권을 적극 활용하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특히 윤 대통령은 만찬 참석자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이같은 당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 상병 특검법 등 거대 야권이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입법 독주'를 행정부와 여당이 합심해 제어해야 한다는 정당성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방안의 하나로 거부권을 제시한 만큼 재투표 부결에도 합심해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재가함으로써 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또 윤 대통령이 원외인 22대 초선 당선인들과의 회동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들은 오는 28일 재의결에 참석하지 않는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표결 예정인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은 여당에서 18명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 통과되는데, 당 지도부는 현재 김웅·안철수 의원 이외의 이탈표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22대 국회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 야권은 21대 국회에서 재의결이 무산되면 22대 국회 첫 법안으로 채 상병 특검법을 다시 낸다는 방침을 세웠다.
22대 국회 여당 의석수는 108석이기 때문에 8명 이상의 이탈표가 발생하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이 무력화되고 야권 주도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
윤 대통령도 이를 염두에 두고 여당과 활발한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역 의원들에 비해 윤 대통령과 직접적 인연이나 소통이 없었던 초선 당선자들의 표심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PK 초선 당선자들에게 "재의요구권과 예산편성권 등 헌법상 대통령 권한이 있듯이, 당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 대통령은 '수직적 당정관계' 비판에 대해서도 당정간 수평적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2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윤 대통령보다 길고, 여당 의석수가 법안 재의결 저지선을 간소하게 넘는 108석에 그치면서 여당의 거부권 방어가 훨씬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 차기 지도부 구성도 주목할 지점이다. 당은 선거 참패 원인을 분석하는 총선백서 작성과 전당대회 규정 개정을 두고 갑론을박 중인데, 핵심 변수는 총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출마 여부다.
이에 윤 대통령은 연일 당정간 소통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오·만찬에서 "당을 아래로 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당이 필요한 것을 정부에서 지원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최근 'KC 미인증 제품 해외직구 금지' 정책 논란 국면에서도 곧바로 대통령실 차원의 사과 입장을 내면서 "당정 협의를 포함한 국민 의견 수렴 강화"를 지시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도 여당과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정 비서실장은 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 의원 출신이다.
정 비서실장은 여당 의원들과 상시 소통하는 한편, 당 지도부가 정비된 뒤 2주 연속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당정과 마주앉았다. 당정은 이 자리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 절차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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