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개월 만에 90달러 터치…100달러 전망도
유가 급등은 물가 자극…경상수지·성장률에 타격
주요국 긴축 연장…금리 인하 시점 지연 가능성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국제유가가 10개월 만에 배럴당 90달러대로 치솟았다. 고유가는 물가를 자극해 경상수지와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만큼 우리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과 악영향을 끼친다.
유가 고공행진은 인플레이션을 높여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들의 추가 긴축 통화정책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골칫거리다. 경기 부진에 서둘러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하는 통화당국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배럴당 90달러 터치…유가 100달러 넘나
같은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6.87달러를 기록했다. WTI 선물은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뒤 10거래일만에 소폭 하락 전환했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보이는 것은 산유국의 감산 정책 때문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고, 러시아는 9월부터 연말까지 하루 30만 배럴 감산을 연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또 미국의 허리케인에 따른 멕시코만 석유 생산 차질과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인 가봉의 쿠데타로 인한 정치불안 등도 국제유가에 상승압력을 높이고 있다.
국제유가를 자극하는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연내 100달러를 웃돌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주요국들이 원유 생산 감축 연장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107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유가 상승은 물가 자극해 경제에 악순환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5월부터 7월까지 석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 감소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지난 6월까지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5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6~7월 2%대로 낮아졌던 소비자물가도 국제유가 타격에 8월에는 3.4%로 치솟았다. 경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유가까지 100달러 시대를 맞이하게 되면 스테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 물가상승)이 우려에서 현실로 닥칠 수도 있다.
한국은행은 8월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제시했고, 경상수지는 270억 달러 흑자를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3.5%다. 이는 모두 하반기 브렌트유의 가격을 배럴 당 84달러로 전제했을 때 수치다.
이동원 한은 경제금융통계부장은 지난 8일 '7월 국제수지' 설명회에서 "국제유가의 가파른 오름세가 지속되면 경상수지 흑자를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이달초 '경제동향'을 통해 "유가 상승으로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면서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경기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을 일부 제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봤다.
치솟는 국제유가…주요국 긴축 기조 연장되나
시장에서는 미국이 내년 초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하지만 유가 고공행진은 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밀어낼 수도 있다. 이 경우 우리나라 역시 미국과의 금리 격차와 물가 경계심에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박성우 DB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수준의 유가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면서 "경기 부진 서둘러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하는 통화당국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봤다.
국제유가는 10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BIS 총재회의'에서도 주요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총재는 6일 서울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열린 업무협약식 이후 "BIS 총재회의에서 유가와 관련된 얘기를 많이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수입 물가를 높여 경상수지가 악화될 수 있고 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고물가에 따른 긴축 통화정책 필요성이 높아지며 우리 경제에도 부담을 안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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