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 1787세대 중 1066세대(59.65%) 이미 경매
“경매 중지 힘들다면 임차인에 경매권 우선순위를"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인천 미추홀구 일대를 중심으로 100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된 60대 건축업자, 이른바 '건축왕'의 피해자들이 최근 극심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연쇄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지역에서만 1000세대가 넘는 아파트와 빌라가 경매·공매로 넘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34개 아파트와 빌라 총 1787세대 중 경매나 공매로 넘어간 세대는 무려 1066세대에 이른다.
이 가운데 106세대는 이미 낙찰이 되면서 매각절차가 완료됐으며, 261세대는 매각 기일이 잡혀있는 상태다. 또 27세대는 공매가 진행 중이다. 특히 나머지 672세대도 매각 기일이 잡히지 않았을 뿐, 경매에 넘어간 것과 다름없어 사실상 피해세대의 절반이 넘는 59.65%의 세대가 현재 경매와 공매에 넘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왕 소유의 아파트·빌라들은 2022년도를 기준 본격적으로 경매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매각 절차가 완료된 세대들 대부분도 같은 해에 경매에 나온 것들이다. 최초 피해를 호소하고 나선 세대들은 ‘사기죄 성립요건이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고소장을 제출하는 데에도 애를 먹었으나, 2022년도 후반부터는 고소장이 가능해 졌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대책위 관계자는 2023년도부터는 경매로 넘어오는 피해 세대가 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제로는 올해에도 84세대들이 경매로 넘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벌써 5개월가량이 흘렀다. 정부가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동안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은 가중됐고, 심지어 세상을 등지는 피해자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앞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정부에 ▲피해세대 경매 중지 및 연기 ▲긴급 주거 지원 ▲전세자금대출기한 연장 ▲주택관리법의 개정 등을 요구해 왔다. 전세사기 피해자들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는 피해세대 경매로 인해 세대가 매각돼 퇴거를 해야 하거나 곧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놓인 피해자들이 늘어나면서다.
김병렬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지금 당장 중요한 건 '경매 중지'다. 다시 말해 살 수 있는 기간을 늘려 달라는 것”이라면서 “경매중지가 힘들다면 임차인에게 경매권 우선순위를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전세피해 아파트 매물을 보고, 사람들은 알짜배기라고 부른다고 하더라. 이런 상황을 막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 관계자는 “실질적인 정부의 ‘경매 중지’와 ‘긴급 주거 지원’ 등의 실질적인 대책도 중요하다”면서도 “지금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버틸 수 있는 ‘희망’이고, 답이 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확신에 찬 정부의 입장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는 이날 오후 7시께 주안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로 확대 출범한다. 이와 동시에 최근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고인이 된 20~30대 청년 3명을 추모하는 행사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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