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에도 아랑곳 않고 즐거운 한때
"매년 아들과 사진…우리만의 전통"
"울산엔 눈 잘 안 온다"며 눈 맞기도
귀갓길 걱정에 발걸음 돌리는 이들도
[서울=뉴시스]홍연우 오정우 기자 = 2023년의 마지막 토요일인 30일 서울 도심은 함박눈에도 연말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가족·연인과 함께 도심을 거니는 시민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다만 10㎝ 넘게 쌓인 눈에 귀갓길이 걱정되는 듯 급히 발걸음을 떼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뉴시스가 이날 오후 찾은 서울 중구 명동과 종로구 광화문광장은 연말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가족이나 연인들과 함께 외출한 시민들은 넘어지지 않으려 깨금발을 들고 조심히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서로에게 우산을 기울이기 바빴다. 곳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내리는 눈을 화면에 담는 시민들과 눈사람을 만드는 아이들도 보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족과 함께 명동을 찾은 A씨는 "아들이 3살 때부터 근처 한국은행 앞 분수대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게 나름의 전통"이라며 "사진도 남기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 이곳에 왔다. 이후엔 남대문 시장을 둘러볼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가수 '검정치마'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울산에서 왔다는 안종찬(18)씨는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데 마지막 추억을 즐기러 시간을 내 서울에 왔다"고 했다. 그는 "울산엔 눈이 잘 안 온다"며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내리는 눈을 맞기도 했다.
서울을 찾은 세종 시민 안모(47)씨와 딸 B양은 함께 눈사람을 만들기도 했다. 안씨는 "아이가 자주 아픈데, 새해엔 덜 아프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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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눈이 쌓이자 이른 시간에 귀갓길에 오르는 시민들도 있었다.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원모(33)씨는 "연말에 맞춰 친구들 약속을 2달 전부터 잡았는데 이렇게 눈이 많이 올 줄 몰랐다"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밤늦게까지 같이 놀려고 했는데 예보를 보니 계속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릴 것 같더라. 이러면 집에 갈 수가 없다. 이게 경기도 사는 사람의 비애"라며 "친구들과 저녁만 먹고 헤어지려고 한다"고 했다.
경기도 과천이 집인 박모(29)씨도 "부모님께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려 일부러 좋아하는 식당을 예약했는데 올 때부터 눈이 내리더라. 설마 했는데 이렇게까지 많이 올 줄은 몰랐다"며 "스노우 타이어 준비도 안 해둔 터라 식사만 빠르게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말했다.
한편, 2023년의 마지막 토요일인 이날 오후 3시 기준 주요 지점 적설 현황은 ▲서울 12.2㎝ ▲남양주 11.3㎝ ▲강화 10.6㎝ ▲구리 10.2㎝ 의정부 9.6㎝다. 강원도에도 ▲팔봉(홍천) 8.6㎝ ▲남산(춘천) 8.9㎝ ▲안흥(횡성) 9.4㎝ ▲대화(평창) 7.0㎝의 눈이 쌓였다.
서울시 교통정보센터(토피스)에 따르면 이날 내린 눈으로 서울 시내 주요 도로 여러 곳도 부분 통제됐다. 오후 3시 기준 서울 도심 전체 운행 차량 속도는 시속 14.7㎞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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