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 후 수산물 소비 위축 가중될까…상인·어업인 '울상'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지금도 장사가 안되는데, 일본이 원전 오염수까지 실제 방류하면 더 안될까 걱정입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예고한 전날인 지난 23일 오후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노란 고무장갑을 낀 채 횟감용 생선을 손질하는 김모(64)씨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지금까지 국내산 수산물을 대상으로 한 방사능 검사에서 단 한 차례도 오염 물질이 나오지 않았는데, 단골 손님조차 수산물 구매에 한참을 망설인다"며 "오염수를 기어이 바다로 내보내는 방법밖에 없느냐"고 반문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노량진수산시장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 탓인지 흥정하는 소리도 수산물을 구매하러 나온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이미 손님 맞을 채비를 끝낸 상인들은 간간이 보이는 손님들이 무심한 듯 지나가자, 이내 쪼그려 앉았다. 일부 상인들은 광어(넙치)와 우럭, 참돔 등 다양한 활어가 가득 담긴 애꿎은 수조를 연신 바라봤다. 또 수산물이 담긴 스티로폼 박스에 얼음을 가득 채운 상인이 손수레 끌고, 출입문 밖으로 빠져나가자 주변 상인들의 시선이 꽂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수산물을 파는 상인이나 소비자 모두 우려하고 있다. 상인들은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이후 수산물 소비침체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했다. 활어를 판매하는 상인 강모(52)씨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실제 방류되면 손님들이 끊길까봐 걱정된다"며 "국내 수산물은 방사능 검사를 마치고 유통되기 때문에 안전한데도, 시장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다"고 전했다.
어패류를 판매하는 상인 김모(46)씨는 "방사능 검사를 이미 마친 국내산이라고 설명하는 게 일"이라며 "전복이나 멍게 모두 국내산인데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구매 자체를 안 하니 환장할 노릇"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을 찾은 손님들은 수산물 안전성에 대해 우려했다. 주부 박모(48)씨는 "가족들이 모두 회나 수산물을 좋아해 노량진수산시장을 자주 찾고 있지만, 실제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 아무래도 수산물을 꺼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며 "정부에서 안전하다고 하지만, 30년이나 방류하고, 방류 이후에도 정말 안전한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어민들 역시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남 완도에서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는 권모(67)씨는 "전복 출고가격이 작년에 비해 반 토막이 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원전 오염수가 방류된다고 하니 막막하다"며 "청정해역 완도에서 키운 전복은 안전하니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남 통영에서 멍게 양식장을 운영하는 박모(52)씨는 "국내 양식 수산물은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데도, 수산물 소비 전체가 줄어 양식 어민들의 고민이 많다"며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가 더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정부는 지난 22일(현지 시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이르면 24일부터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당시 총리가 오염수 처분 방식으로 해양 방류를 공식 결정한 지 2년 4개월 만에 방류가 시작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오염수 방류를 위한 관계각료 회의를 마친 뒤 방류 개시 시점과 관련해 "기상 등 지장이 없으면 24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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