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중심으로 체포안 부결 여론 커져…비명계 가결 고수
비명계 방탄 정당 이미지 고착 우려…계파 갈등 커질 듯
[서울=뉴시스] 이종희 조재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친이재명계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검찰행태에 반발해 부결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비이재명계는 여전히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당 지도부가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지도부와 친명계는 장기간 이어진 이 대표의 단식으로 체포동의안 부결 당론 채택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정치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정치 수사를 통해 체포안을 청구한 만큼 부결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면 비명계의 반발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비명계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은 내년 총선에서 '방탄 지옥'을 맛보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응하고자 비상 의원총회를 열었다. 오는 21일로 예정된 체포동의안 표결까지 추가 토론을 이어갈 방침이다. 부결 당론 등을 포함해 당내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소집 이유에 대해 "구속영장의 구체적 사실관계와 내용에 대해 공유하고, 앞으로 토론을 위한 자세한 정보가 제공됐으면 좋겠다는 의원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가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된 가운데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격앙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친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회기 중 구속영장 청구를 검찰의 분열책으로 규정하면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당한 수사, 부당한 영장에 맞서 결연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며 "눈에는 눈, 피에는 피. 전면 투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부당하고 명분없는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고,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맞서 일치단결해 싸워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유일한 길"이라며 "독재에 순응하고 부역하는 것은 민주당의 길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주민 의원은 전날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내에서 의견이 분분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저는 개인적으로 체포동의안이 오면 부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영교 의원도 전날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당 의원들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저의 입장이야 확실하다"며 "이것에 대해서 국회의원들 생각이 같지 않겠느냐"고 부결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도 부결 당론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이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영구 청구 내용을 보고 부당한 청구 아니냐는 판단이 있지 않겠나. 거기에 맞춰 새로운 판단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비명계에서는 앞서 지난 2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굳어진 '방탄 정당' 이미지가 고착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당론으로 부결시키면 방탄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내년 총선에서 승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비명계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비명계 의원도 "검찰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마당에 이 대표가 나서 가결을 요청해야 우리가 살 수 있다"면서도 "당내 분위기가 부결로 흐르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이 대표가 가결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부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까지 남은 기간 선수·그룹별로 다양한 토론을 거쳐 당론 채택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회의 표결 전까지 친명계와 비명계가 체포동의안을 두고 치열한 내부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체포동의안 부결 여부를 두고 당내 계파 갈등이 다시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내부에선 실제 체포동의안 표결에 들어가면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당론으로 정하는 부담을 안고 갈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체포안에 대한 당론 채택은 전례도 없어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계파색이 옅은 한 의원은 "현 상황을 보면 체포동의안을 굳이 당론 지정을 하지 않아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당이 부담을 지고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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